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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가상화폐에 대한 민사강제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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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들어가면서
가상화폐는 국가적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운영방식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등장하였다. 따라서 가상화폐 블록체인 시스템이 확산될 경우 공권력에 기한 강제집행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가상화폐 보유자의 대부분이 가상화폐를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가상화폐 거래소(‘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강제집행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하, 가상화폐를 대상으로 한 민사강제집행 가능성과 그 방식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나.가상화폐의 법적 성질
가상화폐가 현행 민사집행법 체계에서 어떤 지위에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이에, 가상화폐의 법적 성질을 살펴본다.


1.민법상 물건·화폐가 아님
1)민법 제99조는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상 물건은 법률상의 배타적 지배가 가능한 유체물과 무체물 가운데의 자연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상화폐는 디지털 상에 존재하는 코드에 불과하므로 유체물이 아니다. 또한 전기와 같이 어떠한 자연력(에너지)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는 민법상 물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2)화폐는 국가에 의해 정식 통화로 지정?유통되고 발행국가에서 관례적으로 사용되면서 교환 매체로 수용된 동전과 지폐를 말한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원화?달러 등 법정통화와 같이 정부에 의해 사용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금처럼 본질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통적 의미의 화폐라고 할 수 없다.

3)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는 별도의 청산 및 결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교환의 매개물로 사용되는 점에서 화폐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최근 가상화폐의 화폐성을 인정하는 외국 판례(유럽사법재판소, 미 뉴욕주법원 등)가 나타나고 있다.

2.재산적 가치를 가지고 재산권의 대상이 됨
1)가상화폐는 디지털로 암호화된 코드에 지나지 않으나, 환금성(換金性)을 가진다. 가상화폐 자체가 재산권은 아니더라도 재산 혹은 재산적 가치를 가진다.

 

2)민법 373조는 “금전으로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것이라도 채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권의 목적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일정한 급부행위를 구하는 것’이다.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도 그 효력에 있어서는 보통의 채권과 다를 바가 없다. 채무자의 이행이 없으면 채권자는 이행판결을 구할 수 있고 그 판결에 의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으며, 강제집행과 함께 그것에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은 금전에 의하는 것이 원칙인 바(민법 제394조), 재산권에 속한다. 즉, 가상화폐를 목적물로 한 작위?부작위 급부의무는 재산권을 가진 채권의 목적이 된다.

다.강제집행의 가능성과 그 방식

1.강제집행의 분류와 가상화폐
1)민사집행법의 편제는 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종류에 따라 동산집행과 부동산집행으로 나뉜다. 동산집행에는 민법과 달리 유체동산뿐만 아니라 채권과 그 밖의 재산권도 포함된다. 한편 실현될 권리가 금전인지 여부에 따라 금전집행과 비금전집행으로 분류한다. 금전집행은 집행대상의 종류에 따라 부동산에 대한 집행, 선박 등에 대한 집행, 동산에 대한 집행으로 구분되고, 동산집행은 다시 ‘유체동산에 대한 금전집행’, ‘채권과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금전집행’으로 구분된다. 비금전집행은 물건의 인도를 구하는 청구권의 집행과 작위(대체적?부대체적 작위), 부작위, 의사표시를 구하는 청구권의 집행으로 나뉜다.

2)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금전집행의 경우, 가상화폐에 대한 강제집행은 동산집행 중 채권과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집행으로 분류된다. 금전집행은 ㉠ 압류, ㉡ 현금화, ㉢ 배당의 절차를 거친다. 비금전집행의 경우, 비대체적작위채권의 집행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있는바, 이 경우 간접강제의 방식(민사집행법 제257조 참조)을 취하게 될 것이다.

