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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일본의 형 일부 집행유예와 한국에서 도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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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형법 개정으로 2016년 6월 1일부터 일죄의 일부에 대해 집행유예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있고 대법원 판결도 있었지만, 양형의 유연성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관점에서 실무가들에게 소개한다. 참고로 독일은 형 일부 집행유예를 부정하나,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는 허용하고 있다.



1. 일본 형법에서 형 일부의 집행유예
[형법 제27조의2 형 일부의 집행유예]
다음에 해당하는 자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를 받을 경우, 범정의 경중 및 여러 정상을 고려하여, 재범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그 형의 일부를 집행유예할 수 있다.
1) 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적이 없는 자
2) 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더라도, 그 형의 전부를 집행유예 받은 자
3) 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더라도,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을 면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은 자

[형법 제27조의4 형 일부의 집행유예의 필요적 취소]
다음에 해당하는 경우 형 일부의 집행유예 선고를 취소해야 한다. 다만 제3호의 경우, 유예 선고를 받은 자가 제27조의2 제1항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 그렇지 아니하다.
1) 유예 선고 후 다시 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2) 유예 선고 전 범한 다른 죄에 관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3) 유예 선고 전에 다른 죄에 관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형의 전부에 관해 집행유예가 선고되지 않은 것이 발각된 경우

[형법 제27조의5 형 일부의 집행유예의 재량 취소]
다음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 일부의 집행유예 선고를 취소할 수 있다.
1) 유예 선고 후 다시 죄를 범해, 벌금형을 받은 경우
2) 제27조의3 제1항에 의해 보호관찰이 붙은 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지키지 않은 경우

일본은 금고 형 이상의 실형을 받지 않았거나, 받았더라도 5년이 경과한 사람에 대해 형 일부의 집행유예를 허용하고 있다. 법원 판결 주문은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그 형의 일부인 징역 6월의 집행을 2년간 유예한다”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즉 이 경우 피고인은 교도소에서 1년 6개월을 복역한 후 사회로 나와 2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으면서 재범을 저지르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남은 6개월의 형을 면제받게 되는 것이다.

형 일부 집행유예는 피고인의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법원에서 탄력적으로 형을 정할 수 있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과 조속한 사회복귀라는 형사정책의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제도로 여겨져 도입되었다. 특히 마약범죄자가 조기에 출소하여 사회생활을 하면서 치료받고 갱생하는데 적합하다고 보아 제도 시행 직후에는 일부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의 대다수가 마약범죄였다. 아직 제도 시행 초기여서 그 성과에 대한 연구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긍정론을 펴는 일본 학자들은 시설 내 처우(교도소)와 사회 내 처우(보호관찰)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범죄자의 갱생을 도모할 수 있고, 종전에 실형과 집행유예 사이의 미묘한 수준에 있는 범죄에 대해 일부 집행유예를 적용하여 보다 자유로이 양형을 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 현행 우리 형법상 일부 집행유예의 가능성

우리 형법 제62조 제2항에서는 '형을 병과할 때는 그 형의 일부에 대하여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해석상 다소 모호한 점이 있다. 


