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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헌재의 정당해산결정시 소속 국회의원의 지위 상실 여부의 문제

이덕연 교수 (연세대 로스쿨)

I. 머리말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이후 정당해산결정 자체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또는 그와는 별도로 정당해산결정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지위가 자동 상실되는 것으로 본 판단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결론부터 제시하자면, 의원지위자동상실설을 취한 헌재의 결론과 논증, 요컨대 위헌성이 확인된 정당을 즉각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당해산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는데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에 해산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정당해산결정에 당연히 내장된 결정사항을 재확인하는 것인 동시에 해산결정을 집행하는 수단이라고 본 헌재의 설시에 동의한다. 다만, 헌재의 해산결정 이후에도 다양한 찬반의견이 교차되는 가운데 적잖은 이견이 제시되고 있기도 하거니와(대표적으로 학설 현황에 대한 정리와 함께 정 만희, 국회의원의 정당기속과 자유위임, 헌법재판연구 제2권 제1호, 2015, 149-157면), 헌재의 견해와 다른 입장에서 제시되는 핵심 논거인 국회의원직의 '자유위임원칙'과의 관계에서 법리적 논의와 해명이 충분하지 못하였다고 보는 입장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보론의 맥락에서 문제의 본질을 해명하고, 적확한 접근 및 판단의 관점과 단서를 정리한다. 
 
II. 정당국가적 대의민주제에서 정당과 국회의원의 관계
 
  우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형성적 결정인 정당해산결정에 의해 정당이 법적으로 무화, 즉 해산되고, 그 효력으로 대체정당의 설립이나 위헌정당의 명칭 사용이 금지되고, 잔여 재산이 국고에 귀속되어 그 실체가 해체된다고 하여도, 정당의 핵심리더로서 그 인적 기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속 국회의원의 직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정당의 정치참여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정당해산의 핵심목적, 즉 헌법보호의 실효성은 확보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속 국회의원이 있는 경우 대개 그러하겠지만, 이는 특히 해산이 결정된 정당이 적잖은 동조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여 정치사회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잠재적인 조직력과 활동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 즉 정당해산의 핵심 동인이 단체로서 위헌정당 자체의 해산과 함께 또는 오히려 그보다 우선하여 정당의 지도적 인사인 소속 국회의원의 조직적 기반, 특히 인적 network를 해체하는 데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른바 '고전적 대의민주체제'가 아니라 오늘날 일반적인 '정당국가적 대의민주체제'에서 진행되는 선거에서 개별 국회의원은 개인으로서보다는 오히려 정당의 대표자로서 선출된다. 개별 국회의원에 대한 인적 신임과 그 핵심 요소 또는 기반인 정당 및 소속 국회의원단에 대한 정치적 신임은 구별될 수는 있지만 분리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개인에 대하여 인적 신임을 부여하는 대의제적 선거의 고유한 기능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정당에 의해 추천된 후보자의 경우 그 신임은 정당의 강령과 기본정책 및 정강정책을 추진해나갈 지도적 인사들을 비롯하여 정당의 조직적, 기능적 역량이 합체된 '정치청약'(Politikangebot)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와 무관한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당의 규모나 구조 등 구체적인 당내 상황에 따라 차이가 없지는 않겠지만, 정강정책의 수립을 비롯한 정당의 기본적인 조직과 활동이 당내 지도적 인사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종의 '정치적 패키지'인 정당의 목적과 활동의 위헌성이 확인되어 해산결정이 내려진 경우 우선 책임의 주체인 또는 적어도 일종의 연대책임의 당사자인 소속 국회의원의 법 및 정치적 책임을 정당과 분리하여 취급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정당을 매개로 하는 정치적 신임과 책임의 연계고리를 작위적으로 단절시키는 체계부정합의 결과를 초래하는 점에서 민주주의원리에도 부합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는 정당해산절차 개시 시점에 의원 개개인의 정치활동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과의 객관적인 관련성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따라서 객관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경우 의원직상실을 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거나 또는 국회의원이 정당의 위헌적 활동에 관여한 정도나 반대의사를 표명했는지 여부 등에 따라 달리 결정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는, 지나친 작위성은 차치하더라도, 추상적인 이론의 차원에서는 상정될 수 있을지 몰라도 오늘날 정당국가적 현실과는 거리가 먼 점에서 구체적인 헌법해석론과 법제의 차원에서는 수용되기 어렵다. 
 
