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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애플의 특허권 분쟁

[삼성과 애플의 특허권 분쟁] 한국과 미국 법원의 서로 다른 판결과 그 시사점

조원희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1. 같은 날 선고된 두 개의 판결
 
공교롭게도 2012. 8. 24. 전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던 삼성전자("삼성")와 애플 사이의 특허권 분쟁에 대한 판결이 한국과 미국에서 선고되었다.(미국의 경우 배심원 평결(Jury verdict)이 내려진 것인데, 법원이 이를 번복할 수도 있으나 이 사건의 다양한 쟁점이나 법원이 가지는 부담감 등을 고려하면 법원이 이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래에서는 배심원 평결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한국에서는 사실상 삼성이 승소했고, 미국에서는 애플이 완승을 거두었다. 현재 삼성과 애플은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에서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여기서도 소송의 승패는 갈리고 있다. 독일의 만하임 법원이 삼성의 통신표준 특허에 기한 청구를 기각했는가 하면, 네덜란드의 헤이그법원은 비록 판매금지는 선고하지 않았지만 특허침해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이 특히 선명하게 대비되는 것은 각자의 홈그라운드에서 이루어진 소송이었고, 같은 날 선고되었으며, 정반대의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두 판결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러한 차이점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그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2. 한국 서울 중앙지방법원 사건
 
가. 삼성의 청구(2011가합39552)
 
삼성은 이 사건에서 모두 5개의 특허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였다. 그 중 표준특허로 인정된 234(편의상 각 판결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칭을 사용하였다), 975, 144, 900 특허는 3GPP 통신표준과 관련된 특허이다.
 
1) 통신표준 특허 침해 - 975, 900 특허에 대한 침해만 인정
 
법원은 애플의 제품이 관련 표준을 따르고 있으므로 침해는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234, 144 특허는 신규성이 부정된다고 보아, 결과적으로 975, 900 특허에 대한 침해만 인정하였다.
 
2) 비표준 특허 침해 - 비침해
 
973 특허의 경우, 법원은 애플의 제품이 973 특허의 구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비침해 판단을 하였다.
 
3) 애플의 항변 - 특허권소진, FRAND 선언 및 공정거래법 위반
 
법원은 애플에 모뎀칩을 납품한 업체는 인텔의 자회사인 IMC인데 인텔 라이센스가 IMC에도 효력이 미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인텔이 IMC로 하여금 모뎀칩을 제조하여 애플에 납품하도록 한 행위는 라이센스계약상 허용되는 제조위탁의 범위를 초과하는 것이므로, 위 모뎀칩이 인텔 라이센스의 제품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특허권소진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법원은 FRAND 선언 이후 표준특허를 실시하였다고 하여 라이센스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고, FRAND 선언을 향후 표준특허침해에 대한 금지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의사표시로 보기 어려우므로 금반언 원칙의 위반이라고 볼 수 없으며, 나아가 표준특허의 실시 과정, 소 제기의 목적과 경위, 실시료율과 관련한 그간의 협상 경과 등을 종합해 볼 때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부당한 거래거절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 애플의 청구(2011가합63647)
 
1) 침해 주장의 요지
 
애플은 이 사건에서 애플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관련한 4개의 특허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였다. 바운스 백(Bounce Back) 기능과 관련한 120 특허, 밀어서 잠금해제(Slide to Unlick) 기능과 관련한 459 특허, 아이콘을 길게 접촉하여 아이콘의 위치를 변경시키는 기능과 관련한 123 특허 및 휴리스틱스(Hewristics)('휴리스틱스'란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 상에서 감지된 사용자 손가락의 움직임이 나타내는 명령을 판단하기 위한 알고리즘 세트를 의미한다)와 관련한 831 특허 등 4개의 특허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였다.
 
또한 애플은 6개의 디자인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였는데, iPhone의 외관과 관련한 디자인인 568 디자인, 아이콘 배열 관련 디자인인 156 디자인, 메모 아이콘 관련 디자인인 164 디자인, 전화 아이콘 관련 디자인인 166 디자인, 책넘김 관련 디자인인 M10/M12 디자인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였다.
 
또한 애플은 삼성이 iPhone 3GS 등 제품의 형태를 모방하여 Galaxy S 등의 제품을 제조 판매하여 소비자들의 오인혼동을 유발하였고, 애플 제품 형태의 상품표지로서의 식별력을 약화시키는 부정경쟁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특허 침해 - 120 특허에 대한 침해만 인정
 
법원은 120 특허의 일부 종속항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였다. 459, 831 특허는 무효로 보아 결과적으로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123 특허의 경우 삼성 제품에 '재구성 모드'에 해당하는 구성이 없다고 보아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나) 디자인 침해 - 모두 부정
 
568 디자인과 관련하여 법원은 일부 유사점이 있기는 하나, 이러한 유사점들은 이미 공지된 것이므로, 위 공지된 특징의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두 디자인이 동일·유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유사점을 제외한 나머지 디자인을 대비한 후, 두 디자인은 전체적인 심미감이 다르다고 판단하였다. 156 디자인에 대해서는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고, 164, 166, M10, M12 디자인에 대해서는 신규성 또는 창작비용이성 흠결의 무효사유가 있다고 보았다.
 
