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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개정 중재법의 주요내용과 의미

김갑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Ⅰ. 들어가며
중재분야의 선진화를 위해 대한민국은 1999년 당시 국제적인 중재법의 모델로 제안되었던 1996년 UNCITRAL 모델중재법을 전격적으로 수용하여 중재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동북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일이었고 일본보다 4년이나 앞선 개정이었다. 2000년부터 시행된 중재법은 지난 15년간 중재분야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빛을 발하여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2006년 UNCITRAL 모델중재법이 개정되었고 이후 많은 중재 선진국들이 개정된 모델법을 채택하였으며 그에 따라 우리나라도 2006년 개정 모델중재법을 수용하여 중재법을 개정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 갔다. 2013년부터 이런 개정의 노력은 현실화되어 2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2015년 10월 8일 2006년 개정 모델중재법을 채택한 중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올해 5월 국회를 통과하여 중재법은 개정되었다. 개정 중재법은 올해 11월 30일부터 시행되는데, 아래에서는 이번 개정 중재법의 주요내용을 소개하고 그 법률적, 실무적 의미를 진단해 보기로 한다.
 
Ⅱ. 개정 중재법의 주요내용

1. 중재의 대상 확대 (제3조)
개정 전 중재법 제3조는 중재의 대상을 '사법상의 분쟁'으로 한정하고 있었는데, 개정 중재법은 '재산권의 분쟁 및 화해가능성이 있는 비재산상의 분쟁'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였다. 투자자-국가 간 중재처럼 양자 간 투자협정이나 공법의 적용을 다루는 중재의 경우 그것이 중재의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었는데, 개정 중재법은 입법론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그 기준도 제시한 것이다. 다만, 당초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에는 중재법 제1조의 목적 조항에서도 '사법상 분쟁'이라는 표현을 없애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제3조의 중재의 대상 부분만 개정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투자중재를 포함하여 공법분야에 관한 중재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추어 '사법상의 분쟁'이라는 표현을 목적 조항에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2. 중재계약의 서면성 요건 완화 (제8조)
개정 중재법은 2006년 개정 UNCITRAL 모델중재법을 받아들여 중재계약의 서면요건을 완화하였다. 개정 전 중재법이 '당사자들이 서명한 문서에 중재합의가 포함된 경우' 만 유효한 중재계약으로 보던 것을 '구두나 행위, 그 밖의 어떠한 수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중재합의의 내용이 기록된 경우' 유효한 중재계약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개정 모델중재법의 서면성 완화방법 중 소위 'Option 1'을 채택한 것으로 중재계약이 서면에 의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 방식에 있어서는 반드시 서명된 계약서가 있을 필요가 없고 어떠한 수단으로든 그 중재합의가 기록되어 있으면 충분한 것으로 한 것이다. 또한 개정 중재법은 전자적 의사표시 즉, 이메일 등에 대하여 서면성을 인정하여 이 메일을 통해서 중재합의가 인정되더라도 서면성이 갖추어짐을 명시하였다. 따라서 개정 중재법 하에서는 당사자가 이 메일들을 주고받으면서 중재하기로 합의한 경우 별도의 서류가 없더라도, 또 당사자들의 서명이나 날인이 없더라도 그러한 중재합의를 유효한 중재계약으로 인정할 수 있다.
 