2.압류 가능성
1)채권과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압류는 제3채무자에 대한 압류명령을 발함으로써 행하여진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내에서 그 보유자가 전자지갑 내에서 배타적 독립적으로 보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이 그 압류명령을 발할 제3자가 이론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상화폐 보유자 대부분이 거래소를 통하여 거래를 이용하고 있으므로(우리나라에는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을 비롯한 다수의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다), 채무자가 이용하는 거래소를 제3채무자로 하여 일응 압류명령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근거는 채무자가 거래소에 대하여 가지는 금전반환청구권 등이 존재한다는 점을 전제한 것이다. 즉, 이용자는 거래소에 대하여 거래 정산에 따른 지급청구권 내지 환불청구권을 갖는다. 채무자의 거래소에 대한 위와 같은 청구권을 압류함으로써 거래소를 구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채권자는 집행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 거래소에 등록된 채무자의 전자지갑(wallet), ㉡ 거래소가 투자자를 위하여 제공된 입출금 등의 전용계좌, ㉢ 거래소의 서비스 이용을 위하여 개발한 가상의 화폐(예컨대, 빗썸의 ‘빗썸 KRW’ ? ‘엑스페이’, 업비트의 ‘KRW 가상화폐’ 등으로 회원이 거래소 서비스 내에서 가상화폐 거래 등에 사용할 수 있고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한 가상의 화폐) 계정 등을 포괄하여 압류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문제는 압류명령을 통하여 채무자가 가상화폐 거래에 필요한 지갑 및 키 파일(key file) 등에 대한 처분금지까지 가능한지 여부다. 이론적으로, 가상화폐 보유자가 블록체인을 통하여 P2P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거래소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거래소 이용약관은 이를 ‘자율거래’라고 하는데, 가상화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거래소의 참여 없이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지정한 방법을 통해 거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거래소가 압류명령에 의하여 채무자의 가상화폐 거래 정보에 대한 접근이나 처분을 금지?정지하여야 할 법적 근거는 희박해 보인다. 다만, 거래소가 채무자와 체결한 이용약관에 기하여 채무자에게 개설된 거래계정 전체를 포함한 거래를 정지할 수 있다면 이에 따른 금지명령이 수용될 여지가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거래소 이용약관에 의하면 거래소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회원의 이용계약의 해지 및 중지, 로그인 제한, 계정?지갑의 동결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 기준이 상당히 임의적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거래소 이용약관이 거래소의 ‘운영정책’, ‘관리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고 그 이유도 타인의 서비스 ID 및 비밀번호 도용, 타인의 명예 훼손, 컴퓨터 바이러스 유통, 정보의 무단 복사 등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의 저해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3.현금화 방식
현금화 절차는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추심명령이나 전부명령 또는 민사집행법 제241조의 특별현금화 방법에 따른다. 다만, 전부명령은 권면액이 있는 집행대상에만 허용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생각건대, 가상화폐가 환금성이 존재하고 거래소를 통한 매각이 용이한 점에 비추어 권면액의 존재를 인정하여도 무방해 보인다. 

 

특별현금화 방식으로는 양도명령(법원이 정한 값으로 지급에 갈음하여 채권자에게 양도함. 민사집행법 241조 1항 1호)에 의한 방식, 매각명령(추심에 갈음하여 법원이 정한 방법으로 채권을 매각하도록 집행관에게 명함. 동항 2호), 관리 명령에 의한 방식(관리인을 선임하여 채권의 관리를 명함. 동항 3호) 등이 있다. 특별현금화 방식은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결정되므로(동항 4호), 향후 가상화폐의 현금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4.간접강제
가상화폐가 거래소를 통한 거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범용성을 띄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통상 금전집행의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다만, 당사자간에 특정한 가상화폐의 수수에 목적을 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A가 B에게 A가 특정 일자에 채굴한 비트코인 1 단위를 이전하여 주기로 한 경우 이 계약은 ‘특정 일자에 채굴한 비트코인’의 이전이라는 개성에 중점을 둔 작위채권이 된다. 이 경우 대상물인 가상화폐는 ‘특정한 (유체)동산이나 대체물의 일정한 수량’ 이 아니므로 동산인도청구의 집행(민사집행법 257조)의 대상이 될 수 없고 A의 협력을 요하는 것으로서 비대체적 작위의무가 된다. 간접강제의 방식을 이용할 것이다(민사집행법 제261조).

라.마치며
가상화폐는 물리적 실체가 없으나, 네트워크 내의 구성원들 간에 재산적 가치를 가지고, 실제 대부분의 거래가 거래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민사적 집행 가능성이 열려 있음이 주목된다. 특히 올해 1월 말부터 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실시되어 실효성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현행법상 거래소가 지급결제에 관한 일반적 규제에 벗어나 있고 압류명령에 대한 거래소의 협력 의무가 강제되지 않다는 점에서 시급한 입법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윤배경 변호사(법무법인 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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