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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2단계 집단소송제도에 대한 소고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

1.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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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도입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 외에 추가적으로 공정거래분야와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집단소송제도 도입논의가 있다. 필자가 법제연구원장으로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도 2017년 3월 포괄적 집단소송법안을 국회공청회에서 발표하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폭스바겐 연비사건 등 집단소송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사건들이 발생한 지금은 어찌 보면 집단소송을 논의할 적기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다수의 제도 도입 논의는 일단 제도를 도입하고 나서 필요하면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소모적인 논쟁으로 제도 도입 자체가 무산되었다. 법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입장에서 제대로 된 제도가 도입되어 우리 사회 전체의 후생증대에 기여하는 제도가 도입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지금 미국식 집단소송 외에 유럽에서는 유럽연합에서 소비자집단소송의 제정을 회원국에 요구한 결과, 이미 입법된 프랑스와 영국 외에 독일도 법무부의 주도하에 집단소송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집단소송제도는 기존 자본시장모범집단소송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되고 있다. 

 

  집단소송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미 도입된 변형된 미국식의 집단소송제도 외에 대륙법계 국가인 일본과 프랑스에서 이미 도입된 2단계 집단소송 제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우리식 제도로 도입을 검토해볼 실익이 있다고 보여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일본의 소비자집단소송 

가. 입법연혁 

  일본은 2013년 12월 11일 소비자집단소송을 도입하였다. 일본의 경우 소비자가 소비자 계약의 취소 및 소비자 계약조항의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를 유형적으로 정한 소비자계약법이 2001년부터 시행되었다. 2006년 6월 7일 공포된 ‘소비자계약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소비자단체소송제도가 도입되었다. 2007년 소비자계약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자단체소송제도가 도입되어 2007년 6월 7일부터 시행되었다. 단체소송도입 당시 내각총리대신의 인가를 받은 적격소비자단체가 소비자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동시에 피해확대를 방지하기 위해서 소비자계약법상 부당행위 및 경품표시법에서의 부당표시, 특정상거래법에서의 부당행위, 식품위생법상 부당표시 등에 관하여 금지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2008년 소비자계약법이 개정되면서 경품표시법상 상품의 부당표시와 특정상거래법상의 부당행위에도 금지청구가 허용되었다. 하지만 손해배상제도가 없는 단체소송의 실효성은 한계가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소비자들의 손해배상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 일본판 클래스 액션(Class Action)이다. 이법의 정식명칭은 ‘소비자의 재산적 피해와 집단적 회복을 위한 민사재판절차의 특례에 대한 법률’(‘消費者の財産的被害の集?的な回復のための民事の裁判手?の特例に?する法律’, 平成25年 法律第96?)이다. 이 법의 제정과정에서 일본 기업들은 남소의 위험을 들어서 격렬하게 반대하였고, 그 결과 청구인적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청구범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입법되었다. 일본은 1978년부터 집단소송법안이 제안되었으나 실제 입법은 2013년에야 이루어졌다(일본에서의 논의에 대한 세부사항은 서희석, ‘일본에서 소비자집단소송제도의 창설’, 고려법학 제74호(2014) 참조). 


나. 소비자집단소송

  2013년 12월 11일 일본에서는 소비자집단소송을 통한 피해구제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본의 경우에도 이전에는 중지청구만이 가능하도록 하는 우리나라의 현행제도와 같은 제도로 운용되다가 이 법의 개정을 통해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해졌다. 도입된 방식은 미국식의 제외신고방식(opt out)이 아니라 가입방식(opt in)으로 도입되었다. 일본의 집단소송제도는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브라질이 1985년 도입한 2단계집단소송 제도를 바탕으로 제도설계가 되었다고 한다. 

 

  2013년 도입된 일본 집단소송의 특징은 소비자단체에 의한 위법성의 판단단계(공통의무확인소송, 지급의무의 존부판단) 및 개별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단계(간이확정절차, 손해액 산정)로 구성된 2단계형 제도로 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일본의 제도는 브라질의 2단계형 집단소송제도를 큰 틀에서 참고하고 소송주체가 소비자단체에 한정된다는 등의 일본적 특성을 가미하였다.

