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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재정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재정헌법 개정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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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최근 한국은 대통령탄핵과 관련된 최순실예산, 공무원증원, 북한과의 교류를 위한 재정부담의 국회동의, 국공립유치원 확충 등 재정의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구 정치선진국의 혁명, 즉 민주주의의 시작은 재산권에 대한 국가의 부당한 침해에 대한 국민의 저항에서 비롯됐다고도 할 것이다. 또한 이보다 먼저 ‘대표 없이는 과세 없다’는 조세법률주의를 확립한 영국의 마그나카르타와 명예혁명에서 이미 확립된 것으로서 진정한 민주주의는 재정민주주의에 기초한다고 할 것이다.

재정헌법 개정의 기준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국회의 대행정부 권한을 강화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대표인 의회의 동의(재정의회주의)를 통해서만 국민에 부담을 부과하고 국민의 진정한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재정민주주의에 기초하여 논의하여야 한다. 결국, 재정헌법의 개정은 개헌으로 국민부담을 경감하거나 국민이 원하는 재정수요의 충족, 이에 대한 예측가능성, 절차적 민주성이 확대되는지 여부로써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통령제의 모범이 되는 미국헌법은 예산편성권과 심의의결권의 주체, 심의기한과 증액동의권 등의 세부적인 조항 없이 국고의 지출은 appropriation act로서 국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조항만으로 규정되어 재정입헌주의 원칙상 후진적이고, 헌법규정이 너무 단순하여 의회가 법률만으로 모든 재정규율을 할 수 있어 의회 권한 남용 시에 대응이 불가능하므로, 자칫 제왕적 의회를 출현시켜 진정한 재정민주주의이나 바람직한 재정입헌주의 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 즉 현재도 국회개헌 보고서가 주장하는 미국식의 최강의회로의 개헌은 지금 우리 국민의 신뢰가 국가기관 중 가장 낮음에도 민의와는 괴리되는 제왕적 의회로 자칫 변질될 수 있다. 따라서 의회의 재정권한을 강화하더라도 권한남용에 대한 통제책으로 프랑스 같은 예산법률 공포 전의 사전적 규범통제제도의 도입이나 행정부나 국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적 견제 등의 보완책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2. 예산법률주의 논쟁의 본질

혁명을 거치지 않고 재정민주주의를 도입한 독일의 프로이센 국가에서는 예산도 법률의 형식으로 의회 의결을 받았지만, 예산법률은 세습군주가 담당하는 행정부에 적용되지 않는 형식적 법률로서 구속력이 없다고 하여 헌정위기를 자초했고, 이런 논란을 피하려고 메이지 일본에서 채택한 예산비법률주의가 제왕적 행정부를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두 국가는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외견적으로만 민주주의를 받아들인 외견적 입헌주의였던 것이다. 2009년도 국회개헌보고서에서도 일본과 유사한 취지라 하여 우리의 예산비법률주의를 미국식의 예산법률주의로 개정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논거가 취약하다. 예산비법률주의 국가에는 우리가 지향하는 복지국가 모델인 스웨덴, 국민이 진정으로 필요한 바를 정확히 반영하여 21세기 최고의 헌법이라고도 평가받는 스위스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일본도 의회 예산심의권은 구속력이 있고 다만 미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부대의견이 예산에 조문화되어 있지 아니할 뿐인데 이러한 논쟁의 실익이 근본적으로 의심스럽기도 하다.

예산법률안의 제출단계에서의 의미는 예산총액의 배분계획, 그 계획의 설명부속서류의 제출, 행정부의 단일 제출안의 원칙이 전 세계적인 통일적 원칙이다. 이와 달리 예산법률안의 심의에서 확정 단계에서는 조건이나 기한, 공무원의 책임가중 등의 집행기준의 추가와 일정 기간 후 국회 보고 등의 의무를 조문형식으로 확정하여 의회의 행정부에 대한 구속력의 강화와 조문화에 따른 의회의 책임성 강화 등이 예산법률의 주된 내용이라고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예산법률주의 논쟁의 핵심은 예산이 조문화된 법률인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며, 현재도 예산법률주의의 취지인 국민의 대표인 의회의 예산안에 대한 구속력은 확보되어 있다. 재정민주주의상 국민을 위한 예산배분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반드시 헌법 개정으로 예산법률이라는 용어가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영국 명예혁명에서도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원칙이 ‘조세법률주의’로 확립되었듯이 예산법률주의도 ‘대표의 동의 없이 지출이 없다’는 원칙으로 확립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현행 헌법은 예산안 심의·의결권은 국회에 부여하면서도 예산안의 편성·제출권한은 정부에 부여한다. 2009년도 국회 개헌보고서에서는 대통령제 유지 시에는 미국식 대통령제로 개헌하고 미국식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여 예산편성권은 행정부, 예산법률안 제출권은 국회가 행사하자고 하였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예산법률안의 제출에서는 편성권을 가진 행정부가 예산총액의 배분계획과 설명부속서류를 제출함이 전 세계적인 통일적 원칙이기에 편성권과 분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미국도 헌법에는 이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1921년 예산회계법 제정으로 영국의 재정제도를 받아들여 행정부에 있던 감사원을 의회로 이전하고 예산편성권은 대통령에게 부여하여 실질적으로 예산계획과 이를 설명하는 부속서류의 결합체인 예산법률안을 대통령이 제출하도록 하였다. 다만 미국은 법률안 제출권이 의회만 있기에 형식적으로 의회에서 예산법률안이 발의되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의회와 행정부에도 법률안 제출권이 있고, 남미의 다수 대통령제 국가와 스위스 등에서처럼 이를 국민에게도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기에 법률안 제출권 및 심의권의 미국식 국회독점은 시대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보인다.

