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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학습지교사 판례를 통해 본 근로자성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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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소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지만(제2조 제1항 제1호), 이 규정으로부터 직접 구체적이고 명확한 판단기준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고 따라서 사례별로 유형적 고찰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대법원은 최근 학습지교사 사건(2018.6.15. 선고 2014두12598, 2014두12604 판결)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상 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한 종속성의 기준을 설시하면서 그와 함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한 ‘종속성의 정도’와 비교하여 일응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2. 근로자개념의 법적 구조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을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4호). 즉, 근로자는 근로계약의 일방 당사자이므로 근로계약이 가진 계약유형적 특징을 토대로 근로자성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무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민법상의 전형계약(고용, 도급, 위임 등)과 근로계약의 관계에 대해서는 학계와 재판실무에서는 기본적으로 근로계약을 민법상 고용계약과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도급 및 위임과 대비하고 있다. 그 경우 고용계약의 중요한 표지로서 ① 노무 그 자체의 제공이 계약의 목적이며, 일의 완성이나 통일적인 사무처리가 계약의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② 그 때문에 노무제공자를 사업목적에 따라 적절히 배치하거나 업무상 필요에 따라 노무제공자의 업무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사용자의 사업목적의 달성을 위한 불가결한 권한이다. 이를 사용자의 노무지휘권 또는 지휘명령권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③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정시간 노무를 제공하는데 대한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이와 같이 근로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근로계약의 유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를 가리켜 노동법학에서는 ‘사용종속성’의 요건이라고 부른다. 사용종속성의 존부는 원칙적으로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제 노무제공의 이행모습에 의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의 일관된 판례). 다만, 계약형식이 계약내용에 대한 당사자의 의사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사실이 된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당해 계약의 내용(고용, 도급, 위임 등) 및 당해 형식을 당사자들이 채택하게 된 경위 등도 보충적 요소로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사용종속성(지휘명령성)의 개별 판단 요소

판례상 근로자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용종속성과 관련하여서는 ‘지휘명령 또는 종속성의 정도’(Grad der personlichen Abhangigkeit)가 문제가 된다. 통상 도급인 또는 업무위탁자가 행하는 정도의 지시 등에 그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상의 지휘명령을 받는다고 할 수 없다. 그와 같은 지휘명령(종속성)이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비중을 가진 경우에만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종속성의 정도는 업무의 성질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 근무시간 및 장소가 지정ㆍ관리되고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지휘명령관계의 기본적 요소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업무의 성질, 안전 확보의 필요성 또는 그밖에 소비자보호 등을 위하여 요구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업무수행에 일정한 제약이 따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명령성의 존부(存否)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점을 고려하여 독일 민법전 제611조의a는 지휘명령성의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서 업무의 성질을 고려하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직업 또는 직종마다 종속성의 비중이 달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인적 특성이나 직업적 특성의 차이를 고려하여 종속성의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 

 

위탁계약 등에서 일반 직원들에게 지휘명령의 근거로 적용되는 취업규칙, 인사 및 보수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실제로도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일반 근로자에 대한 업무상 지휘명령과 배치전환, 승진 등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약정으로 볼 수 있다. 

 

보수가 시간급을 기초로 계산되어 노무제공의 결과에 따른 격차가 적거나, 결근 등의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공제가 이뤄지고 연장근로가 행해지면 통상의 보수 외에 할증임금이 가산되는 등 금액이나 계산 방법 및 지급형태가 일반 근로자의 임금과 동일하다면 해당 보수의 성격은 근로계약상의 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보수가 전적으로 실적(일의 결과)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일응 도급이나 위임계약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근로계약이라는 특정 계약유형에의 귀속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으로 상당한 정황요소가 종합 판단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제적 종속성에 관련된 요소들은 근로계약의 유형을 결정하는 상당한 법적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경제적 종속성은 근로계약의 특유한 유형적 요소라고 볼 수 없으며, 사법상의 계약에는 많든 적든 경제적 종속성의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강조하는 ‘종합적 판단’ 또는 ‘종합적 고려’의 대상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관련된 판단요소들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경제적 종속성 요소는 보조적으로만 고려될 뿐이다. 

 


4. 학습지교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 내용

이 사건은 학습지회사가 소속 학습지교사들에 대해 위탁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이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툼이 된 것이다. 대법원은 학습지교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사용종속성의 관점에서 부인하였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학습지교사들은 학습지회사의 일반 직원들과 달리 채용·인사·승진·근무시간·보수 등에 관하여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한 학습지교사의 업무내용은 위탁사업계약에서 정한 업무에 한정되며, 별도의 지시에 의하여 업무가 추가되거나 변경되지 않는다. 학습지교사가 담당하는 관리구역의 배정이 인사상의 조치로 활용되지 않았고 오히려 불필요한 경쟁 방지 및 적정 회원수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볼 여지가 있다. 회사가 학습지도서, 표준필수업무 등을 작성·시달하고 있으나 위반 시 제재 등 불이익이 없고 학습지교사를 위한 지원 및 권고적 역할만 담당할 뿐이어서 일반적인 취업규칙과 그 성격이 다르다.

 

외근업무를 담당하는 학습지교사는 출퇴근 의무가 없으며, 매주 3회 지국장 주재 회의가 있긴 하지만 참석이 강제되거나 불참 시 제재 또는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 학습지교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그들이 제공한 업무의 내용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나타난 위탁업무의 이행실적에 따라 그 지급여부 및 지급액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5. 결론에 갈음하여 

실무에서는 학습지교사와 같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경제적 종속성의 정도와 보수가 갖는 생활보장적 요소 등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 보호필요성을 인정하는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주(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택배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등)가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업형태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업무내용이 계약상 특정되어 있고, 일반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 및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구체적인 근태관리가 없고 계약상 해촉사유 외에는 일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복무규정의 준수 및 그 위반에 대한 제재나 불이익 등의 조치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급받는 보수는 순수하게 실적에 따라 사전에 약정된 계산방법을 토대로 그 금액이 결정되어 지급될 뿐 근무시간 등에 의하여 기본급이 정해지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 결과 보수액이 취업자별로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해당 취업자의 월별 보수액도 편차가 큰 경우가 일반적이다. 

 

학습지교사 사건에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달리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사용종속성도 필요하지만 경제적 종속성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고용 이외의 계약유형에 의한 노무제공자도 포함하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으며, 노무제공자가 특정사업자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그 사업자와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다면 이 노무제공자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특정 사업자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엄격한 사용종속성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며, 노조법상 근로자는 완화된 사용종속성의 기준과 경제적 종속성의 관점을 넓게 반영하는 이원적 근로자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진국에서도 유사근로자에 대하여 노동법의 일부 보호규정을 적용하는 입법례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보호에 관하여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순 교수(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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