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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세법상 다단계 행위의 재구성의 한계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4두4141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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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판결의 소개

1. 사실관계의 요지
선박부품의 제조 및 판매업을 목적으로 하는 A는 원고의 아버지가 경영하고 있다. 한편, 원고는 2005년 건설업을 목적으로 하는 B를 설립하여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다. A는 2006. 1. 1. 자신의 영업 및 설계부서를 B에 이전하였고, 이후 B는 A 등의 영업 및 설계 등을 대행하면서 거래금액의 5%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A는 2008. 9. 1. B를 흡수 합병하였는데, 원고는 A의 주식을 합병신주로 교부받음에 따라 A에 대한 지분이 종전보다 증가하였다. 피고는 B의 설립 이후 이 사건 영업양도 및 합병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행위들을 통하여 원고가 실질적으로 A의 기존 주주들로부터 지분 증가분을 무상으로 교부받은 것이라고 보아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3년 1월 1일 법률 제116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 제2조 제3, 4항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은 회사 설립, 사업 양도, 합병 등 행위는 서로 연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이들 행위와 피고들이 연속된 하나의 거래라고 본 지분 이전 행위는 그 태양이나 성격이 전혀 다른 점, B는 설립 직후부터 실제로 사업을 수행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기도 한 점, 두 회사 모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영업양도의 필요성이 있었던 점, 이후 A는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업무의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위하여 B를 흡수 합병한 점 등을 들어 이 사건에서 증여세 과세대상인 ‘증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반면 2심은, B가 건설업을 위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선박제품과는 무관하고 A의 계열사 중에는 영업부서나 설계부서를 이전할 수 있는 관련 회사들이 여럿 있었던 점, A의 위기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전된 부서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거나, 이전된 부서의 가치나 위 영업양도로 인하여 B가 얻은 경제적 가치를 0원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무상 영업양도 이후 합병까지의 일련의 행위’는 증여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거의 그대로 원용하면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II. 구 상증세법 관련 규정에 대한 이해
1. 구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의 취지

2003. 12. 30. 개정시 포괄적 증여 개념에 관한 구 상증세법 제2조 제3항(현재는 제2조 제6호)의 신설로 인하여 이른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었다. 위 규정 자체만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 당시에도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이 글에서는 일단 이를 생략하고 긍정하는 오늘날 일반적 견해에서 논의를 이어간다.

2.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의 취지

한편, 마찬가지로 2003. 12. 30. 개정시 신설된 상증세법 제2조 제4항(2013년 1월 1일 개정시 제4조의2로 독립하여 나왔다가 2015년 12월 15일 개정시 삭제)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증여의 효과를 달성하면서도 부당하게 증여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서, 실질과세의 원칙에 입각한 것이다(대법원 2015두3270 판결 등).

3.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의 해석 방법

기본적으로 사법상 적법·유효한 거래는 세법상으로도 이를 존중함이 마땅하다. 다만 조세의 형평을 현저히 해하는 방식의 거래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형식을 깨뜨리고 실질을 보자는 것이 위 조문의 취지이다. 그렇다면, 위 조문을 적용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과세당국으로서는 수많은 행위 내지 거래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본 다음 세금이 절감된 것으로 보이는 조합을 선택하여 과세할 수 있다. 반면 납세자로서는 끊임없이 행위 내지 거래를 해 나가게 마련인데 그 와중에 어느 것들이 조합되어 과세될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위 조문이 비록 명시적으로 조세 회피 목적의 존재를 요건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판례도 기본적으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고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 위험을 부담한 데 대한 보상 뿐 아니라 당해 거래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당사자의 행위 또는 외부적 요인 등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최종적인 경제적 효과나 결과만을 가지고 쉽게 직접 증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거나(대상판결이 인용한 2015두3270 판결),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의 법적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재산 이전의 실질이 직접적인 증여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그 거래형식을 취한 목적이나 경위, 조세 부담의 경감 외에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각각의 거래 또는 행위 사이의 시간적 간격, 그러한 거래형식을 취한데 따른 손실 및 위험부담의 가능성 등 관련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15두46963 판결)고 하고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조문의 해석 방법에 비추어 여기서 합리적 이유라는 것은 사후적으로 보아 그 개별 행위 내지 거래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가장 합리적이었다는 점이 제3자가 납득할 수 있는 정도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로서는 당시 세금과 무관한 별도의 이유가 있었고 그 개별 행위 내지 거래가 상정 가능한 옵션 중 하나였다는 정도의 설명만 하면 충분하다. 이를 넘어 처음부터 오로지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은 과세관청에 있고, 그러한 명백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형식을 존중함이 마땅하다.


III. 본 사안에 대한 분석

하급심이 파악한 모든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앞서 논의한 기준 및 판례에 따라 이를 재평가해보고자 한다.

1. 거래형식을 취한 목적이나 경위, 합리적 이유

우선 A는 예금채권의 가압류로 영업활동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고, B는 해외 건설사업의 부진으로 적자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당시 A의 위기가 일시적이었다는 것도 사후적 판단일 뿐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자로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가능한 옵션을 생각할 수 있고 1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관계사를 통한 영업·구매 대행은 효율성 향상을 위하여 널리 이루어지고 있는 방식이다. 실제 위 영업양도 이후 두 회사의 순이익은 점증하였고, 다행히 위기를 벗어난 상황에서 제조 업무와 영업 및 설계 업무를 통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역시 경영자가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2심의 설시는 사후적 평가나 추정에 기반하여 원고가 위 영업양도 이후 일련의 행위의 불가피성을 납득할 정도로 설명하고 있는지를 찾고 있다고 보인다.

2. 시간적 간격

위 영업양도와 두 회사 간 거래 및 합병은 약 2년 8개월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이루어졌다. 오로지 증여세를 회피하면서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물려줄 목적으로 영업양도와 합병을 기획하기에는 다소 긴 시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아가 행위자들이 위 영업양도 당시 이후 합병까지 계획 내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3. 손실 및 위험부담의 가능성

위 영업양도 이후 일련의 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손실이나 위험을 부담할 가능성이 발생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4. 기타

피고는 위 일련의 행위를 A의 기존 주주가 원고에게 A의 신주를 무상으로 교부한 것으로 재구성한 결과, 합병 후 A의 주식평가액 중 원고의 증가된 지분 부분을 증여이익으로 보았다. 그러나 논리 구성과는 별개로 1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이는 증여자가 수증자에게 기여한 증여이익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B회사의 기업가치에는 B의 기여분이나 외부 요인을 포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발생한 행위 내지 거래를 무리하게 단순화하다 보니 발생하는 결과이다.


IV. 결론

지금은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에 대한 상증세법 제45조의3이 신설되어 두 회사 간 거래에 관하여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그 도입 이전인 본 사안에서는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에 근거하여 거래를 재구성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판단된다. 비록 위 조문은 현행 상증세법에서 삭제되었지만, 이와 거의 동일한 조문이 현행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에 존재하면서 국세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 원리가 되어 있다. 위 조문의 적용 여부가 문제될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주헌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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