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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 대중가요의 성격

- 결합저작물인가 공동저작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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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가요곡 등의 대중음악은 작곡가의 창작 부분인 ‘악곡’과 작사가의 창작부분인 ‘가사’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가사를 수반하는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악곡과 가사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즉 결합저작물로 볼 것인지 공동저작물로 볼 것인지 문제로 된다. 저작권법은 공동저작물을,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저작권법은 공동저작물에 대하여 특별한 법적 취급을 하고 있어서, 복수의 사람이 관여하여 외견상 단일한 저작물로 보이는 저작물이 창작된 경우 이를 공동저작물로 볼 것인지 결합저작물로 볼 것인지는 해당 저작물의 이용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얼마 전 어느 프로야구 구단이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 21개 대중가요 원곡의 가사를 개사하거나 곡을 편곡하여 야구장에서 응원가로 사용한 것이 저작인격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로 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2. 18. 선고 2018가합516867 판결은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 21개 대중가요 모두를 일률적으로 결합저작물이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 음악저작물, 특히 대중가요의 경우 이를 일률적으로 결합저작물로 볼 것인지는 의문이다.


2. 공동저작물의 성립요건
가. 공동창작의 의사

공동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 창작에 관여한 저작자들 사이에 그 저작물을 공동으로 창작한다고 하는 의사가 존재하여야 하는가, 즉 공동창작의 의사를 요하는가. 우리 저작권법은 공동저작물의 성립요건으로 공동창작의 의사를 명문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은 “2인 이상이 공동창작의 의사를 가지고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공동의 기여를 함으로써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을 창작한 경우 이들은 그 저작물의 공동저작자가 된다. 여기서 공동창작의 의사는 법적으로 공동저작자가 되려는 의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창작행위에 의하여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을 만들어 내려는 의사를 뜻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공동창작의 의사를 요한다는 입장에 서고 있다.

다만, 공동창작의 의사는 반드시 시간적 동시성과 장소적 밀접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상이한 시간과 장소에서도 공동저작자들이 공동창작의 의사를 가지고 각자 맡은 부분의 창작을 함으로써 각자의 기여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저작물이 창작된다면 족하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08. 12. 30. 선고 2007가합5940 판결).

나. 입법례와 해석론

저작권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국제조약이라고 할 수 있는 베른협약과 프랑스, 미국의 저작권법은 악곡과 가사의 관계를 공동저작물로 취급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가사와 악곡의 관계를 결합저작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그러나 강력한 반대론도 있다. “가사를 수반하는 악곡의 창작과정이나 거래의 실태를 고려하면, 악곡에 수반한 가사는 음악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의 저작권 사용료 분배의 실무에서는 가사가 없는 가라오케용 녹음물의 사용료도 작사자에게 분배하고 있다”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가사와 악곡을 공동저작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만화저작물의 경우에도 글과 그림의 관계를 공동저작물로 볼 것인지 결합저작물로 볼 것인지 문제가 된다. 그런데 하나의 만화저작물을 이루는 글과 그림의 경우도 사실상 분리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유명한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사건에서도 글 작가와 그림 작가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는데, 결국 글 작가는 자신이 작성하였던 글 부분에 다른 그림 작가를 섭외하여 새로 그림을 그리고, 그림 작가 역시 자신이 작성하였던 그림 부분에 다른 글 작가를 섭외하여 새로 글을 작성하여 넣음으로써 각각 별개의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출판한 사례가 있었다. 이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만화에 있어서 글과 그림은 굳이 하고자 한다면 분리이용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만화저작물을 공동저작물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있다. 이 판결에서는 2인 이상이 관여하여 하나의 저작물을 작성하는 경우 그 저작물이 2차적저작물이 될 것인지, 아니면 공동저작물이 될 것인지 여부는 공동저작물의 성립요건들, 즉 그 참가자들 각자의 의사, 각자의 창작적 기여 유무, 공동의 창작행위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한 후, 미리 작성된 스토리에 기초하여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작성된 만화저작물을 공동저작물로 판단하고 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08. 12. 30. 선고 2007가합5940 판결).

다. 소 결

대부분의 대중가요는 창작 당시부터 ‘악곡’과 ‘가사’가 하나로 이용될 것을 전제로 창작되며, 분리되어 이용될 것을 전제로 하여 창작되지는 않는다. 대중가요의 악곡은 클래식 음악처럼 악곡만의 연주곡 형태로 이용할 것을 전제로 창작되는 것이 아니며, 가사 역시 시나 시조와 같이 읽기나 낭독의 형태로 이용하는 것을 전제로 창작되는 것이 아니다. 가사가 먼저 만들어지고 여기에 곡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작곡가와 작사가는 서로 상의하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것이 보통이며, 그러한 의견 교환에 따라 각자의 창작 부분에 대한 수정·증감을 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특히 작사자가 작곡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신의 작사 부분을 수정·증감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대중가요의 경우 작사자가 작곡가의 창작에 창작적으로 기여하며, 작곡가도 작사자의 창작에 창작적으로 기여하는 등, 서로가 상대방의 창작 부분에 대하여 일정한 정도 창작적으로 기여를 함으로써 하나의 대중가요가 창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이런 과정을 거쳐 창작된 대중가요의 실제 이용현장에서의 상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음악저작물, 특히 거의 모든 대중음악을 신탁관리하고 있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이하 ‘협회’) 역시 앞서 본 일본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JASRAC)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 대중가요를 사실상 공동저작물로 취급하여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협회는 대중가요를 수정·변형하여 만들어진 2차적저작물을 협회에 신탁하고자 할 경우, 개작동의서를 받아 신탁관리 저작물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때 원래의 대중가요에서 가사만 변형한 경우라도 작곡가의 개작동의서까지 받아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 대중가요 원곡의 연주곡 버전(이를 INST라고 한다), 즉 가사를 제외한 연주곡 버전이 있더라도 별도로 그 연주곡을 따로 등록하지 않는 이상 그 연주곡은 원곡에 포함되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나아가 감상자의 입장을 살펴보자. 기존의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 원곡을 알고 있는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설사 연주곡만이 연주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연주곡과 함께 가사를 흥얼거리고 음미하게 된다. 반대로 대중가요 가사집과 같이 악곡을 제외한 가사만을 기록해 놓은 경우에도 그 가사를 보는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가사와 함께 악곡을 음미하거나 악곡까지 포함하여 흥얼거리게 된다. 이처럼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 대중가요를 굳이 악곡과 가사로 분리하여 이용한다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고, 실질적으로 악곡과 가사는 설사 그 중 하나만을 분리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하나가 자동적으로 감상되는 관계에 있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보면, 악곡과 가사가 절대적으로 분리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추어 분리하여 이용하는 것이 부적절하거나 분리이용이 일반적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또는 분리하여 이용할 경우 저작물을 그 원래 목적대로 이용할 수 없거나, 저작물의 본래적 가치가 현저히 훼손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경우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맺으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 대중가요는 공동저작물로 보는 것이 현실에 더 부합한다. 더구나 하나의 저작물의 작성에 복수의 저작자가 관여한 경우 각 저작자의 기여분의 분리이용 가능성은 해당 저작물마다 구체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지, 저작물의 종류에 따라 모든 음악저작물은 악곡과 가사의 결합저작물이고 모든 만화저작물은 글과 그림의 공동저작물이다 하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정할 문제는 아니다. 이런 점에서 위에서 본 야구장 응원가 사건에서처럼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 대중가요는 모두 결합저작물이라고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승종 교수(홍익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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