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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영상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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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소재

필수적 변론절차에서 당사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인터넷 화상장치를 연결하여 법정에 재정한 재판장 등에게 영상으로 변론을 행할 수 있는지 문제를 다룬다.


2. 법원의 실무

영상으로 원, 피고가 변론하는 이른바 ‘온라인 변론’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법원의 실무는 필수적 변론절차에서 영상재판의 실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 이유는, 한 쪽 당사자만 법정에 재정하고 다른 당사자는 법관과 같은 법정에서 변론하는 경우 직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당사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줄 우려와 당사자는 소를 스스로 제기하였거나 소제기에 대하여 방어하여야 하는 입장으로서 법원에 직접 출석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원격영상신문 활성화(2016. 11. 7.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의 재판제도개선협의회 5차 회의자료, 18면)}.


3. 법원실무의 검토
(i) 전자문서 제출행위의 소송법상 의미

영상변론은 민소전자문서법이 적용되는 전자문서에 한정해서 이루어지는데 전자문서의 제출행위에 말로 하는 변론이 필요한지 여부는 그 소송절차가 필수적 변론인가에 달려있다. 판결절차와 같은 필수적 변론(제134조 1항)에서 전자문서의 제출행위는 사실행위에 불과하고 전자문서에 관하여 말로 하는 변론만 소송행위가 되므로 전자문서를 제출하더라도 변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사소송법이 대폭 개정된 2002년까지도 전자기술이 발달하지 못하여 영상변론을 할 수 없었으므로 당사자는 법정에 출석하여 법관에 대하여 말로 하지 아니하면 변론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사자의 법정출석이 의무라는 생각이 생기게 되었다.

(ii) 변론은 당사자의 권리인가 의무인가

전자기술이 발달하여 당사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인터넷 화상장치 등에 의하여 영상으로 변론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법정에 출석하여 변론하여야 하는가는 변론이라는 소송행위의 성질부터 검토하여야 한다. 소송행위는 당사자의 소권을 실현하는 절차이지만 법원에 대한 행위이다. 소권의 성질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이제는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청구권(사법행위청구권설)이라는데 거의 견해가 일치되어 있다. 따라서 소권행사의 한 방법인 변론이라는 소송행위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무적 측면을 강조할 이유는 없다.

(iii) 법정의 개념

(ㄱ) 법원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고(제303조), 감정인 역시 그러하다(제333조). 따라서 증인이나 감정인의 법원 출석은 법률상 의무이다. 그럼에도 민사소송법은 증인이나 감정인의 편의를 위해서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하고도 영상신문을 허용하고 있다(제327조의 2, 제339조의 3). 재판에 있어 판사가 오감을 사용하여 심증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조사가 증인신문인데, 그 증인신문까지 영상신문이 가능한데도 출석의무 없는 당사자에 대하여 영상변론을 허용하지 않는 법원의 실무는 문제가 있다.

(ㄴ) 법원의 실무는, 공판은 법정에서 하므로(법조 제56조 제1항) 소를 제기한 당사자는 무조건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있는 듯이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사재판의 경우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 아닌 소극적 당사자는 꼭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 역시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할 경우 소송의 진행을 태만히 한데 대한 불이익이 있을지언정 증인불출석과 같이 제재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꼭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공판의 개념은 법정이라는 장소라기보다는 당사자가 소송행위를 말로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정당시에는 과학기술의 미숙으로 당사자들은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하고서는 법관에 대하여 말로 소송행위를 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전자기술이 발달하여 당사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하더라도 말로 변론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생겼으므로 그 경우까지 법정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전자문서는 유형물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는 정보에 관한 것이므로 그러하다. 독일민사소송법의 규정을 보면 이점은 더욱 명백해진다.