 

  1단계인 공통의무확인소송이란, 소비자계약과 관련하여 상당한 다수의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 피해에 대하여(다수성), 이들 소비자에 공통되는 사실상  법률상의 원인에 기하여(공통성), 개개의 소비자의 사정에 의해 그 금전의 지급청구에 이유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업자가 이들 소비자에게 금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말한다(제2조 제4호). 일본최고재판소는 2015년 6월 29일 집단소송의 세부절차에 대한 규칙(〔最高裁規則〕消費者の財産的被害の集?的な回復のための民事の裁判手?の特例に?する規則)을 제정하였다. 이 규칙의 제2조부터 제5조는 제1단계 공통의무확인소송의 소장기재사항, 재량이송, 변론의 필요적 병합의 신고방식, 화해의 경우 명확하게 하여야 하는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법 제5조는 공통의무확인 소의 소장에는 대상채권 및 대상소비자의 범위를 기재하고, 청구의 취지 및 원인을 특정하도록 요구한다. 소장기재사항으로 대상소비자들 간 관할이 서로 다를 수 있고, 1단계소송 개시 시에는 단체가 그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곤란할 것이므로 소장에는 그 예상되는 수만을 기재하면 족한 것으로 하고 있다. 법에서도 이런 경우를 상정하여 대상소비자수가 1000명 이상으로 전망되는 경우 동경지방법원 또는 오사카지방법원에도 공통의무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법 제6조 제4항). 

 

  2단계인 간이확정절차는 대상채권의 확정절차(?象債?の確定手?)이다. 2단계 절차에서는 1단계 소송에서 확정된 공통쟁점에 대한 판결을 전제로 하여 개별적인 대상소비자에 대하여 개별쟁점을 심리하여 개별 소비자에게 귀속될 대상채권의 존부 및 금액을 확정한다. 2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원고청구 인용이 되거나 인용취지의 화해가 이루어지게 되면 그 1단계 공통의무확인소송의 결과에 다른 소송절차가 개시된다. 이때 1단계 판결의 효력은 원고와 피고에게 모두 미치지만, 2단계의 절차에 있어서는 채권을 신고한 소비자에게 미친다. 


3. 프랑스의 소비자집단소송 

가. 입법연혁 

  프랑스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직업조합에 대해서 당사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당사자적격을 인정하여 왔고 이런 전통은 소비자법 분야에서도 소비자단체소송이라는 형식으로 발전하였다. 2004년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대통령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혁을 공표하면서, 이에 따라 2006년 참가신청형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되, 남소 방지를 위해 변호사의 승소사례금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안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재계의 반대, 정치권의 의견 대립 등으로 인해 2012년 11월까지 국회에 제출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1년 12월 프랑스에서 성형용 실리콘 사건 등 다수의 소비자들이 피해자가 되는 사건이 생겼다.


나. 소비자단체소송제도 도입

  프랑스는 2014년 3월 17일 법 개정을 통해서 소비자법(Code de la consommation, La Loi n°2014-344)의 일부로 소비자집단소송을 도입하였다. 프랑스 소비자법은 소비자집단소송 외에도 소지의무, 방문판매와 원격판매, 프랑스 경쟁청의 소비자관련 사안에 대한 권한 확대 등의 내용도 규정하였다. 프랑스 사법원이 2014년 3월 13일 소비자법상 집단소송규정을 합헌이라고 판단함으로써 집단소송제도가 프랑스법의 일부로 도입되었다. 이 법은 2014년 9월 24일 공포·시행되었다(Decree n°2014-1081).  

 

  2014년 도입된 소비자단체소송(이하 L. 423-1)은 책임에 관한 판결(Jugement sur la responsabilite)을 위한 절차와 간이한 그룹 소송절차(Procedure d'action de groupe simplifiee)의 2단계로 구분된다. 소비자에 대한 배상조건은 ‘책임에 관한 판결’에서 규정되는데 사업자에 의한 직접 지불도, 소비자단체 또는 소비자단체를 지원하는 사람에 의한 간접적 지불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일단 책임에 관한 판결을 통해서 사업자의 책임이 인정되면, 개별적 이행소송이 진행된다.

 

  프랑스의 소비자단체소송은 참가신청(opt-in)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 소비자법 423-10조의 3문은 소비자들이 배상에 승낙(accepte) 하였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참가신청을 하지 않으면 배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개별소비자들의 신원과 수가 모두 확인되고, 동일한 금액을 청구하는 경우에 한하여 간이확정절차가 진행된다. 법원은 사업자의 책임을 확정한 후에 직접 사업자로부터 개별소비자들에게의 배상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L. 423-10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