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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대한항공 주주총회의 조양호 회장 이사선임의안 부결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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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항공 주주총회의 상황

2019년 3월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가 조양호 회장의 이사선임의안이 부결하여 20년 넘게 대표이사로서 대한항공을 이끌던 그가 이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의 이사선임의안이 부결된 데에는 그의 횡령 혐의 등과 가족들의 불미스러운 처신이 크게 그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국민연금이 그 배경에 눈길을 돌려 이 의안의 부결을 이끌어 내었다.

연금이 그런 쪽으로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의안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이 64.1%로 과반수를 훨씬 넘었다. 그랬으나 이 회사 정관에 이사선임의안의 결의요건이 출석주식수의 3분의 2찬성으로 규정되어 있어 그에 조금 못 미치는 득표를 하는데 그쳐 부결 처리되었다. 이 의안에 반대한 약 35% 주주는 연금 11.7%, 외국인 주주(20.5%) 중 일부, 소액주주(34.5%) 일부이다.

연금이 2017년부터 여러 회사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의안에 반대하는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였으나 대표이사로 될 이사선임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이번 조 회장 이사선임의안이 처음이다. 연금이 비로소 위세를 보였다. 이제 다른 회사들도 연금의 움직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조 회장 이사선임의안이 부결된데 대하여 두 가지 문제점을 들어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는 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적정한지 여부이고, 둘째는 이 회사 정관에 이사선임의안의 결의요건을 출석주식수의 과반수가 아니라 출석주식수의 3분의 2이상으로 가중하여 놓은 것이 적법한지 여부이다.


2.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가 적정하였는지 여부

연금은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조성된 기금이다(국민연금법 제1조). 국민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고, 장애인을 돌보며, 질병에 대처할 수 있게 하여 주려는 것이 그 목적인 것이다. 연금의 자산규모는 현재 6백수십조원에 달한다. 이를 정부(주무부서; 보건복지부장관)의 감독 아래 의결기관인 연금심의위원회와 집행기관인 연금공단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연금의 자산은 주로 가입자들이 납입한 납입금이다. 연금의 자산은 정부의 자산이 아니라 그 명칭대로 국민의 자산이다. 이에 운영자들은 수탁자로서 연금의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오로지 안전성과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운영하여야 한다. 정부의 정책수행에 이용하거나 기타 본연의 목적 이외의 목적을 위하여 이를 이용하여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담당자들인 위 위원회의 위원들, 공단의 임원들은 경제와 금융전문가들을 주축으로 구성하여야 한다. 현재 그렇지 않다. 정치권의 인사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위원, 임원이 장기간 공석인 경우가 잦다. 운영자들이 기금을 적정하게 운영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가 수탁자로서의 임무를 소홀이 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연금의 자산 중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포함하여 굴지의 회사발행주식이 상당량을 점하고 있다. 발행주식 5%이상을 연금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수가 무려 2백9십여개나 된다. 연금공단이 2016년까지는 이들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임원선임의안에 영향을 미칠 의결권행사를 어쩌다 한번 하는데 그쳤다. 그러다가 2016.12.19. 공단이 수탁자수칙(stewardship code)을 제정하여 공표하고(박정구,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한양법학 제28권 제7집, 김택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활동” 상사판례연구 31집), 이 수칙에 의거 2017년도에 들어 종종 이들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그런 의안에 영향을 미칠 의결권행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담당자들에 대한 불신으로 공단이 적정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조 회장 선임의안에 대한 의결권행사의 적정 여부를 살펴본다.

앞서 조 회장 선임의안에 대한 부결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그 배경을 참작하여야 하겠지만 그보다 조 회장의 경영능력에 더 비중을 두어 의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조 회장은 선대에 이어 20여년간 대한항공을 이끌어왔다. 그 사이 대한항공의 자산을 3배 불리고 6년 연속 항공화물 실적 세계 1위에 오르게 하였다. 작년 매출을 전년대비 7%나 늘리어 12조6500억원을 올렸다. 대한항공을 굴지의 세계적 항공사로 키워놓았다. 공단의 의결권행사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3. 다수결의 원칙에 대한 이해

다수결의 원칙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기초하였고 제3대 대통령을 역임한 Thomas Jefferson이 일찍이 “다수결의 원칙은 모든 단체의 의사결정에 관한 자연법이다”라고 이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다수란 단순과반수(재적회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회원 과반수 찬성)이다(박찬주, '토론종결과 가중다수결', 대한변호사협회, 인권과 정의, 2012.9월호, 동 2012.11월호). 단체의 의사결정을 위한 결의요건으로는 단순과반수, 그보다 완화된 종다수, 그보다 가중된 가중과반수(재적회원 과반수 찬성, 재적회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회원 3분의 2이상 찬성 등)가 있는데, 단순과반수는 이들 중 하나가 아니라 이들 중 기준이 되는 결의요건인 것이다. 국회의 기준이 되는 결의요건도 단순과반수라고 헌법 제49조에 명시되어 있다.

