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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성년후견제도 이용 확산을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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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13년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이래 우리나라의 후견심판 청구건수는 2017년까지 연도별로 723건, 1518건, 2087건, 2558건, 4124건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7년 한 해 동안 후견개시심판이 확정된 이후 법원에서 개시한 후견감독사건은 총 3855건이었다. 그러나 발달장애, 정신장애, 치매 등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약 100만명 정도라는 점과 비교하면, 그 이용이 매우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각 국의 후견제도 이용 현황을 고찰하고, 우리나라의 후견제도 이용이 저조한 이유를 분석하여 그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하려고 한다.


2. 각국의 후견제도 이용 현황
가. 일본

일본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도별로 후견개시 심판청구건수는 3만4548건, 3만4373건, 3만4782건, 3만4249건, 3만5737건이고, 후견개시심판이 확정되어 법원에서 개시한 누적후견감독사건은 17만6564건, 18만4670건, 19만1335건, 20만3551건, 21만290건이다. 일본의 인구는 약 1억200만 명이고, 그 중 65세 이상 인구는 약 26%에 이르는 3300만 명에 이며, 그 수는 매년 0.6%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볼 때 일본에서도 후견제도는 널리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2016년 5월 13일 ‘(약칭) 성년후견제도 이용촉진법’을 시행하고,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성년후견제도 이용촉진 회의’를 구성하였으며, 2017년 3월 24일 ‘성년후견제도 이용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위 계획은 ① 이용자가 혜택을 실감할 수 있는 제도 운영의 개선, ② 권리옹호지원의 지역협력 네트워크 구축, ③ 부정방지의 철저 및 이용 용이성과의 조화를 골자로 한다.

나. 영국

영국은 본인이 의사능력이 부족해질 때를 대비하여 미리 자신의 재산·신상에 관한 사무를 타인에게 위임하는 계약인 ‘지속적 대리권(Power of Attorney)’제도와 법원에서 후견인을 선임하는 ‘법정후견(Deputyship)’을 병용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도별로 ‘지속적 대리권’의 경우 29만5000건, 40만9049건, 54만7021건, 64만8318건, 77만995건, ‘법정후견’의 경우 4만7341건, 5만3100건, 5만7122건, 5만7702건, 5만9528건이 개시되었다.

영국의 인구는 약 6600만 명이고, 그 중 65세이상 고령자 인구는 약 18%인 약 120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에서는 후견제도가 비교적 널리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 독일

독일도 본인이 미리 신뢰할 수 있는 자에게 사무를 위임하는 ‘지속적 대리권(Vorsorgevollmacht)’과 ‘법정후견(Betreuung)’을 병용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법정후견은 127만6538건이 개시되었고, 지속적대리권 등록건수는 320만건에 이른다. 독일의 인구는 약 8200만명이고, 그 중 65세 이상 인구는 약 19%인 1774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견제도가 널리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후견제도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제안
가. 미래를 대비해 두어야 한다는 문화 확산

이처럼 성년후견제도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전체 인구, 고령자 수에 비추어 후견제도 이용이 저조한데 반해, 지속적 대리권과 같이 미래의 재산·신상 문제를 미리 대비하는 제도를 병용하는 영국과 독일의 경우 후견제도 이용이 더 활성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해 아시아와 서양의 다른 문화적 토대 등을 드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오히려 동양적 전통 가족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일본의 경우 제3자가 후견인으로 선임된 비율이 73.8%에 이르는데 반해, 독일의 경우 가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된 비율이 50%, 전문가는 37.7%라고 하는 바, 동·서양의 차이가 이 현상의 원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필자는 자신의 의사능력이 부족해질 때를 미리 대비하는 각종 제도를 이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는지가 후견제도 이용 활성화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 지속적 대리권을 설정하지 않았거나, 그 것만으로 보호의 공백이 생길 경우에는 법정후견을 이용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고 한다. 그런 사회의 인식이 곧 후견제도 이용 활성화로 연결되는 것이다.

