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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자금세탁방지의무와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와의 관계

윤배경 변호사(법무법인 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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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들어가면서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변호사에게 자금세탁의심거래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법조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에, 본고에서는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국내외 규범을 살펴보고 변호사 비밀유지의무와의 조화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II.변호사비밀유지의무 및 그 예외

1.변호사비밀유지의무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 또는 변호사이었던 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변호사윤리장전(이하,‘윤리장전’) 제18조에서는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2.비밀유지의무의 예외

변호사법 제26조 단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비밀유지의무가 해제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윤리장전 제18조에서는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 ‘의뢰인의 동의’, ‘변호사 자신의 권리 방어’의 경우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III.자금세탁방지 규범

1.국제적 공조

전통적 의미에서 자금세탁이라 함은 범죄자가 범죄행위로부터 취득한 재산을 금융거래 및 경제거래 등을 이용하여 위법한 출처를 숨기고 적법한 수입으로 가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금융기법 · 통신기술의 발달, 무역 자유화와 세계화 추세 등에 따라 자금세탁 역시 국경을 넘어 갈수록 정교해짐에 따라, UN은 1988년 비엔나 협정을 채택하고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두었다. 최근에는 테러자금조달 억제를 위한 조치로까지 확대되었다.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한 가장 강력한 국제기구는 1989년 설립된 FATF (the Financial Action Task Force)인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34개국과 2개의 국제기구가 정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2.우리나라의 현황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는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고 국내적으로는 2001년 외환거래 자유화 조치에 발맞추어 자금세탁방지제도를 도입하였다. 현재 이를 뒷받침하는 법으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 및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 등이다. 특히, 특정금융정보법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고 있다.


3.자금세탁방지 규범의 핵심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금의 유통이 빈번한 금융기관 혹은 사업장(카지노, 귀금속상 등) 종사자들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국제 규범(FATF 40 Recommendations 등)은 이들 업종 종사자들에게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행동규범을 법적 의무화 할 것을 요구한다. 구체적으로는 ①고객확인의무(Customer Due Diligence: CDD), ②의심거래보고제도(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STR), ③고액현금거래 보고(Currency Transaction Reporting: CTR) 등으로 대별된다.


IV.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와 자금세탁방지 관련 규정

1.문지기(gatekeeper)로서의 변호사

국제규범은 금융기관 종사자 등 외에도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을 불법자금의 금융시스템에의 편입을 방지하거나 원활히 하는 자, 즉 ‘문지기(gatekeeper)’로 보고 CDD와 STR 등을 의무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변호사는 의뢰인의 부동산거래, 자산 관리, 예금 · 적금 · 증권거래 계좌 관리, 회사 · 법인 등 설립, 사업체 매매 등에서 자금세탁 거래에 연루될 여지가 있다. 

 

2. 현행법과 변호사 비밀유지의무

특정금융정보법은 금융기관 종사자와 카지노사업 종사자에 한하여 CDD, STR, CTR를 하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2조 2호 다목).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그 직무와 관련하여 고객이 의뢰하는 거래가 설령 의심스럽다 하더라도 이를 당국에 알려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한편, 윤리장전에서는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그 비밀을 해제할 수 있는바(제18조 4항), ‘공익’의 개념과 관련하여 장래의 위법행위나 현재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실을 방지 내지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서 신체적 이익을 침해할 경우에는 비밀유지 의무가 해제되지만 재산범죄의 경우에는 그 결과가 심히 중대한 경우에 한하여 비밀유지의무의 해제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 그렇다면, 자금세탁 거래가 원칙적으로 재산상 범죄라는 점에 비추어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가 해제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다만, 테러조달자금으로 의심되는 거래의 경우에는 불특정 다수인의 신체적 이익을 침해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비밀유지의무에서 해제된다고 할 것이나, 이 역시 비밀유지의무가 해제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V.해결책의 모색

1.범죄수익을 환수하고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이 절실한 점에 비추어 변호사가 이에 협조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가)윤리장전의 적극적 해석 

윤리장전 제18조의 규정이 변호사법 제26조와의 체계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한다는 견해 혹은 입법적 불비라는 지적이 있으나, 법률 규정에 대한 보완적 규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금세탁 거래에 관한 한 윤리장전의 비밀유지의무 해제 사유의 하나인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에 대한 해석을 완화할 여지가 있다. 즉, 실무적으로는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를 해제하는 기제로서 의뢰인의 거래가 불법자금을 은닉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미국의 변호사직무윤리와 같은 ‘합리적으로 확실한(reasonably certain)’ 한 기준 참조}. 한편, 윤리장전 제11조에서는 변호사의 위법행위 협조금지의무를 두어 변호사가 직무수행 중 의뢰인의 행위가 범죄행위, 기타 위법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 때에는 즉시 그에 대한 협조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한, 변호사의 위법행위 협조 금지의무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나)교육의 필요성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호사들이 자금세탁에 관한 불법성과 위험성을 인식하고 관련 업무(역외 자금 거래, 실소유자 은닉 등)를 직무상 수행할 때 경각심을 갖고 유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변호사 윤리교육 강화가 요구된다.

 

다)컴프라이언스 스탠다드(Compliance Standard)의 도입

세계 각국은 국제규범의 권유에 따라 금융기관이 자금세탁 방지 지침 설정, 자체 통제, 전문가의 양성 등의 Compliance Standard 를 확립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법조계도 이를 도입하여 법률사무소 등으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그 실천 상황을 점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2.다음은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될 경우의 문제이다. 

1)위헌 소지의 가능성

특정금융정보법이 정부 방침대로 개정될 경우 자금세탁방지와 관한 한,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가 형해화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법상 ‘법률의 특별한 규정’에 따라 비밀유지의무가 해제될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다만,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전의 행위에 대하여는 소급규정이 없는 한,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가 여전히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비밀유지의무가 해제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형사적 · 행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국 변호사와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변호사제도와 사법체계의 근간이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정법은 헌법의 기본질서나 근본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를 안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위헌시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

가)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 대상의 명확화

①변호사의 보고의무는 특정한 형태의 의뢰인이 행하는 금융 및 부동산 거래에 대한 법률서비스에 국한시키는 한편,②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사법절차에서의 의뢰인의 대리, 방어를 위하여 이루어진 의사소통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어야 한다. EU의 자금세탁방지지침(the Third Directive 2005/60/ EC)은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나)보호와 면책

EU 자금세탁지침 제26조, 제27조가 이를 규정하고 있듯이, 자금세탁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보고한 변호사를 보호하고 법적 책임에서 면책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다)ACP 법제화

강력한 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갖춘 미정부가 변호사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법적으로 포괄적으로 강제하지 못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변호사와 고객의 비닉특권 (Attorney - Client Privilege: ACP)의 전통 때문이라고 한다. 소극적 의무 영역에 머물러 있는 변호사와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법이 보호하는 독립된 권리로 확립하자는 논의는 자금세탁방지의무와 같은 공익적 요구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변호사와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를 마련한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VI.마치면서

이상 자금세탁방지의무와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의 조화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특정금융정보법의 개정 움직임에 맞추어 변호사 비밀유지의무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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