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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기피신청사건의 처리절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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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제기

2018. 12. 27. 헌법재판소는 형소법 제405조에 대해 재판청구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2015헌바77). 이 결정의 입론과정에 대해 특별히 첨언할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헌재결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법관에 대한 기피신청 처리절차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할 점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위 헌재결정의 사건개요를 본다.

갑은 정통망법위반죄(명예훼손)로 기소되어 단독판사의 재판을 받던 중 기피신청을 하였다. 재판장은 간이기각결정을 하였고[1심], 결정문은 금요일에 송달되었다. 갑은 이어진 화요일에 즉시항고를 하였다. 서울중앙지법은 형소법 제405조의 즉시항고기간 3일을 도과하여 항고권이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즉시항고를 기각하였다[2심]. 갑은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하였으나 기각되었고[3심], 대법원에 재항고하면서[4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여기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갑의 기피신청사건에 대한 처리가 4심의 심급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단독판사의 결정(1심)에 대한 심급은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2심), 대법원(3심)을 거친다. 그런데 단독판사의 간이기각결정에 대해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의 4심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이례적인 4심 절차는 어떻게 해서 가능한가?


2. 기피신청을 제기해야 할 상대방

형사소송법은 기피신청 제기절차를 합의법원의 법관과 개별 법관으로 나누어서 규정하고 있다. 합의법원의 법관에 대한 기피는 그 법관의 소속 법원에 신청해야 한다(형소법 제19조 1항 전단). 이 때 ‘합의법원의 법관’은 특정 합의부(M재판부)를 구성하는 개별 법관을 말하며, ‘소속 법원’은 소송법적 의미의 법원(M재판부)을 말한다(실무제요 형사I, 75면).

수명법관, 수탁판사 또는 단독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은 당해 법관에게 해야 한다(형소법 제19조 1항 후단). 수명법관이나 수탁판사는 1인의 개별 법관(K판사)이다. 단독판사는 단독판사 관할사건의 재판장이며, 합의부와 마찬가지로 수소법원을 이룬다. 그러나 형소법 제19조 1항 후단은 기피신청과 관련하여 단독판사를 수명법관이나 수탁판사와 동일하게 개별 법관(K판사)으로 취급하고 있다.

형소법 제19조 1항 후단은 합의부를 구성하는 법관 가운데 ‘재판장’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합의부 재판장이 개별 법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재판장은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 피고인의 소환, 구인, 동행명령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다(형소법 제80조 전단 참조). 개별 법관(K판사)으로서의 합의부 재판장에 대한 기피신청은 수명법관과 마찬가지로 당해 법관인 재판장에게 신청해야 한다고 본다. 형소법 제416조 1항은 ‘재판장’이 기피신청을 기각하는 재판을 한 경우를 준항고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개별 법관(K판사)인 재판장에 대해 기피신청이 제기된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3. 기피신청사건의 처리절차
(1) 기피신청에 대한 형식심사

기피신청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신청사건과 달리 형식심사에 대한 판단과 실질심사에 대한 판단이 절차상 분리되어 있다. 입법자가 기피신청의 형식심사에 대해 특별히 간이기각결정의 단계를 설정한 이유는 기피신청의 남용과 소송진행의 정지를 방지하기 위함이다(L?we-Rosenberg, StPO, 23. Auflage §26a Rn2).

기피신청이 (가) 3일 이내에 서면으로 소명되지 않거나, (나)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때에는 기피신청을 받은 합의법원(M재판부) 또는 개별 법관(K판사)이 결정으로 이를 기각한다(형소법 제20조 1항). 간이기각결정은 적법·부적법에 관한 형식요건을 심사하는 것이므로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A판사)이 참여한 가운데 합의법원(M재판부)이 심사하거나 기피신청을 당한 개별 법관(K판사)이 심사하더라도 사법판단의 제3자성을 해치지 않는다. 기피신청의 적법·부적법을 판단하는 동안에는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A판사)이 참여한 합의법원(M재판부)이나 개별 법관(K판사)의 소송진행은 정지되지 않는다(형소법 제23조 2항 본문). 또한 즉시항고로 불복하더라도 집행정지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형소법 제22조 본문).

