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해외판례

오스트리아에서 동성 커플이 이별 후 상대방의 친생자를 입양할 권리

152062.jpg

1. 들어가며

2019년 1월 1일부터 오스트리아에서도 동성 간의 혼인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등록된 동반자관계(eingetragene Partnerschaft) 제도 또한 동성뿐만 아니라 이성 간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생애동반자관계(Lebensgemeinschaft)도 존속하고 있다. 생애동반자관계는 동성 혹은 이성 커플이 중장기적으로 주거·경제·성생활을 함께 하지만 혼인관계에는 있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여러 면에서 혼인이나 이와 유사한 의무와 권리를 수반하는 등록된 동반자관계보다 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우며 상대방에 대한 권리 또한 적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의 결정(2018. 10. 3. G 69/2018-9)은 생애동반자관계에 있던 동성 커플이 헤어진 후에 상대방의 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해 다루었다. 이 결정에서는 민법전 규정의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해 헤어진 동성 커플에게도 자녀의 복지 및 이미 형성된 친밀한 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의 자녀를 입양할 권리가 인정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2. 사건개요

청구인은 자신이 입양하고자 하는 미성년자의 친생모와 16년 동안 생애동반자관계(Lebensgemeinschaft)에 있었으며, 생애동반자관계가 지속되는 중에 서로의 동의하에 핀란드에서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얻었다. 해당 자녀에게는 법적 의미에서의 아버지가 없으며, 그러한 자(정자를 제공한 자)를 확인하는 것 또한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출생 직후부터 청구인과 친생모는 사실적·법적·경제적 측면에서 동일한 비중으로 자녀를 돌보았다. 2010년 관할 법원은 해당 자녀를 친생모와 청구인이 공동으로 후견한다는 합의를 승인하였다. 청구인과 자녀 사이에는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와 같은 매우 친밀한 감정적 결합이 존재하며, 친생모와의 생애동반자관계를 종결한 2013년 이후에도 공동 육아에 있어서는 변한 점이 없다. 청구인은 친생모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살고 있으며 자녀를 50 : 50의 비중으로 돌보고자 한다.

 

청구인은 자녀와의 밀접한 관계를 입양이라는 온전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보장받고자 하였다. 2017년 청구인과 미성년인 자녀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자녀의 친생모가 입양 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 내용 안에 친생모와의 법적 관계는 지속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이후 친생모와 청구인은 관할 법원에 입양의 승인을 신청하였다. 2018년 2월, 관할 법원은 입양의 승인을 거부하였다. 

 

입양은 일반민법전 제194조 이하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승인 가능하다. 청구인의 경우에는 이미 입양하려는 아이에 대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해당하는 관계가 수립되어 있고, 입양이 아이의 복지에 기여하며 친생모 또한 입양에 동의하고 있으므로 민법상의 요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법원의 견해에 따르면 일반민법전 제197조 제3항의 '양자가 양부(양모)를 통해서만 입양되는 경우, 친생부(친생모) 및 그의(그녀의) 친척과의 제2항의 기준상 가족법적 관계는 소멸한다'는 규정이 문제된다. 해당 조문은 양부(양모)만이 입양을 하는 경우에 친생부(친생모)와의 법적 관계는 소멸하게 됨을 전제로 한다. 친생부모와의 법적 관계의 소멸은 동의나 합의를 통한 처분이 불가하다. 그러므로 양부나 양모는 부모 중 한 쪽의 역할을 선택하여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치환되지 않는 친생부 또는 친생모와의 법적 관계는 법원이 해당인의 동의를 얻어 관계의 소멸을 선언하지 않는 이상 존속하게 된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 즉 친생부의 자리를 양모가 대체하거나 친생모의 자리를 양부가 대체하면서 동성의 부모와의 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현 시점에서는 법적으로 불가하다. 일반민법전 제197조 제4항은 부부나 등록된 동반자 또는 생애동반자의 자녀를 상대방이 입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해당 혼인이나 등록된 동반자관계 또는 생애동반자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한다. 청구인은 이미 친생모와 생애동반자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청구인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항소하고, 일반민법전의 문제된 규정이 평등에 위배되며 자신의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연방헌법 제140조 제1항 제1호 d)목에 따른 구체적 규범통제심판(일반법원의 1심에서 결정된 사안의 당사자인 개인도 위헌적인 법률 적용으로 인해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결정에 항소하여 법률의 위헌여부 심사를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음)을 청구하였다.