다) 상품출처혼동행위 등
 
법원은 애플의 iPhone과 삼성의 Galaxy S 등은 일부 유사점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거래 관계에서 수요자들이 애플의 제품과 삼성의 제품을 혼동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 상품출처혼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저명표지 희석행위도 인정하지 않았다.
 
3.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지방법원 사건(CV 11-01846 LHK)
 
가. 애플의 청구
 
애플은 381 특허, 915 특허, 163 특허 등 3개의 특허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였다. 381 특허는 바운스 백(Bounce Back) 기능과 관련한 특허이고, 915 특허는 화면에서 두 개 이상의 손가락으로 특정 부분을 확대하는(Finger to Zoom) 기능에 관한 특허이며, 163 특허는 화면을 두 번 터치하여 문서를 확대하는(Tap to Zoom) 기능과 관련된 특허이다.
 
또한 애플은 677 디자인, 087 디자인, 305 디자인, 889 디자인 등 4개의 디자인 특허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였다. 특히, 주목을 끌었던 677 디자인의 도면은 아래와 같다.
 
또한 애플은 iPhone 및 iPad와 관련한 등록 또는 미등록 Trade Dress의 희석화를 주장하였다. 애플이 등록한 iPhone에 관한 983 Trade Dress는 아래와 같다.
 
나. 삼성의 반소
 
삼성은 애플에 대해 516 특허, 941 특허, 711 특허, 893 특허, 460 특허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였다. 460 특허에 대해서는 문언침해와 아울러 균등침해도 주장하였다. 이중 516, 941 특허는 3GPP 통신표준과 관련한 특허이다.

 
다. 배심원의 평결
 
배심원 평결은 배심원단이 Verdict Form에 체크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아래가 이 사건에서 사용된 Verdict Form의 일부이다. 배심원 평결만으로는 어떠한 근거로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법원이 배심원에 제시하는 배심원 지침서(Jury Instruction)를 보면 개략적으로 판단 근거를 추측해 볼 수 있다.
 
1) 애플 특허에 대한 침해 - 모두 침해
 
배심원은 삼성 제품이 애플 특허 3개를 모두 침해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삼성은 이들에 대해 무효를 주장하였으나, 배심원은 모두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2) 애플 디자인에 대한 침해 - 667, 087, 305 디자인 침해
 
배심원은 삼성 제품이 667, 087, 305 디자인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Galaxy Tab 10.1 제품과 관련하여 제기된 889 디자인에 대한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은 677, 087 305, 889 디자인에 대한 무효를 주장하였으나, 모두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3) Trade Dress 희석화
 
배심원은 등록된 983 Trade Dress가 보호된다고 판단하였고, 등록되지 않은 것 중 iPhone 3G Trade Dress에 대해서도 역시 보호를 인정하였으며, 삼성 제품이 이들 Trade Dress를 희석화하였다고 인정하였다.
 
4) 손해배상액
 
배심원은 애플의 전체 손해액을 10억 4939만 3540 달러(한화 약 1조 2천억원)로 산정하였다. 배심원이 악의 침해를 인정하였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은 증액될 수 있다.
 
5) 삼성 특허에 대한 침해 - 모두 비침해
 
배심원은 애플의 제품이 삼성의 특허를 모두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삼성 특허는 모두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삼성이 UMTS 기준을 설정할 당시 적기에 지적재산권을 공개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며 나아가 FRAND 조건으로 라이센스를 허여할 의무를 위반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배심원은 삼성이 UMTS 기준과 관련된 기술 시장을 독점화함으로써 Sherman Antitrust Act를 위반했다는 애플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심원은 통신표준 특허인 516, 941 특허에 대해서는 특허권소진에 의해 애플에 대해 특허권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인정하였다.
 
