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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한진해운 물류 대란의 법적 쟁점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한국해법학회 회장)

I. 들어가며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다음날인 9월 1일 법원이 개시결정을 하자,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라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본고에서는 물류대란의 발생경위와 법적 쟁점에 대하여 설명하고자한다.  
 
II. 정기선 운항의 특성
 수출입화물은 부정기선과 정기선(컨테이너선사)에 의하여 운송된다. 부정기선사는 석탄, 원유 등과 같은 선박의 입항과 출항이 정기적이지 않아도 되는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회사를 말한다. 이에 반하여 정기선사의 경우 선박의 입항과 출항이 미리 사전에 정하여져있고 공표되어있다.   
 
 A가 옥수수 1만 톤을 미국의 항구로부터 우리나라에 수입하는 경우, A는 한척의 선박을 부정기선사로부터 빌려오는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결국 한척의 선박에는 한명의 화주인 A(용선자)가 존재하고 하역지도 한 곳이다. 정기선 운항은 하나의 컨테이너 안에 적재된 한 명 혹은 수 십 명의 화물의 운송을 인수하는 개품운송이 된다. 정기선사는 자신의 선박을 일정한 일자에 어떤 항구에 도착하도록 일정을 잡아서 공표를 하고 화주를 모으게 된다. 하나의 컨테이너 선박에는 통상 1000여명의 화주가 있기 때문에 하역지도 여러 곳이다. 또한 다른 정기선사와 선박의 공간을 공유하면서 공동운항을 하므로 컨테이너선에는 다른 정기선사의 화물이 60% 정도 실려 있다.  이와 같이 정기선운항은 복잡한 운송구조를 가진다.     
 
III. 물류대란의 법적 쟁점 
 물류대란의 하나는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전후하여 채권자들이 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국에서 한진해운의 선박에 대한 가압류 혹은 압류를 신청하여 한진해운 선박의 발이 묶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입항서비스 제공 및 하역거부사태이다. 항구에 입항하게 되면 선박은 도선사가 승선하여 예선을 이용하여 선박을 부두에 안전하게 붙인 다음 하역회사들이 하역작업을 하여야 한다. 이들 항만관련자들은 그동안 밀린 대금 혹은 장차 발생할 대금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자 이러한 대금을 갚거나 제공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결국 선박은 항구의 외항이나 부두에 묶여있고 수출입화물은 흐름이 중단되니 화주들도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외국의 항구에서도 동일한 일이 발생하였다. 한진해운은 외국 화주의 화물도 싣고 있기 때문에 이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이외에도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에게는 항구에서 적시에 쌀과 부식 등이 공급되어야 한다. 승선계약을 해지하고 귀국을 원하는 선원들의 송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져야하는 문제도 있다.    
 
IV. 압류금지명령 
 한 국가에서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무자의 재산은 동결되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58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있는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채권자들이 그 재산을 압류하여 경매에 들어가면 그 국가에서의 회생절차는 무산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른 국가들은 한 국가에서의 회생절차의 효력을 인정해서 채권자들이 모두 그 국가의 회생절차에서 채권채무관계를 처리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UNCITRAL의 cross-border insolvency 모델 법(제21조)도 이런 취지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국가는 이런 내용을 국내 도산법에 반영하고 있다(중국, 파나마 불인정). 한진해운에서 이들 국가에 압류금지명령(stay order)를 신청하면 각국은 이런 신청을 받아들여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진해운의 선박들은 더 이상 그 국가에서 압류 등의 대상이 되지 않고 압류된 선박도 풀려나 운항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현재 한진해운이 각국에 압류금지명령을 신청한 상태라서 외국항구에서 선박자체가 가압류·압류되는 사태는 곧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V. 도선사 및 하역업자
 도선사 및 예선업자의 서비스제공에 따른 채권은 한국법에 따르면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는 채권이다(상법 제777조)(선적국법에 따라 달라짐). 그러므로 당해선박에 대하여 기 발생한 도선료는 회생담보권이 되고, 회생절차 개시 후에 발생한 도선료는 공익채권이 되어 도선사는 보호된다. 그러나 발생 후 1년이 지난 후의 도선료채권은 선박우선특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한 회생채권이 되어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받아야한다.    
 
