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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행정입법의 지나친 확대화 경향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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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설

현행 헌법은 제40조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하여 국회입법 중심주의를 채택하면서 한편으로는 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제95조에서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 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하여 국회의 위임에 의한 행정입법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입법은 사회국가의 발달로 인한 행정기능의 확대·전문화 현상에 따른 사회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입법으로서의 필요성의 인식이 정당화 되고 있지만 오늘날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행정입법의 범람 현상은 국회의 존재이유이자 독자적 권능인 입법권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이 진전되면서 입법-사법-행정부로 대변되는 3권 분립에 입각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형식화 시키고 국민의 기본권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우리 헌법은, 행정입법은 입법의 원칙이 아닌 예외로서 국회가 만든 형식적 수권 법률이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위임받은 사항에 대해서만 행정입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있지만 그 범위·내용과 목적이 일정한 한계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못하여 지속적으로 행정입법의 상위 법률에 대한 유월 내지 잠탈 현상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Ⅱ. 헌법상 국회입법중심원칙 및 입법부, 행정부간 권력분립의 함의

헌법 제40조는, 국민주권주의에 따라 헌법 제정권자인 국민이 헌법제정을 결단하고 법률은 국회가 정하도록 위임한 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국회는 헌법상 법률유보사항을 비롯하여 중요한 국가적 사항들에 대하여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게 된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집행 사항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을 비롯한 명령, 규칙에 위임하는 내용의 법률(이른바, 위임입법)을 제정할 수 있다. 대통령령을 비롯한 행정입법은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집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게 된다. 헌법은 행정입법에 관해 헌법 제75조에서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 및 법률집행에 필요한 사항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위임입법의 근거와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권법률에 위임의 내용·목적·범위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도출되며,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을 법률에 이미 대통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헌재 1994. 7. 29.자 93헌가12 결정). 또한, 헌법 제95조는 총리령이나 부령이 법률과 법률범위 내의 대통령령의 위임에 의하거나 소관사무에 관한 내용을 직권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잡한 법집행 현실에서 입법부가 일일이 모든 경우를 법률에서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항과 기준을 법률로 정하더라도 구체적인 집행과 관련해서 세세한 규정을 집행부가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행정입법이다.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원칙적으로 가능하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구속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들은 국회가 법률의 형식으로 직접 만들라는 이야기다. 즉, 행정부가 행정입법을 입법부의 입법권한과 상관없이 독립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입법부를 국회에 둔 헌법규정의 취지를 몰각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행정 등 국가기능을 감시하는 업무도 하는 입법부가 법률의 위임과 집행에 대해서 감시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최근의 국회 입법 동향과 같이 행정입법에 규정되어 있던 사항을 법률로 승격시키는 작업은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행정입법이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의 범주를 벗어나거나 입법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제·개정 내지 폐지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서 일응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Ⅲ. 의회유보원칙

의회유보란 '국가공동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사항은 의회에서 법률로 정하도록 유보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헌법 제40조에 따라 국회가 입법권을 가지고 국회입법중심주의를 취하고 있는 이상, 법률이 규율하여야 할 사항 가운데 중요하거나 본질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가 독점적으로 이를 법률에서 정해야 한다. 즉 국가 공동체 유지와 국민들에게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항에 대한 결정은 행정부가 할 수 없으며, 법률을 만들도록 그 권한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에서 결정해야 한다. 의회유보라는 개념은 행정부에 대한 위임입법금지의 원칙적 측면을 강조하여 표현한 것으로 일반적 법률유보이론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인 위임입법을 통한 법률의 공동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발전된 법률유보이론으로 의회유보 문제는 입법부와 행정부간의 권한배정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의회유보의 대상과 관련하여,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1970년대 초반부터 ‘본질적인 결정은 입법자에게 유보되어야 한다’는 소위 ‘본질성이론’을 통하여 고전적 법률유보 즉 침해유보를 의회유보로 발전시켰다. 본질성이론이란 국가공동체의 본질적인 결정에 관해서는 의회가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본질성(Wesentlichkeit)이란 표현은 독일의 공법학자 오프만이 처음 사용한 이래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률유보이론의 새로운 발전을 위하여 확고한 지위를 갖게 되었다. 본질성이론은 다음의 핵심적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본질적인 것은 행정부에 위임해서는 아니 되고 입법자가 직접 정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본질적인 사항에 대한 위임의 금지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명령제한권이나 조례제정권에 대한 제한을 의미한다. 이로써 본질성이론에 의하여 법률유보의 범위를 확정하는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규율할 수 있는 입법범위의 경계확정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본질성이론의 ‘위임의 금지’ 요청은 입법자가 행정청에게 구체적인 행정행위를 할 수 있는 수권을 부여하는 경우 본질적인 것은 행정청의 재량에 맡기지 말고 스스로 법률에 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입법자가 어느 정도로 행정청에게 재량을 부여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본질성이론은 입법자의 형성권에 대한 제한을 의미한다. 둘째, 의회의 법률이 본질적인 것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규율밀도’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입법자가 행정부에 입법권을 위임하거나 재량권을 부여하는 경우, 법률이 어느 정도의 밀도를 가지고 규율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사안의 본질성’에 달려있다. 즉 어떤 사안의 본질성이 인정되어 의회법률로 규정되어야 할 경우 그 법률이 어떻게 규율되어야 할지의 방법에 관한 문제로 입법자는 그 법률상의 표현이 사항의 의미에 상응하게 가능한 정확하고 엄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어느 정도의 규율밀도가 요구되는지 그리고 헌법상 요구되는 규율밀도가 어떠한 척도에 의하여 정하여져야 하는 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지금까지는 1976년 독일법률가대회에서 제시되었던 ‘본질적일수록 보다 명확하게’라는 공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Ⅳ. 결론 -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국회입법중심주의는 공개적인 입법절차를 통하여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입법과정에 반드시 반영한다는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의회유보와 헌법적 근거를 깊이 공유하고 있다. 복잡다기한 현대 행정국가의 국가과제에 대한 입법을 국회보다 더 전문적이며, 기술적이고, 무엇보다 보다 빠른 즉각적 대응이 가능한 행정부에게 구체적인 사항을 위임할 필요성이 증대되었다고 할지라도 국회가 그 권한이자 책무인 입법사항을 규정하지 않거나 그 골격만 규정하고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항을 행정입법에 막무가내로 위임하여서는 아니된다. 오히려,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행정입법의 절차와 내용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행정입법 결정 과정에 민주적 투명성이 상당부분 결여되는 점, 국민의 권리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나 죄형법정주의·조세법률주의의 요청에 입각하여 법률에서 마땅히 정하여야 할 사항까지 행정입법으로 규정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회가 보다 적극 이에 개입할 필요성이 큰 것이다. 무엇보다, 사법적 통제는 행정입법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에도 당연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있어서의 적용제외에 그치기 때문에 법령이 정비되지 않는 한 그대로 존치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으며, 나아가 위법성만을 기초로 심사하여 적법성 통제에 그치고 행정입법의 공정성이나 타당성은 사법심사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결국, 행정입법 제정과정에 사전적으로 모법제정기관인 국회의 피드백과정은 협력적인 국가작용으로 이해되어야지 갈등 내지 권한다툼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국회도 모법의 제정 또는 개정의 단계에서 보다 신중하고 가능한 한 구체적인 위임을 통해서 위법한 명령 규칙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기술을 보다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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