오히려, 제출권자가 누구인지 합의(국회의장인지, 예결위인지, 각 국회의원인지)도 없이 제출권을 국회로 이관하는 경우 예산법률안이 난립될 우려도 있으며, 한국은 현재 예산의 약 99%가 배정되는 행정부에서 실제수요를 파악함이 타당하며, 합의제기관인 국회가 실질적인 예산편성에 해당하는 예산법률안 제출권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다만 예산심의권을 통해 간접적 영향을 예산편성에 미칠 뿐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선출직 국회의원의 민주적 대표성이 일견 공무원보다 높다고 볼 수 있으나, 대통령이 수반인행정부도 과거 세습군주제 정부와는 달리 민주적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지역구 주민이 아닌 전체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대통령과 다년간의 실무경험으로 전문성을 갖춘 행정부가 지역구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중장기적으로 예산을 편성함이 민주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타당하다.


3. 현행 증액동의권의 존폐여부

현재 재정헌법의 핵심쟁점은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라는 헌법 제57조을 삭제하고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총액을 넘는 경우에만 정부의 동의를 받는다”라는 2017년 국회 개정안과 같은 주장이다. 현행 헌법 57조는 프랑스 제3공화국에 증액제한 규정이 없어서 지역구예산 끼워 넣기로 재정파탄이 초래된 전례를 방지하려고 4공화국이 채택한 헌법 규정을 본받아서 제헌헌법에서 도입됐던 것이다. 증액동의권의 취지는 국회의 부당한 예산수정을 제한하는 것이며,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미국 다음으로 예산수정 건수가 많다고도 하고 정부안을 대폭 감액한 후 의회 증액안을 관철시키기도 하는 현실에서는 증액동의권 이외에 의원들의 지역구예산 끼워 넣기를 억제할 대안이 현실적으로 없기에 본 규정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국가 전체의 차원에서 중요한 수정은 헌법 57조도 허용하고 있고, 급조되거나 지역구 나눠먹기식의 증액안이 아니라 엄격한 타당성 조사를 거쳐 문서로써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 명분이 타당한 증액만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0년대에 증액된 예산이 타당성이 적어 집행률이 낮았다는 최근 한 방송의 지적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독일도 증액동의 규정이 있고 프랑스는 아예 증액발의나 증액을 유발하는 법률안도 발의금지를 헌법에 명시하고 다만 예산심의에서 명분과 타당성조사를 거친 경우 국회가 증액내지는 조정을 할 수 있게 하였으며, 미국 이외의 상당수의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사전적인 증액동의권보다는 사후적인 예산법률안 부분거부권을 규정하여 의회의 부당한 예산 수정을 통제하고 있다.

의회 예산심의의 본질은 최순실예산, 공무원 증원, 4대강사업 등과 같은 정부의 부당한 예산의 삭감에 있지, 실질적 예산편성권 행사인 증액에 있지 않기에 증액동의 페지나 완화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방지를 위해 중요한 것은 아니다.


4. 근본으로 돌아가자

결국, 재정헌법의 개정은 개헌으로 국민부담을 경감하거나 국민이 원하는 재정수요의 충족, 이에 대한 예측가능성, 절차적 민주성이 확대되는지 여부에 따라 헌법상의 예산제도가 결정되어야 하며, 이보다는 국회 예결특위의 논의와 결정의 공개를 통해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재정헌법개정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국회나 행정부의 권한 강화가 본질이 되어서는 진정한 재정민주주의에 반하는 그들만의 논의로 국민들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장용근 교수 (홍익대 법과대학)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