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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교란행위 금지에 대한 소고

윤수복 변호사(법무법인 민)

1. 들어가며
 
지난 2014. 12. 30.자 자본시장법(이하 '법'이라 함) 개정으로 시장질서교란행위 금지 규정이 신설되어 2015. 7. 1.부터 시행 중이다. 본 규정은 CJ E&M 사건처럼 기존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으로 처벌이 어려웠던 사례에 대한 해결책으로 새로이 금지행위를 정하고 형사제재보다 완화된 요건으로 금전적 제재수단을 도입한 것이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협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시키는 것이 당연하고, 또 이러한 차원에서 기존 규제로 해결이 어려운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본 규정을 신설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도입취지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본 규정이 투자자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건전한 정보생성을 억제한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신설된 시장질서교란행위 각 조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어떤 점이 우려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유형 및 제재수단
 
가. 정보이용형 교란행위 
신설된 법 제178조의2 제1항은 정보이용형 교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① 법 제174조 제1항 각호의 자(내부자, 준내부자, 1차 수령자)로부터 미공개중요정보 또는 미공개정보인 정을 알면서 이를 받거나 전득한 자, ②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등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공개정보를 생산하거나 알게 된 자, ③ 해킹, 절취 등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정보를 알게 된 자는 그 정보를 매매 등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존 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을 금지하는 제174조의 경우 상장회사의 내부자 등만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여 특정증권 등의 매매 등 거래에 이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었으나, 신설 규정은 2차 정보수령자 이후의 다차정보수령자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융투자상품 매매에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정보를 생성하거나 알게 된 자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여 회사 내부에서 생성된 정보 뿐 아니라 외부에서 생성된 정보를 매매 등의 거래에 이용한 자도 제재를 하고 있다. 
 
나. 시세관여형 교란행위
신설된 법 제178조의2 제2항은 시세관여형 교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상장증권 등의 매매 등과 관련하여 ①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과다하게 제출하거나 이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하는 행위, ②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거짓으로 꾸민 매매행위,
③ 손익이전이나 조세회피 목적으로 매매시기, 가격 등을 다른 자와 서로 짜고 하는 거래 행위, ④ 풍문의 유포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기존 법상 시세조정행위를 금지하는 제176조에서는 매매성황에 대한 오인 또는 오판 유발의 목적, 매매유인목적 등 목적을 가지고 시세에 영향을 주는 행위만 처벌하였으나, 신설 규정은 이러한 목적이 없더라도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서 제재가 가능하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다. 시장질서 교란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법 제178조의2 위반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제재인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법 제429조의2). 즉,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되,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5배가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이득액만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과징금의 상한선은 사실상 없는 것이 된다.
 
3.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규정의 문제점

가. 제재대상의 과도한 확장
정보이용형 교란행위 규제는 기존 규제보다 규제대상 정보의 범위를 크게 확대하였다. 즉, 정보이용형 교란행위 금지 규정은 정보의 성격·출처를 불문하고, 특정증권 등의 거래에 있어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미공개중요정보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형사범죄로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의 규제대상 정보는 상장법인 내부에서 생성된 정보만 의미하였다면, 정보이용형 교란행위 규제 대상 정보는 내부에서 생성된 정보 뿐 아니라 외부에서 생성된 정책정보(예 : 특정 종목의 매매조건 등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법령 제·개정 정보, 산업경제 일반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결정정보 등) 및 시장정보(기관투자자의 대량 주문정보 등), 기타 외부정보(거액 소송정보, 법원의 판결정보 등) 등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규제대상 정보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장하는 것은 미국에서 발전된 모자이크 이론의 역할과 관련하여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모자이크 이론의 역할은 정보의 가치평가를 통하여 증권시장의 효율성에 기여하는 애널리스트의 기능적 역할을 반영하여, 미공개 중요정보를 그대로 제공하는 것은 금지하되 일반투자자로서는 중요성을 알 수 없는 경계선상의 정보는 투자자 일반에 공시를 강제하지 않고 일정부분 선별적으로 알려주는 것을 허용한 것인데, 신설규정처럼 개별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모든 미공개 정보의 제공까지 금지할 경우 애널리스트의 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신설규정은 모든 투자자가 정보의 평등성을 기해야 하므로 미공개 정보는 무조건 투자자 일반에 공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나, 그렇게 될 경우 비중요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양산되어 수많은 정보가 그 중요성에 관계없이 공시되면서 투자자는 정보 과잉에 시달리게 될 뿐 아니라, 정보의 유용성 분석 능력이 낮은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무차별적인 정보 공시는 지양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를 오히려 촉진시킬 우려가 있다.
 
나. 목적성 요건 불요
시세관여형 교란행위는 시세에 영향을 주거나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는 등의 목적성이 없거나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도 규제하고 있다. 즉, 상장증권 등의 매매 등과 관련하여 허수성 매매 등의 행위를 하였다면 시세조정 목적 여부와 상관없이 제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성 요건을 요구하지 않음에 따라 착오로 거래 성립 가능성이 낮은 호가에 과다하게 제출한 경우 등 과실로 인한 행위도 결과적으로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과징금이 부과될 우려가 있다. 
 
 또한, 매매유인 또는 시세변동과 관련한 특별한 목적이 있었음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특정종목과 관련된 정보 등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공유하는 것도 시세관여형 교란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정당한 정보 교류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할 우려도 있다. 
 
다. 이중처벌 우려
신설규정에서는 그 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우, 즉 법 제173조의2제2항, 제174조, 제176조 또는 제178조에 해당하는 경우, 과징금 제재대상에서 제외하여 형사처벌과의 중복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특정회사에 대한 투자의사결정에 대한 정보(시장정보)를 이용하여 주식매매에 이용한 경우 기존 법상 선행매매 금지 규정(법 제71조제1호)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법 제64조) 뿐 아니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상당하는 형사처벌(법 제444조제8호)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의 경우 여전히 이중처벌의 이슈는 남아 있다.
 
4. 개선방안
 
먼저, 정보이용형 교란행위의 경우 법 시행령에서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그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 이에 하위규정인 금융투자업 규정을 통해 예외 인정범위를 넓혀 규제의 합리적 타당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미공개 정보라 하여 무조건적인 정보 제공을 금지하기 보다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비중요 정보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시세관여형 교란행위의 경우 목적성 요건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대상을 좀 더 엄격하게 해석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단순 주문실수나 정보비대칭 완화를 위한 정당한 정보교류는 제재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신설규정 단서에서 형사처벌 대상인 경우 예외조항을 둔 것이 이중처벌 방지를 위한 것이라면,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시장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등의 경우도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할 경우 과징금 제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5. 마치며
 
자본시장 규제효과 증대를 위해 과징금 부과 등 금전적 제재를 도입한 것은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고 규제공백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특히, 과징금 부과와 같은 행정적 제재는 형사제재와 달리 엄격한 증명을 요하지 않고,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 원칙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탄력 적용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신종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건전성만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규제대상이 과도하게 넓어져 규제당국의 재량에 따라 제재 여부가 좌우될 우려 또한 있어 보인다. 
 
 앞으로 신설 규정이 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지 않고 그 취지에 맞게 제 기능을 다 하기 위해서는 규제당국에서 제재 대상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시장참여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