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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음란물의 저작물성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연구원 원장)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판결 

 대법원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위 열거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하지 아니하면서도 인간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것으로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설령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8845 판결 참조)"라고 하여 음란한 내용이 담긴 영상저작물도 저작권법상의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서 최근 부산지방법원도 일본 성인동영상업체 15곳과 이들로부터 발행권을 받은 한국업체 1곳이 온라인 파일공유사이트 5곳을 운영하는 회사를 상대로 낸 영상물복제 등 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2015카합514). 
 
저작권법과 윤리의 융합과 분리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가 주어지는 저작물이 비윤리적인 저작물이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법질서의 일부법제가 스스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은 음란물의 제작이나 배포 등을 역시 법질서의 일부인 저작권법에서 저작법상의 보호를 부여하는 것은 법질서 내부에서의 모순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비판의 출발점이다. 한편 성(gender)법학 관점에서 음란물을 저작물로 보는 것이 주로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를 고착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저작권법과 윤리가 융합되는 현상은 오랫 동안 영미법에서는 발견되어온 현상이다. 영국법원의 판례를 보면 매춘부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의 책(Memoirs of Harriette Wilson)을 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출판하는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원고의 책이 매우 외설스러운 내용(highly indecent matter)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이 있다(Stockdale v. Onwhyn, 108 Eng. Rep. 65(K.B. 1826). 이후 미국법원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서 Martinetti rule이라고 해서 음란물을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판례(Martinetti v. Maguire, 16 F. Cas. 920(C.C. Cal. 1867)가 정립되어 음란물을 창작성이 없다고 하여 보호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음란물에 대한 저작권법상의 보호를 부여하는 계기가 된 사건은 1979년 Mitchell 판결이다. 'Behind the Green Door'라는 영화를 적법하게 저작권 등록을 한 영화사인 원고는 원고의 영화를 무단복제하여 상영한 극장주 등인 피고들을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원고의 영화는 음란물이므로 형평법상 부정한 손의 항변(equitable rubic of unclean hand)에 따르면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1심법원은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제5연방항소법원은 원심을 파기하면서 음란성이 있다고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604 F.2d 852(5th Cir. 1979), cert denied, 445 U.S. 917(1980), 이 판결은 이상정, 『음란물의 저작물성』, 창작과 권리 78호(2015)에 전문이 번역되어 있다}. 이후 미국법원의 판례는 음란물도 저작물로 보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음란저작물과 저작물의 윤리성 
  음란물을 저작물이 아니라고 본다면, 창작성(originality) 요건을 구비하지 못했다고 하는 방법이 있고, 판례법으로 일종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예외인정 이유는 법질서 전체의 체계정합성을 기초로 하면 될 것이다. 저작권법의 보호를 안 해주면 음란물이 줄어들어야 저작권법이 창작성이 인정되는 음란물에 대해서 보호를 하지 않은 정책적인 목적이 달성된다. ①음란물을 창작하려는 자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못 받으면 창작의욕이 저하될까. 그런 경우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에 해당하는 창작자는 주로 '채털리 부인의 사랑'과 같은 유의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가 아닐까. 최근 출판된 '돈키호테'완역본을 보면 정부가 이 책을 검열하고 출간하도록 허락하였다는 점을 표시한 부분이 있다. 음란물의 예외는 음란물은 저작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지, 검열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음란물에 예외를 두면 법원이 윤리(倫理)법정이 되어 저작권침해 사건에서 음란물의 항변이 들어오면 음란성 판단을 통한 저작물 판단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람직할까.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정당한 이유 없이 제약하게 되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문화의 동태성, 윤리의 동태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② 만일 상업적 음란물 제작자라면 저작물이라고 보든 안 보든 음란물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계속 창작의욕(?)을 불태울 수 있다. 만일 불법 동영상파일 공유사이트의 무단 공유행위를 저작권법에 의해서는 막아주지 않으면 오히려 음란물이 확산된다. 음란물의 폐해는 음란물을 걸러낼 수 없는 사람, 특히 인격형성기의 청소년에게 이러한 음란물이 무차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문제일 것인데, 저작권의 보호가 오히려 확산을 제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③ 음란물에 대한 규제는 저작권법이 아니라 다른 형사처벌 규정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형법', '정보통신망의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음란물의 제작 및 유통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옳다. 이런 법률간의 역할분배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2015년 6월 선고된 대법원의 판단처럼 저작권법은 윤리도덕에서 벗어나 내용중립성을 가지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