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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판례

[해외판례] 캘리포니아주 법원 “동성커플의 웨딩케이크 주문 거절은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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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15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커플 또는 이성커플에 관계없이 결혼할 권리는 동등하게 보장된다는 주목할 만한 판결[Obergefell v. Hodge, 135 S.Ct. 2584 (2015)]을 내렸다. 하지만 Obergefell 판결은 동성결혼을 제외한, 아직 연방대법원이 다루지 않은 다른 영역의 동성애 관련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동성애와 대립할 수 있는 헌법적 가치와 관련된 여타 이슈들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입장은 여전히 미지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 말 연방대법원이 콜로라도주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애에 반대하는 제과점 주인이 동성커플의 웨딩케이크 주문을 거절하면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심리를 개시하면서 동성애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최근 2018년 2월 캘리포니아주 컨 카운티 슈피리어 법원(Superior Court of Kern County, 이하 ‘법원’)이 연방대법원에서 심리중인 사건과 사실관계가 유사한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를 우위에 두는 결정을 내려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해당 결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동성커플 Eileen Rodriguez-Del Rio와 Mireya Rodriguez-Del Rio는 결혼식에 사용할 웨딩케이크를 주문하기 위해 제과점에 방문하였으나, 제과점 주인 Cathy Miller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여 동성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웨딩케이크를 제작 혹은 디자인할 수 없다며 경쟁 제과점을 소개해주면서 주문을 거절했다. 해당 커플은 캘리포니아주 평등고용주택청(Department of Fair Employment and Housing)에 Miller가 차별금지법(Unruh Civil Rights Act, Section 51)을 위반했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평등고용주택청은 Miller가 동성커플의 웨딩케이크 주문을 거절하지 못하게끔 법원에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신청했다.

3. 법원의 결정
법원은 평등고용주택청이 신청한 예비적 금지명령을 기각하였는데, 이유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웨딩케이크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지에 대한 판단이고, 둘째는 공공시장에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달성하는 주 정부의 이익과 수정헌법 제1조상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 이익 간 ‘비교형량’이다. 참고로 법원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웨딩케이크는 이미 제작되어 판매를 위해 제과점에 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동성커플의 주문에 따라 새롭게 제작해야 하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

강요된 표현(Compelled Speech)
먼저 법원은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사상의 자유(right of freedom of thought)는 자유롭게 발언할 권리(right to speak freely)뿐만 아니라 발언하지 않을 권리(right to remain mute)까지 포함한다고 천명한 후, 정부가 개인에게 어떤 표현을 하도록 강제하는 강요된 표현 원칙을 토대로 분석을 시작했다. 연방대법원은 일련의 사건―국기에 대한 경례를 강제하는 것[W. Va. State Bd. of Educ. v. Barnette, 319 U.S. 624 (1943)], 신문에서 공격을 당한 정치입후보자에게 반론권을 보장하도록 강제하는 것[Miami Herald Pub. Co. v. Tornillo, 418 U.S. 241 (1974)], 주(州)의 모토인 ‘Live Free or Die’가 새겨진 자동차 번호판을 완전히 가리는 것에 대한 처벌[Wooley v. Maynard, 430 U.S. 705 (1977)]―을 통해 강요된 표현을 위헌이라고 판시해왔는데, 법원은 이러한 판례들과 더불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공공시설법을 어떤 표현을 강요하는 데에 적용할 수 없다고 선언한 판결[Hurley v. Irish-American Gay, Lesbian, & Bisexual Grp. of Bos., 515 U.S. 557 (1995)]을 예시로 들면서 이 사건이 연방대법원의 강요된 표현 원칙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 명시했다. 이와 관련하여 주 정부는 “차별금지법이 표현이 아닌 단순한 행위(케이크를 만들고 판매하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며, 특정 디자인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다른 메시지를 전파하도록 강요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에는 강요된 표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배척했다. 주 정부는 Miller가 동성결혼을 폄하하는 디자인으로 웨딩케이크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혹여 그러한 웨딩케이크를 제작하였더라도 해당 커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 법원은 Miller의 디자인이 제한된 것이라고 간주했다. 또한 웨딩케이크는 전통적으로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품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단순한 케이크가 아니며, 오히려 제작자의 예술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보다 더 확실한 형태의 표현 행위(expressive conduct)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시했다. 따라서 법원은 주 정부가 이 사건을 통해 헌법상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 가운데 하나인 Miller의 예술적 표현을 Miller 자신의 의지와 종교에 반하는 메시지를 고취하는 데 이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 정부 이익과 표현의 자유 간의 비교형량
법원은 웨딩케이크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판단한 다음,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content-based regulation)인 경우에 적용되는 가장 높은 단계의 위헌심사기준인 엄격심사기준(strict scrutiny)을 적용하여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공공시장을 보장하고자 하는 주 정부의 이익이 헌법상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를 정당하게 침해할 수 있을 만큼 중대한(compelling)지에 대한 쟁점으로 넘어갔다. 엄격심사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법률로 인한 자유 침해가 중대한 정부 이익을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며, 그러한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이 최소한의 제한적인 수단으로 다른 가능한 대안이 없어야 하는데, 법원은 주 정부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정황, 역사적·문화적 배경, 사회규범, 일반적 상식의 적용 등을 고려하였을 때, 웨딩케이크를 통해 남성과 여성 간의 신성한 헌신인 결혼에 대해 축복을 표현하고자 하는 Miller의 바람은 사소하거나 또는 임의적이거나,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고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 Miller가 해당 지역의 유일한 웨딩케이크 제빵사가 아닐 뿐만 아니라 동성커플에게 다른 제과점을 대안으로 추천하였다는 점, 동성결혼을 인정한 Obergefell 판결문에서도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종교 및 종교적 교리를 지키는 자들은 계속해서 동성결혼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진정한 신념을 계속해서 지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해당 커플이 Miller의 선택으로 인해 모욕(indignity)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부인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즉, 차별 없는 공공시장에의 접근을 보장하고자 하는 주 정부의 이익은 헌법상 Miller에게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위 분석을 토대로 법원은 동성커플의 웨딩케이크 주문 거절을 막기 위해 신청된 예비적 금지명령을 기각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편 법원은 결정의 말미에서 웨딩케이크 주문 거절 사건은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여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종교 행사의 자유에 대한 쟁점은 미결(open question)로 남기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는데, 그 이유에는 번복되는 연방대법원의 입장 및 연방의회의 종교자유회복법(RFRA)의 제정으로 인해 종교 행사의 자유 조항에 기한 위헌심사기준을 명확히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점도 포함되었다. 현재 연방대법원이 심리중인 유사한 사건에서 종교 행사의 자유에 대한 쟁점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4. 나가며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에서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보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의사표현이 누군가에게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더라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결정문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어떤 다른 누군가를 분노하게 하거나 상처를 입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헌법에 따른 자유사회의 본질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또한 제과점 주인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캘리포니아주 법원의 결정은 표현의 자유 주장에 더 큰 힘을 실어주었다. 현재 유사한 사건을 심리 중인 연방대법원이 차별금지와 표현의 자유 가운데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송현정 연구위원(사법정책연구원)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