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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하도급법상 벌점제도의 문제점

-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을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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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 기업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이나 영업정지를 요청했다는 보도자료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요청은 하도급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하도급법 제26조 제2항은 공정위가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고, 누적된 벌점을 기준으로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를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제도는 1984년 말에 도입되어 1990년부터 공정위의 소관 사항이 되었고, 영업정지 요청 제도는 1995년에 도입된 것인데, 그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집행 실적이 상당히 드물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공정한 '갑을 관계'에 대한 시정 여론이 높아지면서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에 관한 법 집행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하도급법상 벌점은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벌점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의무불이행 사실에 대한 불이익 부과라는 성격 외에도 일정한 예방기능을 지닌 것으로서 실질적 의미의 경찰작용으로서의 성격을 겸유하고 있다. 이러한 벌점은 법 위반사실을 일정한 양적 기준에 의해 계량화함으로써 행정처분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합리적으로 법 위반을 억제함과 동시에 수범자인 사업자에 대해 일정한 위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한 것이다. 현행 하도급법상 벌점은 공정위의 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시정조치 유형에 따라 별도의 재량 여지 없이 곧바로 결정되며(하도급법 시행령 [별표 3] 제3호), 시정조치일을 기준으로 직전 3년간 누산점수 5점을 초과한 사업자에게는 입찰참가자격제한을, 10점을 초과한 사업자에게는 영업정지를 공정위 반드시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하도급법 제26조 제2항). 벌점은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가중 또는 감경이 가능한데, 다만 감경은 각 감경사유 별로 1회에 한정된다(하도급법 시행령 [별표 3] 제3호). 이 밖에, 하도급법 시행령 제17조 제3항은 벌점의 부과와 감경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공정위가 정하여 고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공정위의 고시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현행 하도급법상 벌점의 경우 그 내용상 불명확한 부분들로 인하여 실제 집행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입찰참가자격제한 또는 영업정지 요청 이후 벌점 누산점수의 소멸 여부, 벌점 감경의 요건 및 효력(예컨대, 반드시 사업자의 감경신청이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감경사유의 존재로 곧바로 감경의 효력이 발생하는지, 감경사유 별로 1회만 감경이 가능하다는 것의 의미 등), 벌점 감경신청 거부에 대한 쟁송방안, 감경된 벌점의 직권취소의 가능성 및 허용 한계, 벌점 부과의 전제사실이 존재하지 않음이 사후에 밝혀진 경우(예컨대, 공정위가 고발한 행위에 대해 불기소처분이 내려지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또는 공정위의 제재처분에 대해 무효·취소판결이 내려진 경우 등), 합병이나 회사분할에 따른 벌점 승계 여부 등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헌법상 적법절차원칙, 법률유보원칙, 침익적 처분의 근거법령에 대한 엄격해석원칙 등을 고려하여 수범자에게 불리한 유추·확장해석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수범자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정위가 하도급법에 따라 사업자에게 제재를 부과하는 의결 과정에서 벌점이 정해지지만, 구체적인 벌점 부과 내역은 의결서에 포함되지 않고 해당 내역이 별도로 공개되지도 않는다. 공정위는 특정 사업자의 벌점 누산점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여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등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야 해당 사업자에게 벌점 경감내역이 있는 경우 해당 사유를 소명할 것을 요청하는 통지를 하며, 이후 별도로 소회의를 열어 입찰참가자격제한 또는 영업정지 요청을 결정한다. 사업자는 이러한 입찰참가자격제한 또는 영업정지 요청의 의결시점에 벌점 부과내역을 정확히 인지하게 된다.

 

여기서 그 상대방인 사업자의 권리구제수단이 문제된다. 우선, 벌점 자체의 처분성이 문제되는데, 종래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벌점(대법원 1994.8.12.선고 94누2190 판결, 1998.3.27.선고 97누20236 판결 등)이나 한국전력시설공단의 부실벌점 통보(대법원 2015.12.23.선고 2015두50627 판결)에 대해 처분성이 부정된 바 있으나, 하도급법상 벌점은 행정청의 공권력 행사로 사업자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공정위의 제재처분의 위법사유와 벌점 누적으로 인한 별도의 제재 우려와 관련한 위법사유(비례원칙 위반 등)는 구별할 필요가 있으며, 권리 구제의 신속성 및 효율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쟁송법적 관점에서 처분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때, 공정위 내부적으로는 제재처분시점에 벌점 부과가 이루어지지만, 그것이 대외적으로 행정처분으로 성립하는 시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참가자격제한 또는 영업정지 요청 의결일로 보고, 벌점 부과처분에 대한 제소기간도 입찰참가자격제한 또는 영업정지 요청 의결일부터 기산하는 것으로 논리를 구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입찰참가자격제한 또는 영업정지 요청의 처분성도 문제된다. 대법원은 공정거래법 제64조 제3항에 따른 공정위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에 대해 처분성을 부정한 바 있지만(대법원 2000.2.11.선고 98두5941 판결), 하도급법 누산벌점을 이유로 한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은 공정위의 정식 의결을 통해 이루어져 독립적인 행정처분의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고, 공정위의 제재처분의 하자와 입찰참가자격제한 또는 영업정지 요청 고유의 하자는 구별하여 다툴 필요가 있으며, 공정위의 요청 단계에서 미리 집행정지를 받을 경우 처분의 상대방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있고 이를 통해 공정위가 벌점 감경신청을 위법하게 거부한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벌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쟁송법적 처분 개념에 따라 처분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서울고법에서도 공정위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서울고법 2019.6.3.자 2019아1233 결정) 및 벌점 부과(서울고법 2019.6.7.자 2019아1244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한 바 있으며, 공정위의 제재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구하면서 동시에 벌점 부과 및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에 대한 집행정지까지 신청한 사안에서, 제재처분, 벌점 부과 및 입찰참가자격제한 모두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하기도 하였다(서울고법 2019.5.1.자 2019아1183 결정).

 

공정위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을 받은 중앙관서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반드시 제한을 해야 하며(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5호,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제한 여부에 대한 재량이 있다(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 이러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은 (변형)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는데(국가계약법 제27조의2, 지방계약법 제31조의2 및 제31조의3),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명문규정은 없으나 국가계약법을 보충적으로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2조 제5항 및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 제2조 제4항을 근거로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 공정위의 영업정지 요청의 경우에는 국토부장관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시·도지사가 영업정지 여부를 결정할 재량이 있다(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

 

하도급법 자체가 상당히 엄격한 금지규정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은 물론 이를 근거로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에 따라 이루어지는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처분까지도 모두 기속행위로 이루어지고, 입찰참가자격제한과 영업정지의 병과까지 가능하여 과잉·중복규제의 우려가 상당하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하도급거래에 대해 상생협력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이러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하도급법은 하도급법 제34조를 기초로 하여 상생협력법의 특별법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하도급법의 금지규정들은 공정거래법의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규정들의 특칙으로서 사인 간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므로 국가와 사인의 관계를 기초로 이루어지는 공공조달에 적용되는 제도인 입찰참가자격제한과는 그 출발점이 다르다. 또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은 공공 발주 사업에 대한 참여율이 낮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제재가 아닐 뿐만 아니라, 동일한 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공공 발주 사업에 대한 참여율이 높은 사업자에 대해서만 불이익을 초래한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여 구체적 사안에 대한 면밀한 고려 하에 법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합리적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승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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