(2) 기피신청의 실질심사

기피신청에 대한 이유 유무의 실질심사는 기피당한 법관의 소속 법원 합의부에서 결정으로 한다(형소법 제21조 1항). 이 경우 ‘소속 법원’은 국법상 의미의 법원이다. 그런데 지방법원 지원의 합의부 법관에 대한 기피를 지방법원과 지방법원 지원 중 어느 법원의 합의부가 재판해야 할 것인지 문제된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법원조직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법원조직법 제32조 1항은 ‘지방법원과 그 지원의 합의부’의 관할사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제5호는 ‘지방법원판사에 대한 제척·기피사건’을 들고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가) 지방법원과 지방법원 지원에는 제척·기피사건을 담당하는 합의부가 각각 설치되어 있으며, (나) 이 합의부가 각각의 소속 지방법원판사에 대한 제척·기피사건을 심판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피신청 담당 합의부(N재판부)의 재판에는 기피당한 합의부(M재판부) 소속 법관(A판사)이나 개별 법관(K판사)은 결정에 관여하지 못한다(형소법 제21조 2항). 기피신청 담당 합의부(N재판부)가 기피신청에 대한 이유 유무의 심사에 임하게 되면 기피당한 법관(A판사)이 소속한 합의부(M재판부)나 개별 법관(K판사)은 소송진행을 정지해야 한다(형소법 제21조 본문). 다만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예외이다(동조 단서). 기피신청 담당 합의부(N재판부)는 이유 유무에 대한 심사를 거쳐 결정으로 기피신청을 인용하거나 기각한다(형소법 21조 1항).


4. 기피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불복방법

기피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할 수 있다(형소법 제23조 1항). 형소법 제23조를 보면 즉시항고의 대상에는 모든 기각결정이 포함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별 법관(K판사)이 내린 간이기각결정에 대한 불복방법은 형소법 제416조의 준항고이며, 관할법원은 개별 법관(K판사)이 소속하는 국법상 의미의 법원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준항고는 개별 법관이 내린 재판(명령)에 대해 그 법관 소속의 법원에 제기하는 불복방법이다. 형소법 제416조 1항은 '재판장 또는 수명법관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재판을 고지한 경우에 불복이 있으면 그 법관 소속의 법원에 재판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소속 법원’은 국법상 의미의 법원을 가리킨다. 이러한 해석의 근거는 형소법 제416조 2항이 “지방법원이 '준항고'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합의부에서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준항고가 제기되면 국법상 의미의 법원에 설치된 합의부가 결정으로 판단한다. 즉시항고와 마찬가지로 준항고 제기기간은 3일이다(형소법 제416조 3항).

형소법 제416조 1항 1호는 준항고의 대상으로 ‘기피신청을 기각한 재판’을 들고 있다. 여기에서 기피신청을 기각한 재판은 개별 법관(K판사)이 내린 간이기각결정(형소법 제20조 1항)이다. 앞에서도 검토한 바와 같이 이 간이기각결정의 주체에는 재판장, 수명법관 이외에 수탁판사와 단독판사가 모두 포함된다. 요컨대 개별 법관(K판사)이 내린 간이기각결정에 대해서는 형소법 제416조 1항에 따라 준항고의 형식으로 불복해야 한다.


5. 헌재결정문의 사정(射程) 범위

기피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심급절차는 (가) 합의부(M재판부)가 간이기각결정을 내린 경우, (나) 기피신청 담당 합의부(N재판부)가 이유 없음을 이유로 기각결정을 내린 경우, (다) 개별 법관(K판사)이 간이기각결정을 내린 경우의 세 가지로 나누어 고찰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와 (나)의 경우는 합의부 결정이므로 심급절차는 지방법원(지원 포함) 1심, 고등법원, 2심, 대법원 3심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에 대해 (다)의 개별 법관(K판사) 간이기각결정에 대해서는 개별 법관 1심, 지방법원(지원 포함) 2심, 고등법원 3심, 대법원 4심의 순서로 진행된다. 본고의 평석대상이 된 2015헌바77 헌재결정의 사건개요는 이러한 심급 진행의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2015헌바77 헌재결정문을 보면 단독판사를 ‘재판장’, 간이기각결정에 대한 불복을 ‘즉시항고’로 각각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피고인 갑이 제기한 것은 형소법 제405조의 즉시항고가 아니라 형소법 제416조의 준항고이다. 4심의 절차진행 가운데 갑은 단독판사의 간이기각결정(1심)에 불복할 때 3일의 제소기간을 도과하고 있다. 그리고 갑은 이 제소기간 제한을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갑이 문제 삼은 것은 형소법 제416조 3항이 규정한 3일이다.

2015헌바77 헌재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조항을 ‘형사소송법 제405조’로 적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기피신청 처리절차가 4심의 심급으로 진행되었음을 확인하였다면 심판대상 조항을 형소법 제416조 3항으로 적시하거나 아니면 형소법 제405조와 형소법 제416조 3항을 함께 적시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였을 것이다.

위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05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1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주문을 선고하였다. 4심의 사실관계와 결합하여 이 주문의 의미를 새긴다면 2015헌바77 헌법불합치결정의 사정(射程) 범위는 형소법 제405조를 넘어 형소법 제416조 3항에까지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19년 12월 31일까지 입법자는 형소법 제405조뿐만 아니라 제416조 3항도 함께 개정해야 할 것이다.


신동운 교수 (인하대 로스쿨 초빙)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