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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예정의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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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판례·학설은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예정을 나누어, 전자에는 민법(이하 법명 생략) 제103조를, 후자에는 제398조 제2항을 적용한다.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예정의 구별이 문제되는 이유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판 2016.7.14. 2012다65973은 흥미로운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사안에서는 주거래은행에 의한 부실기업 매각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와 사이에 교섭계약('양해각서', 이동진, 법조 통권665호)이 체결되었다. 위 계약에서 입찰대금의 5% 상당인 3,150여억 원의 이행보증금이 약정되었는데, 계약서에서 명문으로 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귀속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하고 감액을 허용하였다. 이 판결은 위약금약정 이론은 물론 기업인수거래 실무에도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어서 이미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필자로서는 여전히 검토할 점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 글에서는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예정의 구별방법을 중심으로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예정의 개념구분과 기능

제398조 제3항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정한다. 이는 위약금약정 중 손해배상액예정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있음을 전제하여야 이해될 수 있고, 그것이 위약벌이라는 데 판례·학설상 이론(異論)이 없다. 문제는 양자의 개념구분이다. 법률은 손해배상액예정은 당해 손해항목에 대한 별도의 손해배상청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예외적으로 초과청구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위약벌은 손해배상과 별개로, 즉 추가로 인정된다는 점으로 이를 구별한다. 제398조 제3항이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예정으로 추정하는 취지가, 그 입법연혁에 비출 때, 그러한 점에 있다는 것이다{홍승면, 민사판례연구(XXIV)}. 주류적 판례의 태도도 같다(대판 2016.7.14. 2013다82944,82951 등). 이에 대하여는 이행강제에 초점을 둔 것을 위약벌, 손해전보에 초점을 둔 것을 손해배상액예정으로 구별하는 견해도 있고{주해(IX), 양창수, 674}, 위약벌을 ‘계약을 위반한 사람을 제재하고 계약의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한 재판례도 있다(대판 2017.11.29. 2016다259769).

양자의 구별은 나아가 법관이 위약금을 감액할 수 있는가, 감액할 수 있다면 어떠한 요건 하에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반면, 위약벌에 대하여는 이러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판례·통설은 법관의 감액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한한다고 보고, 이를 위약벌에 유추하지 아니하며, 그 대신 제103조에 터 잡아 일부 또는 전부무효를 인정한다. 이는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고, 손해배상예정액의 증감을 금지한 일본민법을 계수하면서 ‘증감할 수 없다’만 ‘감액할 수 있다’로 바꾼 경솔한 입법에서 비롯된 일이지만(이동진, 2011년 서울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제103조에 의한 위약벌 통제가 가능하고 손해배상예정액과 위약벌의 통제기준이 반드시 같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해석상으로는 불가피하다(그러나 제398조 제2항을 위약벌에도 유추하여야 한다는 견해로, 권영준, 저스티스 통권 제155호). 현실적으로는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이 더 쉽게 인정되는 감이 있으나,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고, 현실적인 차이도 명시적으로 표출된 당사자 의사의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3.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예정의 구분방법과 감액기준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예정이 개념상 별도의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로 갈리는 한, 양자의 구분은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위약금 이외에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할지 여부는 당사자의 합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다(권영준, '위약벌과 손해배상액 예정의 구별', 민법판례연구 I}. 판례도 같다. 위약금약정을 손해배상액예정으로 추정하는 제398조 제3항은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하면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하라는 취지의 해석준칙이다. 학설상으로는, 제103조에 의한 위약벌 통제가 제398조 제2항의 통제보다 약하리라는 전제하에,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손해배상액예정으로 추정함이 옳다는 견해도 있으나(홍승면, 위 글), 부수적 약정인 위약금에 대하여 그처럼 한 방향으로 강한 논증(증명)부담을 지우면 당사자 의사를 왜곡할 위험이 있다. 가능한 한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그에 따름이 원칙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판 2016.7.14. 2012다65973은 문제적이다. 해석은 가능한 한 당사자의 진의를 탐구하는 작업이고, 계약서가 존재하는 경우 해석의 출발점은 그 문언이며, 어떤 행위나 권리의 법적 성질결정도 제1차적으로는 해석의 문제이다. 거액의 기업인수거래로 법률전문가들이 관여한 계약서('양해각서')에 적힌 '위약벌'이라는 문구는 당연히 이행보증금귀속의 법적 성질에 관한 의식적 선택으로 존중될 필요가 있다. 위 판결의 결론은 이를 무시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실제로 이러한 취지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남유선, 금융법연구 제14권 제3호; 최승재, 증권법연구 제17권 제3호). 반면 위 사건에서 계약상 별도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정하였다는 점에 착안, 별도의 손해배상청구 여부에 따라 양자를 구별하여야 한다면서, 이를 기회주의적 행동에 대한 제재로 보는 견해도 있다(권영준, 위 글).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위 판결을 수긍할 수 있다할 것이다. 입법연혁상 간취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민법 제398조의 손해배상액예정, 위약벌 구분은 하나의 위약금약정만 존재하여 그 성질결정이 문제되는 상황을 전제한다. 위약벌의 이행강제기능은 효율적 계약위반조차 차단하는 것으로 초과배상을 전제하는데, 전보배상청구권이 따로 존재한다면 위약벌 부분은 논리적으로 초과배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제는 손해배상을 포기하고 '위약벌'을 정하면 무너진다. 전보가 이루어진 뒤에야 그 초과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 경우 '위약벌'은 전보배상(의 일부)이거나 전보배상을 포함한 초과배상이어야 하고, 초과분에 국한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을 대체하는 약정과 이를 사전 포기하고 다른 금전지급을 정하는 약정은 같은 기능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이행강제가 아닌, 우선은, 손해전보이다. 후자의 '위약벌'은 ‘손해배상을 대체하는 위약벌’일 수밖에 없고, '위약벌'이라는 표현은 형용모순일 수밖에 없다. 해석상 재성질결정이 가능한 이유다.

