검색
해외판례

멕시코 연방대법원이 도입한 징벌적 손해배상

- Amparo Directo 30/2013, J. Angel Garcia Tello y otra, 26 de febrero de 2014 -

156370.jpg

[사실관계]

피해자는 2010년 9월 휴가를 맞아 친구들과 함께 휴양지인 아카풀코 시를 방문하였다. 숙소인 호텔 내의 인공호수에서 카약을 타던 중 카약이 전복되었는데, 호텔 측의 수년에 걸친 관리 부실로 호수에는 전기가 흐르는 상황이었고 물에 빠진 피해자는 감전되었다. 사고 후 25분이 지나서야 호텔 측 관리자는 호수로 흐르는 전원을 차단하였고, 응급상황에 대한 프로토콜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직원 대신 피해자의 지인과 호텔 투숙객이 응급처치를 실시하였다. 이후 45분이 지나서야 피해자는 호텔 내에 있는 의무실로 옮겨졌는데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지 않아 추가로 40여분이 소요되었고, 뒤늦게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사안의 진행]
피해자의 부모는 호텔을 상대로 멕시코시티 상급법원에 멕시코시티 민법 제1916조에 따른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danos morales)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해당 조문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침해된 권리의 성격, 불법행위자의 책임 정도, 불법행위자와 피해자의 재산상황, 기타 사안의 여러 정황을 검토하여 사실심 법관의 재량으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2012년 8월 1심 법원은 법률에서 정한 여러 요소와 피해자의 기대여명 등을 고려하여 800만 페소(MXN, 한화 약 4억80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으나 양 당사자는 모두 이에 대해 불복하였다. 이후 항소심 법원은 비록 호텔 측의 책임 정도가 매우 중하지만 피해자의 재산상황 등을 고려할 때 1심에서의 손해배상액은 지나치게 과도한 감이 있고,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피해자의 기대여명을 감안한 것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여 2018년 11월에 배상액을 100만 페소(한화 약 6000만원)으로 감액한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해자의 부모는 이에 불복하여 멕시코 연방대법원에 헌법적 권리 침해에 대한 구제의 소(amparo directo) - Amparo는 헌법상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수단을 말하며 amparo directo와 amparo indirecto로 나누어진다Amparo directo의 경우 법원의 판결을 대상으로도 제기할 수 있으나 amparo indirecto의 경우 행정기관의 처분 등을 그 대상으로 한다{Bruce Zagaris, The Amparo Process in Mexico, 6 U.S.-Mex. L.J. 61 (1998)} - 를 제기하였으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액 산정시 피해자의 재산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평등과 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멕시코 헌법에 위반되며, 멕시코시티 민법 제1916조가 규정하고 있는 기준들 또한 적정 배상액 산정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더하여 피해자의 부모는 해당 사건을 직접 심리해줄 것을 구하는 사건이송명령(certiorari)을 별도로 신청하였고, 2013년 3월 해당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멕시코 연방대법원의 판결]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논의의 전제로 우선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의 개념과 그 범위에 대해 다루었다.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란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모두에 인정되는 것으로, 전보적 손해배상의 일종이며 특정인의 감정이나 신념, 명예, 사생활 등의 침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이라고 보았다. 또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금전적 손해 혹은 어느 정도의 확실성을 가지고 산정될 수 있는 손해와 비금전적 손해 혹은 명확히 산정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개연성으로 산정될 수 있는 손해 모두에 대한 구제수단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손해 혹은 장래에 발생할 손해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할 권리는 실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할 권리와는 독립적인 별개의 권리라고 보았다.

     

다음으로 손해배상액 산정과 관련하여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은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지만 그 재량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멕시코시티 민법 제1916조와 멕시코 헌법, 기타 인권조약 등이 정한 여러 기준에 구속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액 산정은 침해된 권리의 성격 및 불법행위자의 책임 정도, 불법행위자와 피해자의 재산상황, 기타 관련 요소들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피해자의 재산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헌법에 반하는지에 관하여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에서 앞에서 본 비금전적인 부분에까지 피해자의 재산상황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 이를 고려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세 번째로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인정 여부에 관해 판시하였는데, 멕시코시티 민법 제19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해자의 책임 정도와 가해자의 재산상황이라는 손해배상액 산정기준과 멕시코 헌법 제1조, 기타 인권조약 등에서 도출할 수 있는 공정한 배상 원칙에 근거하여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멕시코시티 민법 제1916조의 규정과 해당 조문의 입법 및 개정과정에 비추어볼 때 해당 조문의 목적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손해에 대한 단순 전보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에서 그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자의 징벌이라는 기능 또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이를 고려한다면 손해의 전보를 넘어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가해자의 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징벌의 역할 또한 수행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멕시코 헌법 제1조와 미주인권협약 제63조제1항, 피해자의 공정한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에는 "문제가 된 가해자의 법위반행위에 대한 공적인 불승인이라는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그러한 위반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측면 또한 있다"고 판시한 미주인권법원의 Cantonal Benavides v. Peru 판결,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한 여러 논문과 손해배상에 관한 Ramon D. Pizarro의 견해 등을 인용하면서 손해배상에서의 '전보'라는 개념은 불법행위에 대한 사회적 불승인의 한 표현으로 보아야 하며, 만약 해당 개념에 '징벌'이라는 기능이 인정되지 못한다면 사회적 불승인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논의를 기초로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침해 정도와 가해자의 높은 책임 정도, 가해자의 재산상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피해자의 부모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3000만 페소(한화 약 18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또한 해당 판결을 통해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함으로써 멕시코법상 종래 인정되지 않던 징벌적 손해배상을 새로운 손해배상의 유형으로 창설하고, 결과적으로 손해배상의 범위 또한 확장하였다.


[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로 인해 멕시코는 판례로써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게 되었다. 다만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중 비금전적인 부분에 한해서만 인정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시하지 않았으나, 대상판결의 논증 구조를 따른다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중 금전적인 부분은 명확히 계산될 수 있는 부분이므로 불법행위자의 책임 정도나 재산상황 등과 같은 배상액 산정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중 비금전적인 부분에만 인정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멕시코는 대륙법(civil law)계 국가로 분류되므로 법원이 법률의 해석 외에 영미법(common law) 국가의 법원이 행하는 정도의 법형성 작용을 하는 것은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는 점, 영미법 국가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전보적 손해배상 외에 별개의 개념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는데, 대상판결의 취지를 따를 경우 전보적 손해배상의 일종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어 법체계상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현재 대상판결 외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개념이나 인정요건, 산정방법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될 만한 입법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증거개시절차나 배심제와 같은 소송법적 장치가 적절히 구비되어 있지 않아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정히 기능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서 다수의 견해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신속하고 적정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멕시코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매우 이례적인 형식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멕시코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정이 어떻게 전개되어 갈 것인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일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환 연구위원(사법정책연구원)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