 하역회사의 하역료 채권은 한국법에 따르면 우선특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회생절차개시 이후의 하역료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되어 보호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채권은 회생채권이라서 회생절차에서 감액되어 수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하역회사는 대금지급을 요구하게 된다. 한진해운의 재산에 대한 권리행사가 더 이상 불가능한 이상, 이들은 현금의 제공이 없다면 작업을 거부할 것이다. 따라서 운송인의 의무를 부담하는 한진해운이 법원의 승인을 얻어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지만, 채권단, 특히 금융단은 하루빨리 자신이 사실상 소유하는 선박을 한진해운으로부터 반선 받아야 손실이 적으므로 신속한 하역종료에 이해관계를 가진다. 그러므로 금융단도 조속한 하역작업을 위하여 회생절차 내에서 대금마련에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Ⅵ. 선박보험과 선주책임보험 
 나용선계약 하에서 나용선자도 수리의 책임이 있으므로, 피보험이익을 가지기 때문에 나용선자도 선박보험에서 피보험자가 된다. SPC(특수목적회사)는 소유자로서 나용선자와 함께 공동피보험자가 된다. 한진해운은 자신이 소유하는 선박은 물론 나용선한 선박에 대하여도 피보험자가 된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도 그 지위는 선박보험 하에서 변화가 없다.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법적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담보하는 선주책임보험(P&I 보험) 에는 조합원(한진해운)이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절차를 시작한 때'의 사유가 있을 때에는 보험계약은 종료되지만, 조합의 동의가 있으면 그렇지 않다는 규정이 있다. 회생절차신청 시 한진해운에서 위 단서를 이용하여 계약의 연장을 요청하였다면 보험계약은 유효하다. 만약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효력이 더 이상 없다면, 유류오염손해배상을 위한 보증 등이 모두 그 효력에 지장이 발생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한진해운은 회생절차 하에서도 운송인으로서 채무불이행책임 혹은 불법행위상의 책임을 부담하게 되므로 선박보험 및 선주책임보험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VII.  선원의 임금채권과 귀국
 어느 나라나 선원보호정책에 의하여 선원의 임금채권은 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선박우선특권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이 당해 선박에서 노무를 제공한 경우 임금채권은 회생담보권이 붙은 채권이기 때문에 회생절차에서도 우선변제를 받게 되므로, 이미 발생한 임금에 대하여 실력행사를 하여 임금에 대한 보증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선원은 나용선하의 선박이라면 한진해운이 고용주이다.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하여 바로 고용계약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원들이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귀국할 것을 희망할 수 있다. 소유자와 용선자 사이의 용선계약이 해지되어도 그 선박은 여전히 운항되어야 하기 때문에 소유자인 SPC는 다음 용선자가 선박을 점유하게 될 때까지는 현재의 선원들이 그대로 승선하기를 원하게 된다.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귀국길에 오르기를 희망하는 선원은 한진해운이 직접 수배를 하여야 할 것이고, 그 비용은 선주책임보험에서 처리될 것이다. 
 
VIII. 포워더와 화주들의 손해
 정기선운항에서는 화주들은 프레이트 포워더(운송주선인)와 운송계약을 먼저 체결한다. 이들 포워더들은 한진해운(실제운송인)과 운송계약을 다시 체결하게 된다. 따라서 화주에 대한 운송계약상의 책임은 먼저 계약운송인인 포워더들이 부담하게 된다. 물류대란으로 인한 이들 포워더들의 손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화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담보가 1억원에 불과하다.   
 화물의 인도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해는 통상 운송인으로부터 배상받기 어렵고 적하보험에서도 그렇다. 적하보험(신약관)에는 회생절차에 피보험자가 들어가면 이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보험자는 면책된다. 포워더 및 수출입업자들의 피해도 곧 현실화될 것이다.   
 
IX. 나오며 
 한진해운은 그동안 우리나라 정기선사를 대표하여왔지만,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정기선사는 부정기선과 달리 영업망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화주 및 기타 관련자와의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화물을 인도하지 못하게 되면 한진해운은 신뢰를 잃게 되고 그동안 애써 쌓아온 영업망이 모두 날아가게 된다. 법원이 회생가치를 따질 때에도 건전한 영업망은 중요한 고려요소일 것이다. 운송인으로서 책임이 있는 한진해운은 물론 회생절차 관련 당사자 및 정부가 힘을 합쳐 물류대란을 신속히 해결함에 본 논문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