 

 

3.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문제된 오스트리아 일반민법전 제197조 제3항의 헌법합치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며 청구를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일반민법전 제197조 제3항 제1문이 친생모와의 생애동반자관계가 종결된 후의 입양을 불가능하게 하므로 성별 또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에 해당되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며 유럽인권협약 제8조와 연계한 제14조에서 도출되는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등의 원칙은 입법자를 구속하여 객관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규정을 제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적 한계를 설정한다. 하지만 그러한 한계 범위 내에서는 입법자가 정치적 목적을 그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방식을 통해 추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 않다. 

 

유럽인권협약 제14조가 적용될 경우에는 서로 비교 가능한 사안을 달리 대우하는 것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당화가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차별적 규정은 정당한 목적을 추구해야 하며 비례의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
평등의 원칙과 유럽인권협약 제14조에 비추어 볼 때 법적 차별대우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특별히 중대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일반민법전 제197조 제3항에 따르면 양자를 양부(양모)가 혼자서 입양하는 경우에 친생부(친생모) 및 그의(그녀의) 친척과의 가족법적 관계는 소멸한다.

 

최고법원의 판례는 해당 규정은 양부 또는 양모가 같은 성별의 친생부 또는 친생모를 대체하므로 그에 해당하는 친생부모와의 가족법적 관계가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하였다. 부모 중 한 사람만 입양을 하게 되는 경우 양부 또는 양모는 자신이 선택한 부모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 입법자의 의도에 따라 - 자신의 성별에 해당하는 부모의 역할을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령 양자가 양모를 통해서만 입양되는 경우 친생부를 빼앗길 위험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1960년대의 해석은 '아이의 부모'가 서로 다른 성별의 두 사람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전제를 토대로 한다. 그러한 해석은 관계가 종결된 후에는 해당 친생부모의 역할을 대체하지 않는 이상 예전의 동성 동반자였던 사람이 상대방의 친생자를 입양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것이 아니며, 아이의 복지에도 반한다. 이성 커플의 경우 이별 후에도 일반민법전 제197조 제3항에 따라 상대방의 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 반면에 동성 커플의 경우는 불가능하므로 입법자는 결과적으로 성적 지향이라는 표지에 따라 달리 대우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에 대한 정당화의 이유는 찾을 수 없다. 최근의 가족법의 전개양상을 살펴보면 관계가 존속하는 중에 이성 커플이나 동성 커플의 입양에 있어서 달리 대우하는 점을 찾을 수 없다. 이는 관계가 종결된 이후에 입양을 함에 있어서 이성 커플과 동성 커플이 서로 다른 법적 결과를 갖게 되는 점과 대비된다. 또한 입양법이 안정된 환경과 아이의 복지가 보장되는 경우에만 입양을 허용한다는 점, 그에 따라 입양하는 때에 친생부모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친생부 또는 친생모와의 가족법적 관계가 해당 성별과 동일한 성별의 양부모에 의해 대체되어 소멸한다는 해석은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평등의 원리와 유럽인권협약 제8조와 연계한 제14조에 위배되는 위헌적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일반민법전 제197조 제3항의 문언은 헌법합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예전의) 동성 동반자 중 한 사람만 입양을 하는 경우(Einzeladoption) '양부(양모)' 가 '친모(친부)'를 대체하는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성별을 특정하지 않고 부모 중 한 쪽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은 2013년 입양법 개정법이 도입된 이후 일반민법전에서 낯선 개념이 아니다.


이러한 해석과 반대되는 해석은 헌법에 위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문제된 사안에서의 헌법합치적 해석은 허용될 뿐만 아니라 요구된다. 이전의 법적 상황이 다른 판시를 하고 있다고 해서 헌법합치적 해석이 불허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판시하였다시피 법률이 반대되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헌법합치적 해석이 강행되어야 한다.

 

 

이지효 책임연구관 (헌법재판연구원 비교헌법연구팀)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