의안은 결의요건을 기준으로 보통의안과 특별의안으로 분류된다. 결의요건이 단순과반수인 의안이 보통의안이고, 그 요건이 가중과반수인 의안이 특별의안이다. 국회법을 보면 법률의 제정, 개정, 예산안과 결산안의 승인,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등이 보통의안으로 규정되어 있고, 헌법개정안,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안, 국회의원 제명안 등이 특별의안으로 규정되어 있다. 상법을 보면 이사선임, 결산승인 등이 보통의안으로, 정관변경, 합병, 해산 등이 특별의안으로 규정되어 있다.

위 국회법과 상법의 규정을 보면 국회나 회사나 통상의 의사결정을 내용으로 하는 의안들은 보통의안이고, 기존의 상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게 하는 의안들은 특별의안으로 규정되어 있다. 통상적인 의사결정을 내용으로 하는 보통의안의 결의요건을 가중하여 놓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국회나 회사나 소수의 의사가 국회와 회사의 통상적 의사가 된다. 소수가 국회나 회사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국회법에 의장의 의안상정권 행사, 신속처리의안지정동의, 무제한토론에 대한 토론종결동의 등 보통의안의 결의요건이 가중되어 있다. 이 조항들은 위헌이다(김교창, '국회선진화법 중 일부조항의 위헌심판청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각하결정' 사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 제30집 ⑵ 11-39면, 2014헌마795 국회법 중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청구사건의 청구인들의 주장).

상법 제368조 제1항은 보통의안의 결의요건을 출석주식수의 과반수에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이상으로 규정하면서, “이 법 또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란 구절을 붙여 놓았다. 이 법에 특별의안들에 대한 결의요건이 달리 규정되어 있다. 그러면 정관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란 어떤 경우일까? 정관으로 어떤 위원회를 설치한다고 가정하자. 그 위원의 선임과 해임의 결의요건을 단순과반수로 규정할 수도 있고, 선임의 결의요건은 단순과반수로 규정하면서 임기 중 해임(기존 상태에 변화를 요하는 의안임)의 결의요건은 가중과반수로 규정할 수 있다.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란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보통의안의 결의요건을 정관으로 가중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조 회장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득표를 하고도 이사로 선입되지 못한 것은 대한항공 정관에 이사선임의안의 결의요건이 가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하였다. 조 회장 이사선임의안이 부결된 것은 소수가 회사의 의사결정을 지배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대한항공은 21년전인 1998년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의안의 결의요건을 출석주식수의 3분의 2이상이면서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이상으로 정관변경을 하였다, 1997년 IMF 외환위기 후 제1대주주의 뜻에 맞지 않는 이사의 진입을 막으려고 결의요건을 가중하여 놓은 것인데, 그 덫에 제1 대주주가 걸린 것이다.

이사선임의안은 보통의안이므로 이의 결의요건을 가중하여 놓은 위 정관의 규정은 헌법과 상법의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정관의 규청이 무효인 때에는 상법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상법의 규정을 따르면 조 회장의 이사선임의안은 결의요건을 충족하였으므로 가결되었다. 조 회장이 등기이사의 지위에 오른 것이다.

필자가 이 논단을 마무리하던 중 4월 8일 아침 조 회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4. 요약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이 20년간 지켜오던 대표이사직 연임에 실패하였다. 그의 횡령 혐의 등으로 국민연금이 그의 이사선임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고 소액주주 등이 그에 동조하여 벌어진 일이다. 그의 선임의안에 대한 투표결과 찬성이 출석주식수의 64.1.%로 과반수를 훨씬 넘었으나, 대한항공 정관에 이사선임의안의 결의요건이 출석주식수의 3분의 2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어 그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연금은 주로 가입자들이 납입한 납부금으로 조성된 기금이다. 이를 정부, 연금심의위원회, 연금공단이 맡아 운영한다. 현재 연금의 운영자들이 이를 잘못 운영하고 있다. 조 회장 이사 선임의안에 대한 의결권행사에 있어서도 그가 대한항공을 굴지의 세계적 항공사로 이끈 경영능력을 평가하여 찬성하였어야 한다.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여기에서 다수란 단순과반수를 말한다. 통상적인 의사결정을 내용으로 하는 보통의안의 결의요건은 단순과반수이다. 이를 가중하여서는 안 된다. 가중하여 놓으면 소수가 지배하게 된다. 이사선임의안은 보통의안이므로 이의 결의요건을 가중하여 놓은 위 정관의 규정은 헌법과 상법의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정관의 규청이 무효인 때에는 상법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상법의 규정을 따르면 조 회장의 이사선임의안은 결의요건을 충족하였으므로 가결되었다. 조 회장이 등기이사의 지위에 오른 것이다.


김교창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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