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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저작권법상 대작(代作)의 법률관계와 형사책임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

I. 문제의 제기
 
대작(代作)이란 타인을 위해 저작물을 작성하고 그 공표도 타인 명의로 하는 것으로서 그 밑바탕에는 저작명의인과 저작자 사이에 대작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 이 합의를 중요시한다면 저작명의인이 저작자로 되어야 하겠지만, 원래 저작자가 아닌 자를 계약에 터잡아 저작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법 감정에 반하는 것이다(半田正夫·紋谷暢男 편, '著作?のノウハウ' 第6版, 有斐閣, 2002, 104면). 따라서 대작계약에 의해 창작을 하지 않은 자에게 저작자로서의 지위가 부여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아울러 대작의 법률관계에 관여한 자들에게 어떠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II. 대작의 법률관계―계약에 의한 저작자 지위의 부여
 
1. 창작자원칙과 그 예외
 
저작권법 제2조 제2호의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는 규정은 창작자원칙(Schopferprinzip)을 천명한 것이다. 창작자원칙이라는 것은 창작행위는 정신적·신체적 활동에 의해 저작물을 만들어내는 사실행위이기 때문에 자연인만이 이를 행할 수 있고, 언제나 당해 저작물을 창작한 자연인만이 저작권을 원시적으로 취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작에 관한 합의나 계약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창작하지 않은 자가 저작자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7도7181 판결은 "저작물의 작성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설사 저작자로 인정되는 자와 공동저작자로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로 하고(제2조 제2호),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로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제10조 제2항), 저작인격권은 이를 양도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인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제14조 제1항). 이러한 규정들은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해서 변경할 수 없는 강행규정들이기 때문에 계약으로 저작자를 실제 창작자에서 대작 의뢰자로 변경할 수 없다. 창작자원칙의 예외는 저작권법 제9조가 규정하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에 해당하는 경우뿐이다.
 
2. 대작과 저작자의 추정규정
 
만일 실제로 창작하지 않은 자를 저작자로 하는 대작계약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실제 창작을 하지 않은 자(허위표시저작자)의 성명이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표시된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8조 제1항이 적용되어 이러한 허위표시저작자도 일단 저작자로 추정될 수 있다.
 
이 규정은 어디까지나 저작자로 '법률상의 사실의 추정'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이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남아 있다. 대작을 하여 타인(허위표시저작자)의 명의로 공표하는 것을 승낙한 창작자라 하더라도 허위표시저작자와의 신뢰관계에 금이 가거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기면 자기가 진정한 저작자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실제 창작자는 가령 육필원고나 저작물의 작성에 관한 메모, 또는 초고를 읽고 평가해준 편집자의 증언 등과 같이 구체적인 창작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시하여 그 추정을 번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이 창작자라는 사실을 성공적으로 입증하면 저작자의 지위는 회복된다.
 
3. 대작행위와 창작의 보조행위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창작을 하지 않은 자를 저작자로 하는 대작행위와 구별되어야 할 것으로 창작의 보조행위가 있다. 창작의 보조자는 창작적 기여를 행한 것이 아니므로 저작자가 아니다. 예컨대, 조각가가 진흙으로 모형을 빚어주면 그것을 보고 석수(石手)가 정으로 돌을 깨뜨려 작품을 만드는 경우 석수는 조각가의 수족(手足)으로서 창작의 보조자에 불과하다.
 
III. 대작의 법률관계에 관여한 자들에 대한 형사책임 문제
 
1. 저작권등록부 허위등록죄(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2호)
 
창작자와의 대작계약에 의해 창작하지 않은 자가 저작자로서 저작권등록부에 그 성명이 등록된 경우에는 허위등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도4806 판결은 "저작자의 성명 등의 허위등록에 있어서 진정한 저작자로부터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허위등록죄의 성립여부에 영향이 없다"면서 그 이유는 "허위등록죄는 저작권등록부의 기재내용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며, 단순히 저작자 개인의 인격적, 재산적 이익만을 보호하는 규정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2. 저작자명의 허위표시·공표죄(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의 입법취지는 첫째 저작권 침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인격권으로써의 성명권(姓名權)을 보호할 뿐 아니라 허위로 표시된 저작자의 명의를 신뢰한 일반 공중의 신용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법익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설령 성명권자의 승낙이 있더라도 본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둘째 본죄는 진정한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에 관한 권리, 즉 성명표시권(姓名表示權)을 보호할 뿐 아니라 허위로 표시된 저작자의 명의를 신뢰한 일반 공중의 신용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법익의 보호를 위한 것이므로 진정한 저작자의 승낙 여부는 본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半田正夫·松田政行 編, '著作?法コメンタ?ル3' 第2版, 勁草書房, 2015, 707~710면 참조).
 
입법취지 중 첫째 행위태양은 행위자가 자신(또는 승낙 받은 제3자)의 저작물에 타인의 실명(實名)이나 이명(異名)을 저작자의 명의로 표시한 경우로서 타인의 성명권이 침해될 수 있는 사안과 관련된다. 둘째 행위태양은 행위자가 타인의 저작물에 대해 그 저작자의 명의로 자신(또는 승낙 받은 제3자)의 실명이나 이명을 표시한 경우로써 타인의 성명표시권이 침해될 수 있는 사안과 관련된다. 이와 같이 성명권(인격권)과 성명표시권(저작인격권)을 구별하여 논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프랑스·일본 등 대륙법계 국가의 공통된 법리로서 양자의 개념을 혼용하는 미국과 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와는 구별된다(박성호, '저작권법', 박영사, 2014, 268~270면 참조). 
 
저작자명의 허위표시·공표죄는, 특정 저작물에 관한 인격적 이익의 보호와는 관계없이 일반적 인격권으로서의 성명권을 보호하는 것과 관련된 경우(첫째 행위태양)와, 특정 저작물과 관련이 있는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는 성명표시권의 보호와 관련된 경우(둘째 행위태양)로 대별(大別)되지만, 어느 경우든지 허위표시명의를 신뢰한 일반 공중의 신용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대작과 관련된 형사책임 문제는, 전술한 첫째 행위태양에서 그 행위자와 성명권자인 타인 간에 대작에 관한 합의가 있었거나, 둘째 행위태양에서 그 행위자와 성명표시권자(진정한 저작자)인 타인 간에 대작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요컨대, 대작의 경우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언제나 성명권자나 성명표시권자와의 합의가 전제되어 있으므로 저작물의 허위표시명의를 신뢰한 일반 공중의 신용을 훼손하였다는 사회적 법익 침해와 관련된다. 또한 공동저작자 중 어느 일방의 명의를 누락하고 나머지 저작자의 명의만을 공표한 경우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여 공표한 본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3. 형법상 업무방해죄
 
대작에 의한 허위표시저작자는 사안에 따라서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학위논문의 대작에 관한 대법원 1996. 7. 30. 선고 94도2708 판결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사안은 석사논문을 작성함에 있어서 자료의 수집과 정리, 분석을 타인에게 의존한 경우 그 논문은 논문작성자가 주체적으로 작성한 논문이 아니라 타인에 의하여 대작된 것이라고 본 사건이다. 
 
IV. 소결
 
최근 유명 연예인이 그린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고 그간 그의 서명으로 공표된 미술저작물이 사실은 어느 화가가 그린 대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그 진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미술계 안팎이 뜨겁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과연 대작인 것인지 아니면 연예인의 창작행위에 화가가 단순히 보조행위를 한 것인지, 나아가 해당 연예인과 화가의 공동저작물인지에 따라 저작권법상 형사책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이른바 개념미술(conceptual art) 사조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술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부족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함부로 단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