이 경우 한 가지 문제는 이것이 제398조 제2항의 적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이때 별도의 손해배상청구 가부는 이미 쟁점이 아니다). 제398조 제2항은 당사자가 손해전보를 의도하였음을 전제로 실제 손해와 예정액의 괴리가 큰 경우 법관이 개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 재성질결정의 경우 당사자가 손해전보를 의도하였다고 할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약정 중 손해전보를 의도한 부분이 있거나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처럼 취급하고 나머지 부분은 위약벌처럼 취급함이 타당하다. 손해배상액의 예정부분은 손해전보를 목적으로 하므로 손해와의 괴리가 일응 감액기준이 되는 반면, 위약벌에 대한 판단은 과도하거나 경솔한 구속 유무가 문제되어 차이가 있고, 현행법상 구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의 의도상 양자를 사실상 양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경우(재성질결정에서는 흔할 것이다) 제398조 제3항에 비추어 전체에 제2항을 적용하고 구체적 통제과정에서 복합적 의도를 고려하는 수밖에 없다.


4. 결론

이러한 문제와 그 해결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가령 예상되는 실손해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의 '손해배상액예정' 또는 그러한 '손해배상액의 제한'과 상당한 금액의 '위약벌'을 결합한 경우, 제398조의 당초의 규율의도를 관철하려면 위약벌 중 일부를 손해배상액예정으로 재성질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 근거는 이번에도 위약벌은 논리적으로 초과배상이어야 하고, 그러한 한 당사자는 초과배상을 만듦으로써 위약금으로 성질을 정할 수 있을 뿐, 단순한 이름 붙이기로 위약금의 성질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아마도 입법론적으로는 위약금 구분을 포기하고 위약금 자체를 법관의 통제 하에 두는 쪽이 간명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입법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적절한 통제를 위해서는 당사자의 약정이 어느 정도 내지 어느 부분까지 손해전보에 지향되어 있고 어느 지점부터 이행강제를 목적으로 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손해전보가 끝나야 본래의 의미의 이행강제가 시작된다는 사고는 이때에도 의미가 있다. 이는 간접강제금의 손해산입에 관한 대판 2014.7.24. 2012다49933의 배후에 있는 사고이기도 하다(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병구, 재판자료 제131집).


이동진 교수 (서울대 로스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