4. 두 판결의 차이점 및 그 시사점
 
가. 두 판결의 차이점
 
1) 특허 침해
 
한국 법원은 삼성 특허 중 974, 900 특허에 대한 침해를 인정한 반면, 미국 배심원은 침해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 법원은 애플 특허 중 120 특허 일부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였을 뿐이나, 미국 배심원은 애플 특허 모두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였다. 한국과 미국 법원에서 침해주장의 근거가 된 특허의 청구항은 대부분 상이하므로 두 판결이 침해나 무효 여부의 판단에 있어 어떻게 다른 기준을 적용했는지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 배심원이 통신표준에 해당하는 삼성 특허 모두에 대해서 비침해를 판단한 것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한국 법원의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표준특허에 근거한 침해금지청구를 인용했다는 점이다. FRAND 선언이 있었던 경우 어떻게 침해 판단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다소 다른 기준을 적용해 왔다. 예컨대, 독일 법원의 경우 피고(잠재적 침해자)에게 FRAND 조건에 따라 원고에게 실시권 허여를 제안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을 요구한다. 반면 네덜란드 법원의 경우 원고(특허권자) 및 피고 모두에게 그러한 입증을 요구한다. 즉, 각자 자신들이 FRAND 조건에 따른 제안을 상대방에게 하였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 한국 법원에서는 권리남용 항변의 내용으로 다루어졌는데 입증책임의 법리상 애플에게 입증책임이 부여된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측면에서는 독일 법원과 유사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판단에 있어서는 네덜란드 법원과 유사하게 법원이 인정한 전체 사실관계를 토대로 판단하였다. 사실 FRAND 조건 자체가 명확한 기준이 아님을 고려하면 결국 입증책임의 문제를 분명히 하는 것이 향후 침해 판단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2) 디자인 침해
 
이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이 애플 디자인에 대한 침해 여부이다. 한국 법원은 애플 디자인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반면, 미국의 배심원은 침해를 인정하였다. 그 차이는 애플 디자인에 포함된 선행 디자인을 어떻게 보는지와 관련된다. 한국 법원은 애플 디자인 중 이미 공지된 부분에까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공지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보고 두 디자인을 대비하였고, 결국 다른 심미감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공지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 판단기준에서 제외하기도 하고(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3호762), 공지 부분도 판단하여 전체적으로 관찰하기도 하였는데(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후2209 판결), 이 사건에는 전자의 관점이 더 적합하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미국 배심원은 한국 법원과는 다소 상이한 관점에서 침해 여부를 판단했던 것 같다. 배심원 지침서에 제시된 선행 디자인이 있는 경우의 침해 판단기준을 보면, ① 애플 디자인이 선행 디자인과 시각적으로 유사한 경우 애플 디자인과 삼성 제품 디자인의 사소한 차이도 침해 판단에 있어 중요하고, ② 애플 디자인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는 삼성 제품 디자인이 선행 디자인과 분명하게 구분된다면 위 특징도 침해 판단에 있어 중요하며, ③ 삼성 제품 디자인이 시각적으로 선행 디자인보다 애플 디자인과 유사하다면 역시 침해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침을 주었다. 즉, 배심원은 애플 디자인을 분석적으로 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애플 디자인이 선행 디자인과 유사한 정도보다 삼성 제품 디자인이 애플 디자인과 더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침해를 인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법리적으로만 보자면 관찰 방법에 있어서의 차이점이 결론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으나, 선행 디자인이 다수 있는 상황이고 해외에서 진행된 유사 소송에서 디자인 침해가 인정된 적이 없었던 것을 보면, 한국 법원과 다른 미국 배심원의 판단을 단지 관찰방법의 차이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3) Trade Dress의 희석화와 부정경쟁행위
 
한국과 미국에서 적용되는 법리는 다르나 서로 유사하게 주장되었던 것이 애플 제품의 외관에 대한 보호이다. 한국 법원은 부정경쟁행위에 근거한 제품 외관의 보호를 부정한 반면, 미국 배심원은 Trade Dress에 대한 보호를 근거로 삼성의 침해(희석화)를 인정하였다. 미국법에서의 Trade Dress는 디자인이나 포장 등 기타의 수단을 통해 당해 상품을 다른 상품과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색채의 조합 또는 도안 등의 전체적인 이미지(look and feel)를 의미한다. 미국 판례상 레스토랑의 장식, 알약의 색상과 형태, 위스키 병의 모양 등이 Trade Dress로 인정되어 보호를 받았다. 배심원은 iPhone의 외관이 그 자체로 식별력을 가진다고 보았고, 삼성이 iPhone의 식별력 있는 외관을 희석화하였다고 판단하였다. Trade Dress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보호 대상으로 하므로 그 보호 범위가 디자인에 비해 넓다는 점에서 애플 디자인에 대한 이중의 보호가 제공된 셈이다. 한국 법원에서도 유사한 관점에서 부정경쟁행위가 주장되었으나, 한국 법원의 상품의 용기나 포장의 상품표지성을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고(대법원 2001. 4. 10. 선고 98도2250 판결 등), 한국 소비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애플과 삼성의 제품이 혼동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면, 미국 법원에서와 같은 보호는 애초부터 어려운 것이 아니었나 싶다.
 
