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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자연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저작물의 창작성 여부

한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천일)

1. 서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1부는 지난 2월 17일 몽베르컨트리클럽(CC) 등 국내 골프장 3곳의 소유주들이 국내 1위 스크린골프 업체인 ㈜골프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하였다. 원고들은 골프존이 사용하고 있는 골프장 코스 영상이 원고들이 소유하고 있는 실제 골프장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 골프존은 골프장은 자연물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것에 불과하므로 저작물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재판부는 "골프장은 홀의 위치와 배치, 골프 코스가 돌아가는 흐름 등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골프장과 구분되는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며 "골프장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하여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위 골프존 사건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자연물을 대상으로 한 저작물의 창작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쟁이 존재한다. 자연물은 인간의 창작행위와는 무관하게 자연발생 하였다는 특성, 모든 이에게 자연물을 창작행위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특성 등으로 인하여, 자연물을 대상으로 한 저작물의 저작권성을 쉽게 인정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2. 관련 판례
 가. 일명 '구름 사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9. 25. 선고 2012가합503548 판결
이 사건의 원고는 구름, 물방울 등에 대한 디지털 이미지들을 제작한 자로서, 포토샵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여 구름 이미지 100여 개를 제작하였다. 피고1은 온라인 게임물을 개발하는 게임 제작 회사로서 온라인 야구게임물을 제작하였고, 피고2는 피고1로부터 위 온라인 야구게임물을 공급받아 국내외 이용자들에게 제공하였다. 위 온라인 야구게임물에는 만화로 표현된 야구경기의 각 장면이 컴퓨터 화면에 계속하여 동영상으로 제공되는데, 야구경기의 각 장면은 화면 상단부 약 3분의 1 공간이 하늘로 표현되어 있고, 위 하늘 부분에는 수 개의 구름 이미지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에 대해 원고는 자신의 구름 이미지를 피고들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미술 저작물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등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것은 자연물인 구름을 형상화 한 이미지에 저작권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형상의 하나인 구름 모양이라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윤곽선, 꼬리 형태, 굴곡, 색채, 명암 및 그 조합 형태에 따라 얼마든지 상이한 모습으로 창작"될 수 있기 때문에, "원고 나름의 표현으로 세밀하게 표현"된 이 사건 구름 이미지는 "원고 나름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는" 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일명 '솔섬 사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3. 27. 선고 2013가합527718 판결
이 사건의 원고는 한 영국 출신 사진작가의 에이전트 갤러리이고, 피고는 국내 항공사이다. 위 영국 출신 사진작가는 2007년 경 솔섬과 그 주위 경관을 피사체로 삼은 사진(이하, '원고 측 솔섬 사진'이라 함)을 촬영하였다. 2010년 경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원고 측 솔섬 사진과 유사한 구도의 솔섬 사진을 촬영하여 이를 피고 항공사의 여행사진 공모전에 출품하였고, 위 사진(이하, '피고 측 솔섬 사진'이라 함)은 공모전에 당선되어 이후 피고 항공사의 광고 영상에 등장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가 원고 측 솔섬 사진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것은 자연물을 사진의 피사체로 삼는 것의 저작권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저작물은 크게 아이디어와 표현으로 이분화 할 수 있는데,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아이디어' 부분은 제외한 '표현' 부분만이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원고는 영국 출신 사진작가가 솔섬과 그 주위 경관을 피사체로 선택하여 '물에 비친 솔섬을 통하여 물과 하늘과 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앵글'의 사진을 촬영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 해당하며, 원고 측 솔섬 사진과 피고 측 솔섬 사진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 등에서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반면 피고는 솔섬과 그 주위 경관을 피사체로 선택한 것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원고 측 솔섬 사진과 피고 측 솔섬 사진 사이에는 실질적인 유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항변 등을 하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영국 출신 사진작가가 솔섬과 그 주위 경관을 피사체로 선택하고 사진의 구도를 설정한 것 등은 모두 '아이디어'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동일한 피사체를 촬영하는 경우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연물이나 풍경을 어느 계절의 어느 시간에 어느 장소에서 어떠한 앵글로 촬영하느냐의 선택은 일종의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또한 자연 경관은 만인에게 공유되는 창작의 소재로서 촬영자가 피사체에 어떠한 변경을 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연 경관을 사진의 피사체로 삼는 것의 저작권성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저작자나 예술가의 창작의 기회 및 자유를 심하게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3. 자연물의 저작권성 판단 기준
골프존 사건에서는 골프장 코스의 건축저작물성을, 구름 사건에서는 구름 이미지의 미술저작물성을 인정하였으나, 솔섬 사건에서는 원고 측 솔섬 사진의 사진저작물성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이처럼 자연물을 대상으로 한 저작물의 저작권성에 대해 각기 다른 판결이 선고되는 이유는 각 저작물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다16742 판결 등 참조). 건축저작물과 미술저작물은 자연물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에도, 그 대상에 대한 창작자의 자의적인 변경 등을 통한 다양한 표현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 속하는 표현 영역에 포함되게 된다. 골프장 코스라는 건축저작물의 창작 과정에서는 자연 지형에 대한 공사와 같은 창작자의 자의적인 변경을 통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며, 구름 이미지라는 미술저작물의 창작 과정에서는 창작자가 자의적인 방식에 의해 자연물인 구름을 본 딴 이미지를 제작하는 등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연물을 피사체로 한 사진저작물은 다양한 표현 가능성이 다소 제한되는 면이 존재하며, 그로 인해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 속하지 않는 아이디어 영역에 불과하게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솔섬 사건의 경우 솔섬과 같은 거대한 자연물을 창작자가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기 때문에 솔섬을 피사체로 삼는 사진은 다양한 표현 가능성이 거의 제한되게 된다. 반면, 자연물을 피사체로 한 사진이더라도, 그 피사체에 대한 창작자의 자의적인 변경 가능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저작물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일본 재판례 중 일명 '싱싱한 수박 사진 사건'에서는 수박을 특정한 형태로 촬영한 사진의 창작성을 인정한 바 있다(東京高裁 2001(平成13)年 6月21日 平成12年(ネ) 第750? 判決).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던 '수박'이라는 자연물인 피사체는 얼마든지 창작자가 자의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피사체인 수박의 선택, 조합, 배치 등에 있어서의 창작적 표현이 충분히 인정된 것이다.  
 
4. 결론
결국 자연물을 대상으로 한 저작물의 창작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 저작물이 아이디어 영역과 표현 영역 중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여부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각 저작물의 특징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다른 저작물에 비해 자연물인 피사체에 대한 창작자의 변경 가능성이 적은 사진저작물의 경우, 자연물을 피사체로 삼은 것 자체는 아이디어 영역에 해당하게 되어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