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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모뉴엘사태와 단기수출보험(EFF) 보험금 청구에 관한 고찰

최병규 교수 (건국대 로스쿨)

1. 들어가며
 
국가 간 무역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무역보험과 관련하여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사건은 작년 10월 발생한 ㈜모뉴엘(이하 '모뉴엘')사기사건이다. 모뉴엘은 무역보험의 혜택을 받기 위하여 관계자에게 전방위 로비를 하였고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공사')에서 홍콩 현지검수를 나갈 경우에는 현지인을 동원하여 실제 물건을 제조하는 것처럼 위장하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모뉴엘이 조달한 금액은 3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모뉴엘은 공사가 만든 단기수출보험(EFF){현재는 단기수출보험(수출채권유동화)}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여신을 제공받았다. 그런데 검찰 수사결과 이 모든 것이 모뉴엘의 사기행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지자, 여신을 제공한 은행과 단기수출보험의 보험자인 공사 사이에 허위채권에 대하여 수출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다툼이 있어 왔고 급기야 소송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2. O/A거래 및 EFF제도
 
원래 무역보험은 국가의 산업정책보험으로서 그 담보 위험의 특성상 우리나라에서는 공공기관인 공사가 전담하고 있다.
 
보험계약자인 은행들은 공사의 단기수출보험(EFF)을 담보로 하여 모뉴엘로부터 모뉴엘의 해외수입상에 대한 O/A 수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모뉴엘에 여신을 제공하여 왔다. 원래 O/A거래는 수출상이 물품의 선적을 완료하고 해외 수입상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기만 하면 바로 수출채권이 발생하고, 환어음이 발행되지 않으며 선적서류의 원본은 수출상이 직접 수입상에게 송부하게 되는 구조이다. 그리하여 O/A거래는 근본적으로 수출상 및 수입상의 사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은행들은 원칙적으로 일부 초우량기업의 본?지점 간 송금거래와 같이 신용도가 매우 높은 경우에 한하여서만 O/A거래상의 채권을 매입하여 왔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경기가 침체되자 정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중소기업 내지는 중견기업의 수출을 진흥시킬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를 위해서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수출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수출기업의 자금조달을 도와줄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O/A거래는 높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어서 금융기관은 그러한 채권의 매입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공사는 2009년 4월 은행들이 O/A거래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중소기업 등의 수출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수출채권을 매입하는 은행들에게 담보수단을 제공하기 위하여 EFF보험을 도입하게 되었다. 한편, 근래 강화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이 적용됨에 따라 금융기관에 매각된 수출채권이 상환청구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부채비율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에 수출자 입장에서는 비상환조건으로 채권매각이 가능한 보험상품이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은행이 보험계약자가 되고 비상환조건으로 수출채권을 매각할 수 있는 단기수출보험상품을 제공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 단기수출보험(EFF)이다. 단기수출보험(EFF)은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액을 보유한 수출기업이 우량수입자 앞 수출채권을 은행에 매각하고 여신을 제공받는 경우, 공사가 매입은행에 수출채권의 대금미회수 위험을 담보하는 것이다. 은행입장에서는 이러한 단기수출보험(EFF)시스템을 통하여 공사 보험증권부 대출의 위험가중치가 0%가 되므로 BIS 비율 개선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편, 근본적으로 무역금융에 있어서는 은행의 주의의무의 대원칙으로서 서류심사의 원칙, 추상성의 원칙이 적용된다(서헌제, 국제거래법, 법문사, 2006, 290쪽). 이러한 원칙에 따라 은행들은 수출거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징구하면 된다. 그리고 그 징구된 서류가 외관상 명백히 위?변조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면 족하다. 보험계약자인 은행들은 공사가 마련한 정책보험으로서 EFF제도를 믿고 공사가 수행한 수입상에 대한 신용조사결과와 수출상의 보험한도를 신뢰하여 공사의 EFF보험증권을 담보로 모뉴엘의 수출채권을 매입하였다. EFF보험계약에서는 은행에 대하여 단기수출보험(선적후)이나 수출신용보증(선적후)에서 요구하는 주의의무와는 다른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보험계약자의 주의의무와 면책사유는 법령과 약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가령 수출신용보증(선적후)에서와는 달리 EFF보험에서는 보험계약자의 과실이 면책사유가 아니며, 또한 "은행이 무신용장방식 거래에 있어서 수출계약의 주요 사항을 위반하여 매입함으로써 발생한 손실"을 면책사유로 하고 있지 않다. 이는 O/A거래의 특성, EFF상품을 마련하게 된 배경 등을 고려하여 EFF보험에서는 다른 수출보험약관에서와는 달리 보험계약자의 면책범위를 축소한 결과이다. 
 