이에 따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하나의 단일형에 대해 일부 집행유예를 허용하기도 하였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06. 11. 9. 선고 2006노89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8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위 형 중 징역 1년에 한하여 3년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판결 이유 - 일부 집행유예의 필요성]
집행유예제도의 본래 취지가 피고인이 교도소 내의 하위문화와 접촉하는 것을 방지하고 피고인이 본인의 자유와 책임하에 규범합치적으로 생활을 하도록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데 있는 것인데, 일부집행유예를 인정하게 되면 이러한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벌의 목적이 피고인의 재사회화에만 있는 것이 아님은 물론 형의 일부만 집행을 유예한다고 하여 위와 같은 집행유예제도의 취지에 반드시 반한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응보, 일반예방, 특별예방 등 형벌의 다른 목적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부집행유예가 피고인과 사회를 위하여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는 것이 합목적적일 것이다. 특히 특별형법에 있어서 법정형의 하한이 지나치게 높아 최대한 감경을 하더라도 선고형이 2년 이상이 되는 반면 죄질은 선고형 전부의 실형을 정당화할 만큼 무겁지 않아 그대로 전부 실형을 선고하기에는 피고인에게 너무 가혹하고, 반대로 구금을 통한 형벌 목적의 달성 없이 바로 집행유예로 석방하기에는 부적절한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선고형의 형기가 3년으로서 장기여서 일부집행유예의 필요성은 그만큼 더 크다. 과거 실무상 일부집행유예를 하지 않으면서 미결구금일수를 조절하여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려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구속의 요건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것일뿐 아니라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피고인에 대하여 사실상 형을 집행하겠다는 것이어서 정당화 될 수 없다. 또한, 미결구금이 형벌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순기능을 하였다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일부집행유예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부집행유예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만도 아니다. 일부집행유예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법관은 선고형 전부에 대하여 실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형법 제62조 제1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1년 6월의 징역형 중 1년의 형에 한하여 3년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한다.

한편 대전고등법원에서는 두 개 이상의 자유형 중 하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하였다.

[대전고등법원 2000. 9. 22. 선고 2000노337 판결]

[주문] 피고인을 판시 제1의 가, 판시 제2의 가, 나의 죄들에 대하여 징역 2년 6월에, 판시 제1의 나, 판시 제2의 다, 판시 제3의 죄들에 대하여 징역 3년 6월에 처한다.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77일을 판시 제1의 나, 판시 제2의 다, 판시 제3의 죄들에 대한 위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 후 판시 제1의 나, 판시 제2의 다, 판시 제3의 죄들에 대한 위 형의 집행이 종료되는 날부터 4년간 판시 제1의 가, 판시 제2의 가, 나의 죄들에 대한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한다.

[퍈결 이유]
형법 제62조 제2항은 '형을 병과할 경우에는 그 형의 일부에 대하여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병과'라 함은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단서에서 보듯이 종류가 같은 여러 개의 형을 함께 선고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지, 반드시 형법 제124조, 제125조, 제128조, 산림법 제118조 제1항 후문 등 개별 형벌 법규나 형법 제38조 제1항 제3호 등에 의하여 서로 다른 종류의 형들이 함께 부과되는 경우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만일 형법 제62조 제2항이 서로 다른 여러 개의 형을 동시에 과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형법 제37조 후단과 제39조 제1항에 따라 징역형과 금고형이 동시에 선고되는 경우에도 형법 제62조 제2항이 적용된다고 아니 볼 수 없는바, 이러한 경우와 2개 이상의 징역형 또는 2개 이상의 금고형이 같이 선고되는 경우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으며, 범위를 더욱 좁혀 형법 제62조 제2항이 자유형과 그 이외의 형들을 병과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집행유예는 어차피 자유형에만 붙일 수 있는 것이어서, 이러한 규정을 따로 둘 아무런 이유가 없으므로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에 따라 두 개 이상의 형을 동시에 선고하는 경우에도 같은 법 제62조 제2항에 따라 그 중 일부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에서는 단일 자유형에 대한 집행유예를 부정하고 있으며(대법원 2006도8555 판결), 두 개 이상의 자유형 중 하나에 대한 집행유예는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0도4637 판결).


3. 결론

형사 사건 가운데에는 실형을 선고하자니 형이 무거운 것 같고 집행유예를 하자니 형이 가벼운 것처럼 느껴지는 사안이 있다. 판사도 양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겠지만, 양형 기준이나 선례가 있어 양형 판단에 제약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형의 일부 집행유예가 인정된다면, 초범이나 전과가 많지 않은 사람에 대해 실형의 응보적 효과와 집행유예의 사회적응 효과를 모두 가질 수 있는 구체적 타당성이 높은 양형 판단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김화철 변호사 (법무법인 유로)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