나. 두 판결의 차이점이 주는 시사점
 
1) 배심재판의 risk
 
미국 판결에 대한 비난의 초점은 배심재판에 두어지고 있다. 그 복잡한 법적 쟁점을 어떻게 일반인들이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 법원의 판결문은 총 500페이지 넘는 방대한 분량이나, 미국의 배심원 평결은 20페이지에 불과하다. 그리고 미국 배심원이 아무래도 애플에 우호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모두 적절한 지적이고, 그것이 미국 특허소송이 가지는 불합리함이다. 배심원의 편향적 판단은 익히 잘 알려져 있는데, 미국 기업들이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서 특허소송을 다수 진행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배심원의 경향 때문이었다. 미국 기업들이 가급적 본사가 소재해 있는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 사건에서 애플이 그랬고, 고액의 배심원 평결로 떠들썩했던 듀폰과 코오롱 사건의 법원도 듀폰의 최대 사업장이 있는 버지니아 동부지방법원이었다.
 
한국 기업이 미국소송을 진행함에 있어서 가장 큰 과제는 어떻게 배심원의 편향적 판단을 최소화하느냐의 문제이다. 중립적 배심재판이 가능한 법원의 선택도 중요하며, 쟁점의 선정과 변론의 진행도 최대한 배심원에게 친숙하도록 하는 것도 과제이다. 미국 배심원들의 경우 통역을 통한 증언보다 영어로 증언하는 것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며, 이 사건 관련 기사를 보면 배심원이 삼성의 영상 증언을 부정적으로 보았다는 내용이 있다.
 
2) 침해 대상 특허, 디자인의 특정
 
특허나 디자인은 국가별로 등록 여부가 달리 판단되고 출원 과정에서 권리범위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정 국가에서 침해가 인정되었다고 하여 다른 국가에서도 침해가 인정되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침해소송에 있어서는 무엇으로 공격을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승패의 절반은 여기에 좌우된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 소송 초기부터 애플의 특허나 디자인이 단순한 반면, 삼성의 특허는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배심재판으로 진행되는 경우 삼성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또한 미국의 경우 금지명령(injunction)의 인정이 엄격하고, 특허침해에 대한 항변(예컨대 Antitrust 위반)이 매우 발달되어 있음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표준특허와 같이 다양한 항변이 제기될 수 있는 특허는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고 이는 배심재판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 결국 침해 대상의 특정은 단순히 권리범위 포함 여부만을 가지고 결정되어서 아니 되며, 배심재판의 특수성이나 항변의 가능성 등 해당 법제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적 분쟁은 침해 대상의 특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3) 특허침해에 대한 항변
 
특허침해에 대한 항변으로 먼저 특허권소진의 주장이 있었다. 두 법원의 결론은 달랐는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특허권소진 법리의 내용이 다르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미국의 경우 최근 연방대법원의 Quanta 판결 이후 법리가 상당히 정리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결국 사실 확정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FRAND 선언이나 공정거래법 위반도 항변으로 제기되었다. 이들에 대한 위반은 특허권남용이므로 특허권 행사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항변이다. 특허권남용의 법리가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되어 온 한국의 경우 향후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경우 연방순회항소법원은 공정거래법 위반은 특허권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권리행사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을 근거로 남용을 인정한 예는 찾기 어렵고, 항변으로 주장하더라도 어떠한 근거로 특허권행사를 제한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기존의 권리남용의 법리로는 적용에 한계가 있고(너무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게 됨), 결국은 특허제도 본연의 목적이나 취지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아야 한다. 표준특허 행사의 문제가 권리남용의 법리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되는 것은 부적절한 면이 있다.
 
4) 손해배상액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 중의 하나가 손해배상액이다. 한국 법원은 애플에게 2500만원의 배상액을 인정하였지만, 미국 배심원은 1조 2천억원 가량의 배상을 평결하였다. 물론 한국의 경우 일부 청구이므로 숫자만을 대비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으나, 일부 청구를 하였다는 것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국 특허소송에서의 손해배상액 산정과 관련해서는 증거 조사에서의 한계와 법원의 소극적 태도가 종종 지적되었다. 특허침해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엄격한 편이고, 거기에 이익액의 산정, 발명의 기여도 등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면, 배상액이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수적인 배상액 산정이 한국에서의 특허소송을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특허권의 보호에 침해금지와 손해배상이라는 두 가지의 조치가 있다고 보면, 한국의 경우 손해배상은 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조치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두 가지 보호조치의 효율적인 이용이 전체적으로 특허권보호의 합리성을 꾀할 수 있다. 배상액의 입증 및 산정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