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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외부감사법’ 전면개정의 의의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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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글머리에


지난 9월 28일 ‘회계개혁 법률’이라고 볼 수 있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10월 31일 공포됨으로써 내년 11월 1일부터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1980년 외부감사법 제정 이후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한 여러 제도들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감회사 경영진이 감사인을 선임하는 갑을(甲乙)관계 구조로 인해 외부감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해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어 왔다. 동양, 모뉴엘, 대우건설,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에서 보듯이 최근까지도 분식회계와 부실감사 논란이 계속되었고, 현행 외부감사법으로는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각계의 지적이 많았다. 이러한 회계부정을 근절하기 위해 수년 간 논의되어 온 회계제도 개혁과제들이 총망라되어 외부감사법이 전면 개정되었는데, ‘한국판 삭스법’(SOX: Sarbanes-OXley Act; 2001년 엔론社의 대형 분식회계를 계기로 제정된 美 회계개혁법으로, 각국의 회계개혁에 큰 영향을 미침)이라 부를 정도로 대대적인 회계개혁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판단된다. 


Ⅱ. 개정법의 주요내용


1. 외부감사법 목적의 변경 (제1조)


현행 외부감사법 제1조는 ‘외부감사인이 회계감사를 통해 기업의 회계처리를 적정하게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마치 회사의 회계투명성 책임이 모두 외부감사인에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재무제표 작성 등 회계처리의 1차적 책임자는 회사이다. 그럼에도 기업 스스로 회계역량 부족을 자인하며 재무제표 작성을 외부감사인에게 맡기는 등 회계 투명성 의지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개정 외부감사법 제1조에서 ‘회사의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는데, 이는 회계투명성은 회사의 적정한 회계처리 의지와 외부감사인의 엄정한 회계감사를 통해 이뤄진다는 의도로 규정된 것이다.  


2. 유한회사에 대한 외부감사 도입 (제2조 제1호 및 제4조)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의무를 면제받고 있어 대규모 외국계 법인이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 법인을 신설하거나 주식회사가 유한회사로 조직변경을 하는 등 규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대규모 유한회사도 이해관계자 보호가 필요한 만큼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한회사도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였다. 또한 유한회사가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된 만큼 법률명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였다.


3. 감사 환경 개선


  (1) 내부통제강화(제8조)


상장법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인증 수준을 ‘검토’에서 ‘감사’로 상향하였다. 또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를 대표이사가 직접 주주총회에 보고하도록 하였는데, 향후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에 큰 변화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계처리 능력이나 내부통제시스템이 미비한 회사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개정법 취지에 맞는 ‘내부회계관리제도 모범규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지정제도 확대 및 상장법인 감사인 등록제 도입 (제9조의2 및 제11조 제2항)


상장법인에 대해서는 6년 동안 자유선임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3년 동안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외부감사인과 감사계약을 체결하는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되었다. 다만, 최근 6년 내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결과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발견되지 않거나 회계처리 신뢰성이 양호한 경우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는 제외한다. 또한 상장법인의 외부감사는 감사품질 관리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추어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회계법인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감사인 선임권한 변경 (제10조 제4항)


외부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경영진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 상장법인, 대형비상장주식회사, 금융회사는 외부감사인 선임권한이 경영진에서 감사위원회(또는 감사)로 이관되었다. 그동안 감사인 선임권한이 피감회사의 경영진에게 있고, 감사위원회는 이를 승인하는 구조였는데, 이번 회계제도 개혁으로 내부감사기구가 외부감사인 선임 및 운영에 관여함으로써 내부감사기구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4) 감사계약 체결시기 단축 (제10조 제1항)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과 금융회사 경우, 감사계약 체결 시기는 사업연도개시일 전으로, 그 외 회사는 사업연도 개시 후 45일 이내로 앞당긴다. 현행법은 매 사업연도 개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되어 있는데, 통상 감사의견을 제출한 3월 이후에 피감회사와 감사계약을 체결하다보니, 피감회사와의 감사 재계약을 염두에 둔 감사인들의 회계감사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따라서 감사의견 제출 전에 감사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감사인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5) 표준 감사시간 도입 (제16조의2) 


우리나라의 감사보수나 감사시간은 미국, 일본, 유럽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 차이가 난다. 피감회사가 감사품질보다는 수임료로 감사인을 선택하고, 감사인은 수주경쟁 과정에서 투입시간을 단축하였기 때문이다. 현저히 낮은 감사시간, 감사보수는 감사품질의 질적 저하 및 투자자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따라서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표준 감사시간을 제정하는 내용이 입법화되었다. 전문자격사의 표준시간 법정화는 자율경쟁에 반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외부감사가 자본시장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감사품질 확보가 결국에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점이 고려되어 법적으로 표준감사시간이 도입되었다.


  (6) 품질관리기준 도입 (제17조)


자율규제로 운영해 온 회계법인의 감사품질관리제도에 대한 법적근거가 마련되었다. 외부감사의 공공성에 비추어 감사품질을 제고하기 위해서 회계법인 내 감사를 담당하는 부서와 품질관리부서가 상호 유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품질관리기준이 마련되고, 증권선물위원회는 품질관리기준제도 운영을 주기적으로 감리하여 감사 품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였다.


4. 책임 강화


  (1) 손해배상 책임 강화 (제31조 제9항)


감사인의 회사 및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의 제척기간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3년’의 기간을 ‘8년’으로 상향하였다. 외부감사법에서는 감사인 스스로 부실감사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입증책임 전환), 제척기간이 늘어난 만큼 감사인의 손해배상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본시장법에서 사업보고서 공시 위반으로 인한 회사의 제척기간은 여전히 사업보고서 제출일로부터 3년이 적용되므로 형평성 차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2) 과징금 도입 (제35조 및 제36조)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회사는 분식회계금액의 20%, 회사의 회계담당자는 회사에 대한 과징금의 10%, 부실감사를 한 감사인은 감사보수의 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조항이 신설 되었다. 다만, 회사 또는 감사인이 동일한 사유로 자본시장법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 받는 경우 해당 과징금이 외부감사법상 과징금보다 적으면 그 차액을 부담한다. 과징금 제척기간도 위반행위일로부터 8년이 된 만큼 회사와 감사인에게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3) 형사처벌 강화 (제39조)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이 대폭 강화되어 회사와 감사인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대표이사를 비롯한 회계업무 담당자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거나,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미기재하는 경우 10년 이하 징역 및 위반행위로 얻은 이득액 또는 손실액의 2배~5배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이 상향 조정되었다. 또한 자산 1조원 이상 회사의 경우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재무제표 손익 또는 자기자본 금액이 자산총액 대비 10% 이상 변경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가중 처벌 조항도 신설되었다. 


Ⅲ. 마무리

 

이번에 전부개정된 외부감사법은 정부의 회계개혁 의지와 국회 여야 모두의 합의 속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국회를 통과하였다. 특히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감사인 지정제도에 대한 합의는 회계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데에 사회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2018년 11월 1일부터 시행될 개정 외부감사법은 기업 스스로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점, 감사인도 감사환경 개선을 통해 공정한 감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기초로 회계부정을 저지른 회사와 감사인에 대해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는 입법의도로 추진되었는데, 향후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국민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개정 외부감사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하여는 외부감사법 하위규정의 정교한 정비와 공정한 집행, 기업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의 자발적 구축, 회계법인과 회계사의 전문성·신뢰성 향상을 위한 노력 등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홍복기 교수 (연세대 로스쿨)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