반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물론이고,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문가들 중에서도 정작 본인에 대해 성년후견이 개시되어 모든 사무를 후견인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을 희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조차도 희망하지 않는 것을 널리 이용해야 한다고 독려한들 그 것이 이루어 질리 만무하다.

나. 공공후견의 활성화

세계 최고수준인 노인빈곤율(49.6%)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변호사, 법무사 등 전문가 후견인의 도움을 받기위한 보수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산층이라 하더라도, 매년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후견보수를 죽을 때까지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후견제도 활성화는 국가가 후견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공공후견의 활성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공공후견은 가장 취약한 계층들에 대한 복지누수를 메워주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이점을 인식한 일본도 ‘권리옹호지원의 지역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였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렵기만 하다. 보건복지부는 발달장애인·정신장애인(제한적 시행)·치매 고령자(2018.9.20.시행)에 대한 공공후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각 과별로 분리되어 사업을 운영함에 따라 축적된 전문성을 공유하는데 한계가 있고, 사업 내용이 통일되어 있지도 않다. 공공후견제도의 사령탑인 복지부의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공공후견의 몸통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공공후견사업을 자신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소극적이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범정부차원에서 공공후견제도의 틀을 전면 재검토하여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 무기한 후견의 정비

현재 성년후견, 한정후견은 사실상 피후견인이 사망할 때까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간 계속된다. 이런 무기한 후견은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후견제도 이용 확산을 저해하고 있다.

먼저 무기한 후견은 친족후견인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피후견인을 대리하여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사무를 마치면, 친족후견인은 평생 자신이 피후견인을 부양하는 내용을 매년 법원에 보고하고, 감독을 받아야 한다. 더욱이 적지 않은 친족후견인들은 변호사, 법무사에게 비용을 지급해가며 후견사무보고서 작성에 도움을 받고 있다. 친족 입장에서는 후견제도란 참으로 이상한 제도일 수밖에 없다.

둘째, 무기한 후견은 전문가 후견인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다. 피후견인의 기대여명이 10년이라고 할 때, 상당한 사명감을 지닌 전문가 후견인이 아닌 이상 그 기간 동안 후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후견보수가 현재와 같이 피후견인 재산에서 오롯이 지급될 경우, 국가 재정 지원이 있지 않는 이상 후견인의 노력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문가후견인으로 활동하려는 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셋째, 공공후견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공공후견인들은 봉사의 일환으로 월 15만원에서 20만원 사이의 활동비를 받고 무연고 저소득층 치매노인,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에게 후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후견은 주로 특정후견유형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피후견인의 인권보호의 측면도 있지만, 자원봉사조로 활동하는 공공후견인에게 피후견인을 평생 돌보라는 부담을 지워서는 제도가 운영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반영된 것이다.

그에 반해 한정후견유형을 이용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공공후견의 경우, 후견인과 이들을 감독하는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고민은 피후견인들이 사망할 때까지 후견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라고 한다.

전술한 것과 현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커뮤니티케어 활성화 정책기조에 비추어보면, 공공후견은 확대시행 될 수밖에 없는데 무기한 후견이라는 문제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4. 범정부적인 제도 마련 시급

후견제도가 본연의 목적에 맞게 활발히 이용되기 위한 제도개선은 민간영역, 법원, 법무부, 복지부 어느 한 축만 나서서는 해결될 수 없다. 민간영역에서는 지난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5회 세계성년후견대회’에서 위와 같은 우려들을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서울선언’을 채택하였다. 이제 국가도 이에 응답하여 함께 지혜를 모을 때이다. 전세계에 유래 없는 속도로 초고령화사회로 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우리 모두의 문제인 후견제도는 전국가적 역량을 모아 제도의 틀을 설계해야만 그 목적대로 널리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광열 변호사(사단법인 온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