III. 정당해산심판제도의 관점에서 본 자유위임원칙과 헌법보호 
 
  의원직유지설의 핵심 근거로 제시되는 헌법상 자유위임의 원칙도 의원지위자동상실설로 귀결되는 이러한 헌법해석 또는 이익형량의 관점에 대한 반론의 논거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른바 '정당국가의 위기징후'(Krisensymptome des Parteienstaates)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다양한 구체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술한 정당국가현상, 즉 정치적 의사형성을 비롯하여 대의기관의 구성과 정치 및 정책결정의 전 과정을 사실상 정당이 거의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정당국가적 대의민주체제는 헌법규범과 대치되는 정치현실 또는 헌법변질의 맥락에서 주목되는 헌법현실이 아니라 헌법적으로 정당한 것인 동시에 불가피한 헌법에 내장된 정치체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와 그에 따른 헌법해석의 관점은 특수한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헌법보호수단인 정당해산심판제도의 설계와 운용에도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작동되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정당국가의 문제점에 대한 보정이나 헌법규범과 헌법현실의 절충을 도모하는 규범조화적 관점에서 거론되는 자유위임원칙과 그에 포함된 민주주의 보전 또는 보정의 헌법적 가치는 정당해산결정의 법적 효력의 내용으로 논의되는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의 문제와는 아무런 연관성도 갖지 못한다. 맥락과 차원이 다른 논제이다.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자로서의 지위와 방어적 민주주의의 정신이 논리 필연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헌재의 설시(헌법재판소 판례집 26-2하, 113면)는 절제된 표현으로 이해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법리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불명확하고 애매한 표현인 점에서 적확하지 못하다.    
  굳이 정당해산결정시 소속 국회의원의 지위상실 여부의 문제를 '헌법보호'와 '자유위임'이 충돌하는 문제로 본다고 하더라도, 전자가 우선됨은 물론이거니와, 이에 반대하는 관점에서 상충문제로 이해하고 판단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 예시할 수 있는 경우, 즉 정당해산결정의 주된 이유와 헌법보호의 요청을 고려하건대 소속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주도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라면, 적어도 책임의 양적, 질적 크기가 다르다면 획일적으로 의원직을 자동 상실케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가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론이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위헌적인 활동을 방임하거나 지도부 등 핵심세력의 지시에 순응한 경우에 정당 및 주도세력과 책임소재를 분리할 것을 요구하고, 더 나아가 면책을 주장할 수 있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 자유위임은 오롯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틀 속에서 합헌적인 목적과 활동을 하는 정당의 정상적인 정치활동 및 정책결정과정의 맥락에서 정당대표와 국민대표의 입장과 역할이 충돌되는 경우 국회의원 개인의 양심에 따른 정치적 선택의 자유와 다양한 정치적 대안의 구상과 기획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기회와 수단을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에 위임한 것은 민주주의 자체가 아니라, 자유위임의 정당화 조건인 민주주의 속에서의 정치활동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특히 정당의 위헌성이 확인되는 위기의 비상상황 또는 위헌정당에 근접해가는 절박한 상황에서 소속 국회의원의 자유위임적 지위는 정당의 대표보다 헌법보호자로서 역할을 우선시키는 특정한 선택의 강제, 즉 위임된 자유의 향유에 앞서서 자유위임의 전제조건이고 근거인 민주주의와 헌법을 방어하고 수호해야 하는 법적 의무로 전환된다. 말하자면 민주적 기본질서의 틀 속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고 또 그 헌법적 의미와 기능이 발현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자유위임적 지위는 헌법보호의무의 수행을 요구할 수 있는 헌법규범적 근거인 동시에 그 의무수행을 가능하게 만들고 또한 촉진하는 법적 수단이고 교두보이다. 이러한 관점과 논리는 적어도 헌법보호의 요청과 관련해서는 그 지위와 역할을 달리 볼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에서 지역대표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공히 적용됨은 물론이다. 
 
IV. 맺는말
 
  적어도 민주주의의 터부를 건드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헌법적 결단을 내린 이상은, 말하자면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결정에 의해 정당을 강제로 해산할 수 있게 하는 정당해산심판제도를 수용한 제도적 틀 속에서 해산이 결정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헌법정책적 고려나 입법형성의 대상이 아니다. 국민주권원리를 비롯하여 권력분립의 원리나 국회의 자율권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적어도 헌법과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한 국회의원직의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을 국회의 자율적 심사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견해에 찬성할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헌재도 분명하게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그것은 '정당해산심판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상 명문 규정의 유무와는 관계없는, 통일성을 주목하는 헌법해석론에 따른 논리필연의 결론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