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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공정거래위원회 심의속기록 공개제도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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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제기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랜 동안 진보적인 경제학자로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김상조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여 그 활동 범위와 영향력을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향후 그 의욕적인 활약이 크게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위의 신뢰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토론회도 개최하였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의욕이 지나치다 할까, 신뢰제고 방안 중 최근에 시행하고 있는 심의속기록 공개 제도를 접하고는 과연 이 제도가 법치주의, (준)사법기관의 독립성이라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지, 무엇보다 공정거래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상당한 의문이 있어서 아래와 같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2. 문제의 발단과 시행 현황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9월 13일 사건처리 절차 투명성 제고, 신속한 사건처리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 및 외부 영향력 차단을 위한 공직윤리 제고 등을 골자로 한 ‘신뢰제고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과거 비공개하던 위원회 심의 속기록을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결정하였다. 위 발표 다음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문제 등에 관한 찬반 토론회가 열렸고 상당한 반대 의견들이 나왔지만 김상조 위원장의 “불신의 악순환을 끊고, 신뢰의 선순환을 시작”한다는 명분하에 결국 심의 속기록의 공개제도는 시행되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약 18개에 달하는 심의 속기록의 모든 내용을 위원들과 대리인 이름만을 비실명 처리한 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 속기록은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볼 수 있으며, 적나라한 토론의 생생한 현장을 볼 수 있어 흥미롭기도 하다.

높아진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에 발맞추어 이와 같이 신뢰 제고를 위한 노력 자체는 분명 긍정적이고 바람직하다고 평가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심의 속기록 공개 문제에 관한 한 다음에서 보는 여러 문제가 있어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사료되므로 제도 자체의 재고를 촉구하는 바이다.

3. 준사법기관의 독립성 침해 측면에서 본 문제점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 이전 토론회를 거치면서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심의 속기록 공개를 강행한 배경에는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과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 된다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과 같은 법적 논거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및 불공정 거래에 관한 사안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립한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자 합의제 준사법기관으로 경쟁정책을 수립·운영하며 공정거래 관련 사건을 심결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소정의 공공기관임에는 틀림없으나 준사법기관이라는 특성을 가진 기관이므로 이런 특성을 고려한 정보공개를 하여야 하는 것이다.

무릇 민주주의 국가,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법권의 제일가는 덕목은 ‘독립성’이다. 사법부 자체와 그 구성원들이 내·외부적으로 독립되어 그 권한을 행사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헌법과 법률은 법관의 독립과 신분을 철저하게 보장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것”(헌법 제103조)을 요구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엄격한 의미에서의 사법기관은 아니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스스로를 ‘준사법기관’, ‘시장경제의 파수꾼’ 내지 ‘경제검찰’이라고 지칭하고 그에 따르는 광범위한 역할을 자임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은 사실상 1심 판결과 같이 취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판사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위원회와 검사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사무처로 구성되어 있고, 사실상 법원의 1심에 해당하는 의결을 통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을 내려 법 위반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공정거래법은 그 위원에 대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 장기간의 심신쇠약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 또는 해촉되지 아니하고(제40조), 정치운동을 금지하며(제41조) 제척·기피·회피제도(제44조)를 운용하는 등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속기하여 전부 공개한다면, 그 공개에 대한 부담으로 공정거래위원회 및 그 위원들의 독립성을 침해할 것이 우려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법원이 심판의 합의를 공개하지 아니하고(법원조직법 제65조) 공정거래법이 의결의 합의를 공개하지 아니하는(공정거래법 제43조 제3항) 것도 그 독립성이 법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존속의 필수적 요소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 심의 속기록의 내용을 보면, 그 위원들의 뜻이 어떤지 대부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위원들이 피심인이나 피심인 대리인의 의견을 듣고 의문점을 질문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잠재적 결론 또는 선입견 하에서 질문하거나 질책하는 듯한 모습도 많이 보인다. 법관에 의한 법정 재판과는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공정거래위원회 위원들의 뜻이 그 심의 속기록을 통하여 드러나고 있는 것은 위원들이 독립성을 끝까지 유지하는데 분명 장애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의결의 중간 과정인 심의 과정에서 위원들이 나타내는 견해와 심의 후 심사숙고 끝에 내려지는 최종 의결의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당연히 있을 터인데, 이럴 경우 외부로부터 위원들이 “왜 의견을 바꾸었느냐, 무슨 로비 때문이 아니냐”는 등 공격받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설마 이런 공격을 피하기 위하여 위원은 심의 당시 나타낸 의견과 다른 의견을 심의 시 피력하지 못한다고 견강부회할 것인가.

4. 법치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에서 본 문제점
준사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 속기록을 공개하는 조치는 재판기록 공개에 대한 사법절차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우선 헌법상 재판공개의 원칙이 천명된 각종 재판에서도 당사자의 사생활에 관한 권리, 변론권 등 보호를 위해 재판기록 공개 범위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바, 이는 사법절차에 있어서 당사자의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를 조화롭게 해석해서 적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해 마지않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작 재판기록에 해당하는 심의 속기록을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무조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재판절차에서 제3자가 열람 등사를 신청할 수 있는 ‘확정’된 기록도 아니라 아직 재판절차나 수사절차가 남아있기에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는 심의 속기록을 공개하는 것이다. 준사법기관의 성격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행위이고 위헌의 여지도 많다고 보여진다.

한편, 심의속기록의 무제한 공개는 변호사의 변론권이나 당사자의 영업상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단순한 푸념으로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충분히 유념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는 모든 행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준엄한 명령이다.

5. 비교법적인 문제점
우리나라에서 준사법기관에 해당할 수 있는 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 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금융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금융통화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상당수 있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그 위원회 중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이 심의 속기록을 공개하는 위원회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안다.

또한,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일본의 공정취인위원회도 심의 속기록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재판공개 원칙을 폭넓게 운용하는 미국에서조차도, 법원 속기와 관련한 법원기록법(28 U.S.C. § 753 - Reporters)에 따라 작성된 조서의 경우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하며 전자사건처리시스템(CM/ECF)에 업로드되지 않는다.
이렇게 기관과 소속 위원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곳의 심의속기록 공개는 지극히 자제되고 있는 것이다.

6. 결 어
공정거래법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공정거래법 제1조).
단순히 부당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하여 규제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문제점이 있는 심의속기록 공개 조치는 신뢰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김상조 위원장 스스로 밝혔던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기업과 개인의 권익보호를 위한 절차 규정을 강화한다”는 목표 및 공정거래법의 목적과도 분명하게 상충한다.

부디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른 나라, 다른 기관에서 하지 않는 제도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위원들을 믿고 그들이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독립하여 중립적으로 심의하고 합의함으로써 결국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제질서를 촉진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여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채근직 변호사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대한변협 법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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