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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가산세 제도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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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 증여세와 가산세 문제를 중심으로-

I. 들어가며

세법은 원활한 조세행정 실현을 위해 납세자에게 본래적 의미의 납세의무 이외에 과세표준 신고의무, 성실납부의무 등 여러 가지 협력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의무를 위반하면 가산세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가산세는 행정적 제재를 조세 형태로 구성한 것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가산세는 본래적 의미의 세금이 아니어서 세법 영역에서는 다소 이질적 존재다. 세법 영역에서 규정·집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 행정법 영역에서는 관심 밖이다. 어디에서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산세 입법과 해석에는 일반 행정벌 이론에 비추어 볼 때 의문인 점이 많다. 합당한 문제제기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가산세 입법 형식을 보면 과세관청과 법원에게는 가산세 금액을 결정할 재량이 없다. 일반적인 행정벌 입법이 제재의 상한이나 범위를 규정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헌법재판소는 과징금이나 과태료의 차등부과 가능성을 배제한 입법을 위헌이라고 보았다(헌재 99헌가18 결정, 헌재 2010헌가86 결정). 해석 영역을 보면, 대법원은 가산세 부과에는 납세자의 고의·과실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8두12986 판결). 반면,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은 고의·과실 없는 질서위반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고, 판례도 같은 취지다(대법원 2011마364 결정). 

 

과세실무나 불복실무상으로도 가산세는 부차적 문제다. 가산세는 본세와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본세 논의에 밀려나기 일쑤인 까닭이다. 가산세가 독립된 과태료 형태로 부과되어도 그럴까? 당연히 가산세 역시 독립적으로 그 적법성을 따져보아야 한다.

이하에서는 하나의 예로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부과되는 가산세의 타당성을 살펴본다. 제도 자체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곽태훈, ‘명의신탁과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의무 -부과제척기간과 가산세 문제를 중심으로-’, 조세법연구 22-3권, 한국세법학회, 2016.).

II. 명의신탁 증여세와 가산세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45조의2는 ‘조세회피 목적’의 명의신탁이 있으면 명의수탁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명의신탁 재산 가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명의신탁 당사자가 부담하는 가산세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명의신탁 후 10년이 지나서 명의신탁 사실이 밝혀져 증여세가 부과되면 가산세만 증여세 본세의 129.5%(=무신고가산세 20%+납부불성실가산세 연 10.95%×10년)다. 나아가 1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는 사례라면 가산세는 무려 증여세 본세의 184.25%다. 

 

그런데 명의신탁 당사자가 스스로 증여세 신고의무를 이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민사법적으로는 유효하지만 대외적으로 이를 밝히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경우에 명의신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명의신탁 당사자는 십중팔구 명의신탁 증여세를 부담함에 있어서 막대한 가산세 위험에 노출된다.

III. 명의신탁 당사자에 대한 가산세 부과의 합법성 검토

1. 문제의 소재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가산세가 부과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의신탁 당사자에 대한 가산세 부과가 정당한지의 문제는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가 인정되는지의 문제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다.

2. 명의신탁 당사자에 대한 증여세 신고의무 부과의 문제점

가. 행정벌의 본질에 반하는 문제

명의신탁 증여세가 제재적 성격의 정책적 조세라고 하더라도(그 위헌성 여부는 오랜 논쟁거리지만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는 이미 조세에서 과징금 및 형사제재로 바뀌었다) 그 본질이 행정벌 성격임은 분명하다. 즉, 명의신탁 증여세는 세금의 외형을 취하고 있을 뿐 그 실질은 행정벌이다.

 

그런데 명의신탁 증여세 신고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행정벌 대상자에게 스스로 자신이 행정벌 부과 대상자임을 신고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행정벌의 본질에 반한다. 행정벌 부과 대상 행위를 찾아내고 요건 충족을 입증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과연 제도 시행 후 여태까지 신고의무를 이행한 당사자가 있었을까? 없었다면 법이 그 수범자에게 기대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인정받기도 어렵다.

나. 진술거부권 침해 문제

헌법 제12조 제2항은 진술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 뿐만 아니라 행정절차 등 어디에서나 그 진술이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것일 때에는 보장된다. 따라서 만일 법률이 범법자에게 자기 범죄사실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그 미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가한다면, 이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헌재 89헌가118 결정).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은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 따라서 어떤 명의신탁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명의신탁자는 소득세 등을 탈루한 것이 되어 조세포탈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명의수탁자 역시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명의신탁 사실 그 자체’를 넘어 ‘조세회피 목적’까지 자인하는 전제에서 증여세 과세표준을 신고하라고 요구하면, 사실상 과세관청에게 범죄 발각 단서를 스스로 제공하도록 강제하여 진술거부권을 침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헌재 2002. 1. 31. 선고 2001헌바43 결정이 참고가 된다. 위 결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을 위반한 사업자단체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법위반사실을 공표하도록 명령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에 관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은 행위자로 하여금 형사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법위반 행위를 일단 자백하게 하는 꼴이 되므로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헌법재판소 논리는 명의신탁 증여세 신고의무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명의신탁 증여세 신고의무를 인정하면 행위자로 하여금 형사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조세회피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하였다’는 사실을 일단 자백하게 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다. 무죄추정원칙에 반하는 문제

위 헌재 2001헌바43 결정은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이 무죄추정원칙에도 반한다고 보았다. 행위자에게 법위반사실을 공표하게 하는 것은 장차 형사절차에서 법위반사실을 부인하고자 하는 행위자의 입장을 모순에 빠뜨려 소송수행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법원으로 하여금 불합리한 예단을 갖게 할 소지가 있고 그 결과 장차 진행될 형사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은 명의신탁 증여세 신고의무의 경우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3. 소결론

상증세법 제68조 제1항, 제4조의2 및 제4조 문언 상 명의신탁 당사자 역시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은 명의신탁 증여세의 행정벌적 본질과 진술거부권, 무죄추정원칙과의 관계에서 합헌적·합목적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증세법상 증여세 신고의무자 범위에서 명의신탁 당사자는 제외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또한 그렇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만약 이러한 해석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상증세법 제68조 제1항은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는 법률이라는 결과가 되므로, 입법적 조치가 필요해진다).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상,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 납부불성실가산세는 어떤가? 신고의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납부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신고의무 자체도 없고 부과처분도 없는 상황이라면 원시적으로 증여세 납세의무를 확정할 수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명의신탁 당사자에게는 납부불성실가산세 역시 부과할 수 없다. 이와 다른 현재의 과세실무와 재판실무는 재고(再考)가 필요하다.

IV. 맺음말

가산세는 납세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다. 그러나 지금껏 그에 상응하는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제대로 된 관심과 견제가 없으면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고, 결국은 이론적·실정법적 좌표를 상실할 수도 있다. 가산세 제도에 관심을 갖고 가산세가 행정벌의 본질에 걸맞게 입법되고 운영되는지를 지속적으로 따져보아야 하는 이유다.

하나의 예로, 이 글에서는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부과되는 가산세 문제를 살펴보았다. 지금껏 부과되지 않아야 할 가산세가 무비판적으로 부과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왜 가산세는 일반적 감경사유나 고의·과실의 고려 없이 틀에 찍어 낸 듯 정액으로 부과되어야 하는가라는 현행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가산세 제도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합헌적이고 수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곽태훈(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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