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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미성년자 의제강간·강제추행 연령개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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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와 '보호'간의 새로운 균형점 찾기 


I. 현행법의 태도


형법 제305조는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한 자’를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으로 처벌하고 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1항도 동일하다). 이 경우 동의나 폭행, 협박, 위력 등의 존재 여부는 범죄구성요건이 아니기에, ‘의제’ 강간·강제추행으로 명명된다. 이는 13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성적 자치결정권 침해 여부 자체를 묻지 않고, 미성숙한 미성년자가 성적 대상이 되는 것을 강력하게 막기 위한 입법적 조치이다. 


한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장애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장애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간음하게 하는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13세 이상의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이 미성년자와 성교하는 행위는 범죄로 처벌된다. 또한 동법상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세칭 ‘원조교제’―는 처벌된다(제2조 제4호, 제13조). 그리고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 즉 18세 미만의 사람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 행위’를 처벌한다.

 

이러한 현행법의 태도를 도해화하면, 표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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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문제상황

최근 발생한 사건으로 2017년 경남 진주의 32세 초등학교 여교사가 12세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을 유혹하여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있는데, 이 여교사는 형법 제305조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도덕적 기준으로 보아선 유사한 다른 사건의 결론은 달랐다. 예컨대, 2015년 서울의 영어 학원의 31세 여성 강사는 수강생인 13세 중학생을 유혹하여 성관계를 맺었는데, 중학생의 나이가 13세이었기에 형법 제305조 위반으로 기소되지 못하고 아동복지법 제17조 위반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2016년 대구의 33세 중학교 여교사는 15세 중학교 남학생과 합의 성관계를 맺었지만, 남학생이 형법 제305조 구성요건의 나이보다 많았기에 처벌될 수 없었다. 42세 연예기획사 대표자와 15세 여중생의 성관계 사건에서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강간죄 무죄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14.11.13. 선고 2014도9288 판결). 이상의 사건 모두 사회적으로 큰 관심과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형법 제305조의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근래 들어 국회에서도 의제강간 연령을 16세로 상향하는 형법개정안이 여러 번 제출되었다. OECD 국가 중 의제강간 최저기준을 13세로 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두 나라뿐이다(스페인 경우 12세로 가장 낮다). 14세를 최저기준으로 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헝가리 등이고, 15세를 최저기준으로 하는 나라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그리스,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이며, 16세를 최저기준으로 하는 나라는 영국, 미국 다수 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핀란드 등이다(김한균, ‘형법상 의제강간죄의 연령기준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한국형사법학회, ‘형사법연구’ 제25권 제1호(2013), 112면). 

 

여기서 통상 한국보다 성관념이 개방적이라고 평가되는 서구의 경우도 대부분 연령 최저기준이 14세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1953년 제정 이후 바뀌지 않은 한국 형법의 태도는 일본 형법의 계수(繼受)의 결과임을 추정할 수 있다.

III. 개정론

장애가 없는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합의 성교를 한 경우 비범죄화하는 현재의 법률을 바꾸어야 하는가, 한다면 최저연령을 몇 살로 변경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생물학적 판단이 아니라 사회문화·사회규범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형법은 규범학인 바, 이에 대한 답은 여론조사를 통하여 도출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13~15세는 통상 중학생이고, 16세 이상은 고등학생이다. 사회문화·사회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같은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성적 자유 측면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달리 보아야 하고, 따라서 이에 대한 법의 입장도 차이가 나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현대 한국 사회에서 미성년자들의 성생활을 고려할 때도, 고등학생 나이 미성년자의 동의에 기초한 성교는 형법 바깥에 두어야 한다고 본다. 즉, 양 당사자는 형법상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다. 한편, 조선시대 ‘춘향전’에서 두 주인공은 농염한 사랑을 벌이는데, 당시 두 주인공은 ‘이팔청춘’, 즉 16세 청소년이었다. 이 점에서 전통 사회에서도 16세가 성적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나이로 인식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논란이 많은 사안은 미성년자 고교생과 성인 간의―‘원조교제’가 아닌―합의 성교인데, 당해 성인을 반드시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는 고교생의 성적 판단 능력을 무시하는 것으로 당해 성관계의 구체적 상황을 무시한 채 ‘보호’의 명분 아래 성적 금욕주의를 형법으로 강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컨대, 민법상 부모나 미성년후견인의 동의를 얻어 약혼을 할 수 있는 18세(민법 제801조) 고교생과 20세 성인 대학생 간의 합의에 기초한 연애와 성교 시 후자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 고교생과 교사 간의 합의에 기초한 연애와 성교는 우리 사회에서는 특히 도덕적 논쟁을 초래하겠지만, 현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15세 고교생 시절 소속 고교 교사로 40세 기혼여성이었던 브리짓 트로뉴와 사랑에 빠져 트로뉴의 이혼 후 결혼했다는 사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경우 당해 교사에 대한 적정한 제재는 ‘형사제재’가 아니라 파면 등 ‘행정제재’라고 본다. 

 

요컨대, 고교생 나이대 미성년자의 성의 형법적 보호는 미성년자 의제강간·강제추행죄의 최저연령을 상향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행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틀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반면, 중학생 나이의 미성년자의 경우는 ‘자유’보다 ‘보호’에 방점이 놓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13~15세 나이의 중학생의 성에 대한 규범적 판단은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이 나이대의 미성년자와 합의성교를 한 자에 대하여 현행법은 일률적으로 비범죄화하고 있고, 상당수 OECD 국가는 일률적으로 범죄화하고 있지만, 이러한 태도는 모두 구체적 사안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문제가 있다. 


저자는 미성년자의 나이대를 구분하여 범죄구성요건을 설정하는 독일 입법례를 참조하여 법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형법 제305조에 제2항을 신설하여 ‘양육·교육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를 받는 16세 미만의 사람’과의 합의 성교를 범죄화 하는 것이다(이 경우 상술한 2014년 사건의 연예기획사 대표, 2015년 서울의 영어학원 여강사, 2016년 대구의 중학교 여교사 등은 피해자 학생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동조 위반으로 처벌될 것이다). 이 점에서 필자는 주광덕 의원 대표발의 형법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0378; 2010. 12. 23. 발의)과 김한균 박사의 제안에 동의한다. 그러나 양자는 16세 이상 미성년자와의 합의성교의 경우에도 ‘우월적 지위의 이용’(김한균), ‘신뢰관계의 이용’(주광덕) 등의 요건을 설정하여 범죄화하고 있는 바, 이 점에는 필자와 차이가 있다. 필자는 이러한 구성요건은 당벌성(當罰性) 여부를 떠나 ‘명확성의 원칙’ 위반 문제를 일으킨다고 본다.


요컨대, 필자는 1953년 제정 형법의 태도를 넘어서서 미성년자와의 ‘합의성교’의 범죄화 문제에 있어서 ‘자유’와 ‘보호’ 간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보는 바, 필자의 입장을 도해화하자면 표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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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주장은 필자가 학자로서 제기하는 것이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제기하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서울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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