3. 허위채권도 담보의 대상인지
 
2009년 단기수출보험(EFF) 제도를 만들 당시에는 모뉴엘 사태와 같이 관련서류의 위·변조와 전방위적 로비에 의한 수출사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사기행각으로 발생한 허위채권에 대해 위험을 누가 떠안는 것이 합당한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은행이 수출관련 서류의 원본을 받는 구조가 아닌 단기수출보험(EFF) 거래에서는 보험계약자인 은행에게 거래의 진정성을 확인하게 한다거나 현지 조사·확인의무 등을 부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공사의 업무에 해당하고 공사의 직원이 홍콩을 방문하여 조사하였음에도 모뉴엘의 사기행각을 밝혀내지 못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본 건에서 설사 은행이 현장조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허위수출거래를 적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무역보험의 공적·산업정책적 속성 및 중소수출기업 장려라는 목적을 고려할 때 그 위험을 공사가 떠안는 것이 맞다고 본다(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무역보험 운영실태 감사결과에서도 무역보험 인수 시 진정성 심사기능이 공사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공사의 신용조사, 신용등급 부여 및 보험한도 책정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고려하여 보면 공사가 결국은 수출사기로 인한 허위채권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법리적으로 보면, 은행은 본 건 수출거래가 허위인 사실을 모르고 수출채권을 양수한 자라고 볼 수 있으므로 민법 제108조 제2항에 따라 공사는 은행에 대하여 본 건 수출거래의 무효를 대항하지 못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본 건 수출거래가 허위라고 하면 부보할 대상이 없어 보험계약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으나, 그러한 사실을 보험계약의 당사자들 및 피보험자가 알지 못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험계약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상법 제644조 단서에 비추어 보면, 은행과 공사가 허위사실을 몰랐던 이상 보험계약은 유효하다고 본다.
 
4. 단기수출보험(EFF)약관 제13조 제3항의 의미
 
보험계약자는 각종 의무를 부담한다. 그 가운데 보험사고발생 통지의무와 손해방지의무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 보험계약자 측에서 부담하는 의무이다. 수출보험에 대하여도 보험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3.11.23. 선고 93누1664 판결)의 태도이다. 보험의 원리와 약관 제13조 제3항을 고찰하여 보면 약관 제13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험계약자의 의무는 손해방지의무로 파악할 수 있다. 즉"보험계약자는 손실을 방지 또는 경감하기 위하여 이 보험에 들지 않은 다른 수출채권 매입계약에 기울이는 것과 같은 주의를 가지고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며, 보험계약자가 타인으로부터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그 배상청구권의 행사 또는 보전에 필요한 절차의 수행에 태만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상법 제680조 제1항 소정의 손해방지의무를 규정한 것인데, 판례에 의하면 위 손해방지의무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 또는 적어도 그 발생이 불가피하게 된 이후 비로소 개시되는 것이다(서울고등법원 1999. 2. 3. 선고 98나36360 판결; 대법원 1993. 1. 12. 선고 91다42777 판결 참조). 단기수출보험(EFF) 약관 제13조 제3항을 계약 전반에 적용되는 보험계약자의 의무라고 한다면 보험자인 공사는 이를 보험계약 체결시 계약자에게 명시적으로 지적하여 설명하여 주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약관규제법 제3조 4항에 의해 그를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된다. 
 
5. 나가며
 
최근 국제적인 경제상황으로 인하여 수출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에 무역보험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특정사건으로 인하여 무역보험의 보장이 영향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 그리하여 이러한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수출기업의 대금지급확보를 위하여 은행들이 보험계약자로서 O/A거래위험을 적극 인수하여 주는 담보장치로서 무역보험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제도보완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무역보험법을 개정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대신 현재 운용중인 단기수출보험(수출채권유동화)에서 약관을 보완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심사기준과 보험계약자인 은행의 주의의무를 약관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법적 분쟁을 피하여야 한다. 그와 같이 안정적 제도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여 주어 장기적으로 예측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O/A거래위험을 무역보험제도의 기반 하에 은행들이 인수함으로써 국가의 수출 진흥에 기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이 있으나 소를 잃은 이후에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는 것이므로 관계당국은 제도개선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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