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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상급자의 강압적 업무지시와 업무방해죄의 성립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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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직장 내 상급자가 약간(?)의 욕설과 함께 강압적으로 업무를 지시한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것인가? 다수설과 판례는 ‘위력’과 ‘업무’를 넓게 해석하고 있으므로, 상급자의 강압적 업무지시는 일응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여지가 커 보인다.

실무에서는 업무방해죄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왔는데, 최근 모 대기업의 전무가 회의 도중 참석자 일부에게 유리컵을 던지며 욕설을 하였다는 소위 ‘물벼락 갑질’ 사건에서 경찰은 기존 폭행죄와 더불어 업무방해죄로 추가 입건하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 부하직원들을 상대로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폭행이나 협박을 하는 소위 직장 내 ‘갑질’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이에 맞추어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는데, 이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규정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20세기의 ‘꼰대’들을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본 논문의 주제이다.


2.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 및 연혁적인 특징

업무방해죄는 단순한 재산죄가 아닌,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한 사회생활을 보호하는 죄로 이해되는데, 이렇게 사회생활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입법례는 우리나라와 일본 이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행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일본 형법을 계수한 것인데, 일본은 1864년 개정 프랑스 형법을 계수하면서 새롭게 ‘방해’나 ‘위력’이라는 개념을 창설하는 등 구성요건의 범위를 확장하였다.

이러한 연혁적인 문제와 더불어 본죄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함에 있어 이러한 연혁적인 특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이근우, '노동쟁의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의 축소 가능성', 비교형사법연구, 2010, 37면).


3. 상급자의 강압적 업무지시의 업무방해죄 성립여부
가. 문제의 소재 - 관련사건에서 법원의 판단

X은행 Y지점의 기업고객팀장 A는 부하직원인 B에게 대출 관련 신용평가 업무를 지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씨발, 일반 행원 새끼랑 똑같으면 널 어따 써 먹냐, 영업점 스타일로 일을 안 할거면 나가버려”라는 등의 욕설을 하였고, B는 A의 요구대로 기업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서류를 작성하였다.

검찰은 A를 업무상배임과 함께 B의 신용평가업무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하였으나, 제1심은 B가 처리했던 신용평가 업무가 A에 대한 관계에서 온전히 ‘타인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상급자와 하급자의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 상급자의 업무스타일에 따라 하급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7. 9. 29. 선고 2017고합181 등 판결).

항소심은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업무적으로 일방이 타방을 지시하거나 명령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지시나 명령의 내용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8. 3. 28. 선고 2017노3181 등 판결).

나. 하급자의 ‘업무’를 ‘타인의 업무’로 볼 수 있는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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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방해죄는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여기서 사람은 ‘타인’을 의미한다. 다만, 이는 구체적으로 아래 도해와 같이 세 가지 영역을 구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영역은 온전히 자기 업무이므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고, ⓑ 영역은 온전히 타인의 업무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는 데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타인의 업무이면서 자기의 업무이기도 한 ⓒ 영역이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행위의 객체는 타인의 업무이고, 여기서 타인이라 함은 법인 이외의 자연인과 법인 및 법인격 없는 단체”라고 하여(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도663 판결), 업무의 타인성을 요구하고 있다.

생각건대, 문제가 되는 업무에 다른 담당자들이 관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 및 담당주체가 명확하게 구별되기 어렵다면 행위자의 관점에서는 본인의 업무와 다름이 없고,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증거인멸죄나 증인은닉죄에 있어 증거나 증인과 같이 행위객체로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전속적 타인성을 요구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 처벌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리 처벌의 당위성이있다고 하더라도 법문의 가능한 의미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하태훈, '형벌법규의 해석과 죄형법정원칙', 형사판례연구 제11권, 2003, 19, 20면).

다. 하급자에게 강압적으로 업무지시를 한 것이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례는 위력의 범위를 굉장히 넓게 해석하면서 대부업체 직원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휴대전화로 수백 회에 이르는 전화공세를 한 경우도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도8447 판결). 일본 판례 중에는 백화점 식당에 줄무늬 뱀 20마리를 뿌린 사안과 카바레 객석에서 소의 내장을 구워 냄새가 퍼지도록 한 사안에서 위력을 인정한 것이 있다.

그러나, 실제 업무 처리 과정에서 상급자와 하급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그러한 경우 상급자의 소통방식이나 업무처리 방식의 부적절성과는 별개로 이에 대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은 형벌권의 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큰 점을 고려할 때, 특히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그 성립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라. 강압적 업무지시로 인한 업무방해의 ‘결과’가 필요한지 여부

일본 판례는 업무방해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여 방해의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행위만 있으면 본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다수설과 판례도 같은 입장에서 본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떤 범죄를 위험범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침해범으로 볼 것인지와 관련하여 명확한 기준은 아직 찾아보기 어려운데, 필자는 4단계에 따른 구별방법을 제시한다.

(i) 1차적으로 ‘범죄의 형태’에 따라 구별을 하되, 살인죄, 상해죄, 절도죄 등은 형태상 침해범, 현주건조물방화죄, 위증죄, 무고죄 등은 형태상 (추상적)위험범으로 해석하고, (ii) 2차적으로 ‘규정의 문언해석’에 따라, 범죄 구성요건이 결과의 발생을 요구하고 있는지 파악하며, (iii) 3차적으로 ‘미수범 처벌규정’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것이 존재한다면 침해범으로 보되, 다만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미수단계 자체를 상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므로 위험범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iv) 마지막으로 구성요건적 행위는 있으나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이를 ‘처벌할 필요성 내지 당위성’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업무방해죄는 침해범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입법론적 측면에서 과거 노동운동을 광범위하게 제약하기 위하여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도입한 일본에서도 이를 침해범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마. 다른 범죄와의 관계

문제가 되는 업무의 주체가 법인인 경우,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강압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그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고(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업무의 타인성이 인정되지 않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해악을 고지하였다면 폭행죄나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형법 제260조 제1항, 제261조, 제283조 제1항).

나아가 상급자가 폭행 또는 협박으로 하급자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경우에는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고(형법 제324조 제1항), 행위자가 공무원이라면 폭행이나 협박 또는 위력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형법 제123조).


4. 마치며

현대 위험사회에서 형법은 추상적 위험범의 확대, 형벌의 엄벌화, 특별형법의 비대화를 그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사회에서의 위험형법이 갖는 특징들은 소위 갑질 사회라고 불리는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각종 특별형법의 양산과 엄벌화만이 사회문제 해결의 능사는 아니며, 형법의 보충성, 최후수단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경우에도 형벌의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하태훈, '법치국가에서의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과제', 고려법학, 2011, 41면). 특히 그 탄생부터 문제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유사한 행위에 대하여 폭행죄, 협박죄, 강요죄, 직권남용죄 등 다른 구성요건이 적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 그 중에서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그 적용 및 해석에 있어서도 제한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 위 내용은 필자의 “상급자의 강압적 업무지시와 업무방해죄의 성립여부”,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63호, 2019. 6.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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