(iv) 독일의 영상변론
(ㄱ) i)
독일에서는 2002년 1월 1일자로 시행된 2001년 7월 27일자 민사소송법 개정 법률로 영상 및 음성전송 방식의 변론규정인 제128a가 입법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항. 법원은 당사자의 동의하에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 및 보조인에게 신청으로 변론 중에 다른 장소에 체류하고 그 장소에서 변론행위를 하도록 할 수 있다. 변론은 당사자, 대리인 및 보조인이 체류하는 장소와 법정에 영상과 음성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제2항. 법원은 당사자의 동의하에 증인, 감정인 또는 당사자가 변론 중에 다른 장소에 체류하도록 할 수 있다. 변론은 법정에 영상과 음성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당사자, 대리인 그리고 보조인을 제1항에 따라 다른 장소에 체류하도록 한 때에는 그 장소에도 변론이 영상과 음성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제3항 전송은 녹화 또는 녹음을 할 수 없다. 제1항과 제2항의 결정은 불복할 수 없다.

ii)
128조a는 2005년 3월 22일자 사법에 있어서 전자적 의사소송방식의 사용에 관한 법률의 영향으로 2005년 3월 22일 개정되어 (2005. 4. 1. 시행) 종전 제2항을 증인, 감정인에게 확대하였다.

iii)
제128조a는 2013년 4월 25일 자 법원과 검찰 절차에서 화상회의 기술의 적용강화를 위한 법률의 영향으로 2013년 4월 25일( 2013.11.1.시행)개정되어 종전 제1항 및 제2항을, 법원이 신청 또는 직권으로 영상변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ㄴ)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독일에서 영상재판에 관한 입법의 경과는 전자기술의 발달에 맞추어 국가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편리하고 원활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영상변론의 대상을 전자문서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증인·감정인 등에 관해서도 허용하며 법정에 결석하더라도 법관에 대하여 전자기술을 사용하여 말을 변론할 수 있다면 유효한 소송행위가 된다.

(v)
한국에서 전자문서에 의한 변론 등의 방법

(ㄱ)
민소전자문서 규칙 제30조는 소장, 답변서, 준비서면 그밖에 이에 준하는 서류가 전자문서로 등재되어 있는 경우 그에 따른 변론은 당사자가 말로 중요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진술하거나 법원이 당사자에게 말로 해당사항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하고(①항) 제1항에 따른 변론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갖춘 장치에 의하여 전자문서를 현출한 화면에서 필요한 사항을 지적하면서 할 수 있다(②항)고 규정한다.

(ㄴ)
이러한 변론 등의 준비하기 위하여 ① 법원사무관 등은 기일이 시작되기 전에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 및 프로젝터, 촬영장비의 전원을 연결하고 위 각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의 화면에 재판장 등 및 양쪽 당사자의 모니터 화면이 정상적으로 표출·전환되는 지를 확인하고, ② 법원사무관 등은 기일 진행 직전에 당사자에게 전자기기의 사용방법과 이용 시 주의점에 대하여 일괄하여 안내하여야 한다{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제80조(재일 2012-1)이하‘지침’}.

(ㄷ)
그리고 심리진행을 보조하기 위하여 ① 법원사무관등은 당사자·대리인의 출석여부, 주장·신청서면의 진술 여부와 증거채택결과, 그 밖의 진행결과를 조서작성 프로그램 화면의 해당란에 입력하고, ② 법원사무관 등은 미리 재판장등의 지침을 받아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변론에 필요한 화면이 적절히 표출될 수 있도록 조작한다(지침 제81조).


4. 결론
(i)
위의 지침 제81조 ①항을 보면 당사자들이 불출석하면서 전자적으로 변론 을 수행하더라도 법정의 전자적 설비장치에 이상이 없는 이상 그 변론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ii)
사실 당사자들이 법정에 출석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론은 당사자가 말로 진술하거나 법원이 당사자에게 말로 해당사항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구태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갖춘 장치에 의한 전자문서의 현출은 거의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많은 비용을 들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갖춘 장치, 스크린 및 프로젝터, 촬영장비 등을 법정에 설치하게 하는 것은 대단히 비경제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가가 그 비경제를 감수하고 위의 시설들을 갖추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당사자의 불출석을 전제로 한 영상재판의 실현을 위한 조치일 것이고 또 이것이 민소전자문서법의 제정취지일 것이다.

(iii)
현재 영상변론에 관한 명시적 근거규정이 없는 상태이므로 법원이 선뜻 이용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법원조직법상 법정 개념의 위와 같은 풀이, 독일법의 입법경과, 민소전자문서법의 제정 취지 및 소송경제(Deutscher Bundestag, Drucksache 14/6036, S.119)들을 종합하여 본다면 당사자의 법정 출석이 없는 영상변론을 판결절차에서 실시하더라도 현행 민사소송절차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