본 개정의 법률실무적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개정으로 인하여 중재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추세에 맞춘 바람직한 개정이라 할 것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중재지로 선택할 가능성도 더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3. 임시적 처분의 집행력 부여 (제18조)
이번 중재법 개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임시적 처분에 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재절차에서의 임시적 처분은 활용이 늘어왔으나 법원의 집행이 최종 중재판정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중재판정부의 임시적 처분이 법원에서 집행될 수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2006년에 개정된 UNCITRAL 모델중재법은 임시적 처분에 관한 법원의 집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입안하였다. 그 후 홍콩,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의 여러 국가들이 중재판정부의 임시적 처분이 법원을 통해서 집행이 가능하도록 중재법을 개정하였다. 개정 중재법 제18조의7은 이러한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여 중재판정부의 임시적 처분이 법원을 통해 집행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또한 개정 중재법은 임시적 처분의 대상을 '분쟁의 대상' 뿐만 아니라 현상유지, 복원, 위험방지조치, 증거의 보전 등 다양한 잠정적 처분이 가능하도록 임시적 처분의 유형을 명시하였고, 임시적 처분의 요건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으며(제18조의2), 중재판정부가 이미 내려진 임시적 처분을 변경, 정지,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하였고(제18조의3), 담보의 제공(제18조의4), 고지의무(제18조의5), 임시적 처분으로 인한 비용의 부담 및 손해배상(제18조6)에 관하여도 자세히 규정하였다. 나아가, 임시적 처분의 승인 및 집행을 통한 강제집행에 관하여도 개정 중재법은 그 요건과 거부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제18조의 7, 8) 임시적 처분이 법원을 통해 집행되는 경우에 필요한 기준을 모두 명시하고 있다. 
 
이 부분의 중재법 개정은 우리나라는 중재 선진국임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 임시적 처분의 집행허용은 2006년 개정 모델중재법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이는 현대적인 중재제도 그 중에서도 임시적 처분이 점점 다양해져 가는 중재제도를 법률적으로 지원한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4. 증거조사에 관한 법원의 협조강화 (제28조)
종래에도 중재판정부는 법원에 증거조사를 촉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실제 증거조사절차에서 법원은 당해 사건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므로 증인신문 등의 절차에서 효과적으로 증거조사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개정 중재법 제28조 제3항은 당사자가 그 증거조사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함으로써 중재절차에서 효율적인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도록 보장하였다. 즉, 당사자 혹은 대리인이 재판장의 허가를 얻어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증거조사에 참여하여 직접 증인을 신문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또한, 개정 중재법 제28조 제1항 및 제5항은 중재판정부가 법원의 협조를 얻어 직접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5. 중재비용 분담 및 지연이자에 관한 중재판정부의 권한 강화 (제34조의 2,3)
중재절차에서는 패소당사자에게 중재절차에서 발생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관행이 있어 왔고 대부분의 중재규칙들이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비용분담결정이 중재판정부의 고유권한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었다. 개정 중재법은 제34조의2를 신설하여 당사자 간의 다른 합의가 없으면 중재판정부는 중재사건에 관한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중재절차에 관하여 지출한 비용의 분담에 관하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또한, 중재판정부가 중재판정후의 지연이자의 지급을 명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도 중재판정부의 권한이 판정 이후에는 미치지 않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있었고 국가에 따라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도 있었다. 판정 후 지연이자를 집행법원이 부과하는 법제도가 있는 국가에서는 더욱 그런 이슈가 있었다. 개정 중재법 제34조의3은 중재판정부에게 판정 후 지연이자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

 
6.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절차의 간이화 (제37조)
개정 중재법에서 임시적 처분의 집행허용과 더불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절차를 판결절차에서 결정절차로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정 중재법 제37조는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신청하는 경우 그 심리절차를 판결절차 대신 결정절차에 따르도록 변경하고 있다. 이는 이미 충분한 심리를 거쳐 내려진 중재판정에 관하여 이중의 권리확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간단한 절차로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데 취지가 있다. 다만, 결정절차에서 필요적 신문을 거치도록 하고 이렇게 내려진 승인 및 집행결정에 관해서는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그러나 즉시항고에는 원칙적으로 집행정지의 효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Ⅲ. 마치며
필자는 중재법 개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중재법개정 태스크포스(Task Force)와 중재법개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중재법 개정작업을 지켜봐 온 관계로 개정중재법의 개정배경이나 그 과정에서의 논의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여러 번의 망설임을 극복하고 개정이 이루어지도록 이끌어 주신 많은 분들께 중재실무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심심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번 개정 중재법은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재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