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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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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라 약칭함)가 지난 2018년 6월 28일 병역법 제5조 제1항(병역종류조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 등 청구사건에서 위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헌바379, 383 등 결정 - 이하 본 결정이라 칭함). 본 결정에서 헌재는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하여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을 위헌이라고 판시하였다. 그 이유는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 중 하나로 규정하지 아니한 동 조항이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그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 조항은 위헌인데, 헌재는 입법자의 개선입법 시까지 법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단순위헌결정을 내리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늦어도 2019년 12월 31일까지는 개선입법을 이행하라고 입법자에게 명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 병역종류조항은 2020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결정하였다.

헌재는 일찍이 2004년 8월 26일 병역법의 같은 조항에 대한 위헌재청사건에서 합헌 결정(헌재 2002헌가1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 취지를 본 결정을 내리기까지 유지하여 오다가 본 결정으로 태도를 바꾸었다.

이 헌재의 결정에 대하여 양심의 자유, 병역의무의 대체가능성,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려 한다.


2. 양심의 자유를 근거로 병역의무를 거부할 수 있을까?

양심(良心)이란 인간의 두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의식으로서 사물의 가치를 판별하고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을 구별하는 도덕적 의식이다. 그리고 그 의식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여 주는 나침판으로서 작용한다. 본 결정문에서 헌재도 ‘양심의 결정’이란 선과 악의 기준에 따른 진지한 윤리적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든 사람의 의식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므로 똑같을 수 없다, 인간의 양심에 대하여 성선설과 성악설이 맞서고 있는 것을 보면 똑같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헌법 제19조에 기본권 중 하나로 양심의 자유가 규정되어 있다. 양심의 자유는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실현의 자유를 그 내용으로 한다. 형성의 자유는 내부적인 의식 형성의 자유이므로 그 형성의 과정에 잠시 비도덕적 의식이 자리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형성의 자유는 내부적인 자유이므로 비도덕적 의식이라도 법률이 규제할 수 있는 범위 밖이다. 그래서 이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된다. 한편 실현의 자유는 양심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포함한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할 자유, 표명을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를 그 내용으로 한다. 실현의 자유는 외부적인 실현의 자유이므로 법률이 규제할 수 있는 범위 안이다. 실현은 법질서에 위반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비도덕적 의식의 실현은 보장받지 못한다. 실현의 자유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이 가능하다(헌재 2002헌가1 결정). 이처럼 이 자유는 상대적으로 보장된다.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는 도덕적 의식 실현의 자유이다. 비도덕적 의식 실현은 헌법이 보장하지 않는다.


3. 국민의 국방의무와 이의 대체 가능 여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헌법 제5조 제2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무를 진다(헌법 제39조 제1항). 국민의 국방의무는 국가의 존립과 국토방위라는 절체절명의 의무이다. 양심의 자유를 내세워 병역을 거부할 수 없다. 대법원이 일관하여 이를 강조하고 있다(대법원 2004. 7. 15. 2004도2965 판결 등). 헌재도 이를 강조하고 있다(헌재 2004. 8. 26. 헌가1 결정 등). 본 결정에서도 이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외국이나 외적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의 존립과 국토를 방위할 병역의무는 대체가 불가능한 의무이다. 적이 총포를 들고 침략할 때에 이를 저지하려면 국군도 총포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때에 다른 병역의무자들에게는 총포를 들고 저지하라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뒷전에 물러서서 대체복무를 하겠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병역의무는 대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신성한 국방의무를 다른 의무자들에게 맡기고 자신들만 대체할 수 있게 하여 달라는 것은 거듭 생각하여 보아도 도덕적 의식 실현이 아니다.

양심의 자유를 포함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않으려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우면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양심의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앞서 총포를 들고 나서야지, 병역의무를 거부할 수 없다. 이런 점을 대법원은 병역 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무라는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4도2965 전원합의체판결).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는 그 우열을 비교할 대상이 아니지만, 비교하더라도 대법원의 판시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

국방의무의 내용이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다. 거기에 병역의 종류로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이렇게 5개로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다. 그리고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을 가한다(병역법 제88조). 우리나라는 현재 휴전 상태로서 언제 총성이 다시 울릴지 모르는 상태이다.

병역의무는 대체 불가능하므로 대체복무를 병역의 종류 중에 포함시킬 수 없다. 병역법에 병역 특례에 관한 규정으로 사회복무요원(제26조 제1항), 예술·체육요원(제33조의 7), 공중보건의사(제34조), 공익법무관(제34조의 6) 등으로 복무할 수 있는 보충역 복무규정이 들어 있다. 이 복무규정은 실제로 병역 면제규정이다. 병역법에 대체복무에 관한 규정을 둔다면 이 역시 병역 면제규정이다. 헌재가 병역종류조항을 위헌이라 판단하고 그 조항에 대체복무를 병역의 종류 중 하나로 규정하라고 명한 것은 병역의무는 대체 불가능한 의무임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다.

대체복무란 병역의 면제에 해당되므로 병역법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 병역 면제의 길을 열어줄지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위헌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헌제가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를 넣지 않은 것을 위헌이라 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4. 특정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과 평등의 원칙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성별, 종교 등에 의하여 어떤 영역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1조 제1항). 국민평등의 원칙은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 중 하나이다.

평등의 원칙에 의하여 양심적 거부자와 신성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 사이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 양심적 거부자는 양심적인 사람이고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은 비양심적인 사람이 결코 아니다. 거부자에 비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이 비양심적이라고 볼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헌재도 본 사건 결정문에서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양심적 거부자들은 본 사건에서 역으로 그들을 일반 병역거부자들(이들을 양심적 거부자들과 구분하여 흔히 병역기피자들이라고 칭함)과 똑같이 취급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폈다.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아니한 것을 위헌으로 판단한 이상 이 주장은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이 주장을 판단하지 않았다. 이 주장은 풀어보면 특정한 종교를 믿는 그들과 그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한 필자의 판단은 그들의 주장이야말로 국민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주장이다.

대체복무제도를 특정 종교를 믿는 병역의무자들에게 양심의 자유와의 충돌을 피하도록 해주기 위해서 병역법에 도입하려는 것이라면, 그것은 종교에 의하여 그들과 다른 의무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므로 이의 도입에 필자는 반대한다. 입법정책상 병역 면제의 한가지로 병역법에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면 필자도 이를 반대하지 아니한다. 병역법에 현재 병역 면제의 길이 열려 있는데, 거기에 대체복무제를 보태는 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이 제도에 의한 병역 면제의 기회는 모든 의무자에게 균등하게 부여되어야 한다. 그 기회를 특정 종교를 믿는 의무자들과 그 밖의 의무자들 사이에 차별을 두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5. 맺는 말

헌재가 병역법에 병역의 종류 중 하나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있지 아니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병역의무는 대체가 불가능한 의무이고, 대체복무는 실제로 병역의 면제이므로 병역의 종류 중 하나가 될 수 없다. 대체복무를 병역의무 중의 하나로 병역법에 도입할 것을 명한 헌재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다. 대체복무제를 병역법에 도입하더라도 병역 면제의 예 중 하나로 도입하고, 특정 종교를 믿는 의무자와 그 밖의 의무자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하여야 한다.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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