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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로스쿨에서의 해상변호사 양성 현황과 대책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I. 서언
필자는 로스쿨도입에 적극 찬성하였다. 그것은 필자가 염원하던 한국해사법정의 활성화에 로스쿨이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로스쿨 제도는 해기경력을 가진 전문가를 받아들여 변호사를 배출하게 됨으로써 선박충돌 등 웨트사건에서 외국의 해기경험 보유 변호사와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현재 10여명의 해기사 출신들이 로스쿨에 진출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로스쿨 제도는 해상법 전문변호사를 양산하여 고객들의 한국해사법정에 대한 신뢰도를 고양하게 됨으로써 지금까지 영국으로 집중되던 많은 한국 관련 해상사건들이 우리나라에서 처리될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 해상변호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2009년도에 이러한 기대를 받은 채로 출범한 로스쿨제도가 과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해답을 구하고자 한다. 

II. 로스쿨 제도의 장점-싱가포르의 경우 
필자는 작년 1학기에 싱가포르 국립대학(NUS) 법과대학에서 안식학기를 보냈다. 싱가폴 국립대학의 경우 법학교육은 학부에서 이루어진다. 1학기에는 해상법 강좌가 5개 개설되었고, 2학기에는 3과목이 개설된다. 2011년 485명의 변호사 시험 합격자중 100명 정도가 해상법을 선택하여 시험을 보았다. 변호사가 되기 전 대형로펌 등에서 변호사 연수를 6개월 하게 된다. 싱가포르의 해상변호사 숫자는 200명 정도로 추산되고, '라자 & 탄' 등 대형로펌은 해상변호사가 많게는 30명 적게는 10명 정도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해상변호사 연수교육이 제공된다. 이렇게 하여 23~24세 정도의 어린 나이에 해상변호사로서 첫 출발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맞춤식 교육이 된 상태에서 해상변호사 일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대개 해상 로펌에서 일을 시작하는 신임변호사는 대부분이 해상법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적어도 1~2년 사건을 처리하면서 일을 배워야한다. 특히 초임변호사들이 해상사건의 사실관계의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의뢰인인 해운회사나 보험회사에게 되물어서 일을 배우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의뢰인들은 의문을 가지면서 안타까워한다. 이런 환경 하에서라면, 섭외적 요소가 있는 해상사건에서는 의뢰인들은 싱가포르의 초임변호사를 우리 로펌의 초임변호사보다 더 선호할 것은 분명하다.
로스쿨 체제하에서는 우리도 싱가포르나 영국과 같이 로스쿨교육을 통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전문변호사를 양성할 수 있다고 필자는 믿었다.

III. 로스쿨교육의 해상법전문강좌 설계
로스쿨 체제하에서 고려대의 경우 학생들은 개설된 해상법 강좌 4과목(해상법, 해상보험법, Law on the Carriage of Goods by Sea, 선박충돌법)을 이수할 수 있다. 방학을 이용하여 국내의 해상로펌 및 싱가폴, 홍콩, 중국에 연수 및 승선실습을 다녀오면 완벽한 해상변호사가 되어 첫 출근하여도 시간 허비 없이 변호사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교육이 설계되어있다. 
학교에서는 해상법강좌를 전문으로 이수한 경우에는 해상법 전문인증을 하여주고, 이 과정을 밟은 학생에게는 업계의 지원을 받아 연간 5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수업은 이론에 반드시 실무가 추가된다. 인천항 방문, STX 팬오션 방문, 그리고 김&장 해상팀 방문교육을 실시한다.

IV. 로스쿨에서의 해상법교육의 현실과 문제점
로스쿨이 도입 된지 5년차가 되는 지금 현재 해상법 교육의 상황은 어떠한가? 서울에서 해상법강좌가 꾸준히 개설되는 로스쿨은 해상법 교수가 두 명이 있는 고려대학이 유일하다. 많은 로스쿨에서는  해상법 수업이 폐강되었다. 해상법 수업을 듣고 졸업하는 학생이 서울지역에서는 10명도  되지 않는다(부산에는 부산대학이 그나마 해상법강좌를 개설하고 있음)(학부시절 수백명의 학생들이 해상법수업을 들었던 것과 크게 비교됨). 문제의 심각성은 사법연수원이 없기 때문에 로스쿨에서 이러한 수업을 듣지 않으면 그것으로서 사실상 해상법수업을 듣는 일은 더 이상 없다는 점에 있다. 지금도 서울과 부산 인천 등에서 해상사건은 법원에서 심심찮게 처리되고 있다. 해상법수업을 전혀 듣지 않은 법관들이 영국이나 싱가포르, 중국 등 전문해사법원의 법관들과 비교하여 제대로 재판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필자도 가지고 해운업계의 사람들도 가지는 것이다. 의문이 든다면 전통이 있고 안정적인 영국 런던의 해사중재로 가자는 분위기가 업계에서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의 해운 조선산업의 팽창에도 불구하고 해상변호사수 30~40명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이와 같은 한국법정에 대한 불안심리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해상법 전문 법관·변호사·교수 양성은 큰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 동안 해운, 조선, 해상보험 등 실무의 보험법무쪽 일을 맡아하였던 법대출신의 자리를 누가 이어갈 것인지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필자는 다음 학기에 해상법 과목이 폐강될 걱정을 하게 되었다. 해상법 교수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 해운 5위, 조선 1위 그리고 무역 9위의 무역대국인 우리나라가 교역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법률수요도 늘어나는 데 이를 다루는 해상법이 폐강이라니? 전문교육을 하여 전문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범한 로스쿨이 이렇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가?
눈을 들어 밖을 쳐다보면, 경쟁하는 국가들의 해상법 교육은 너무나 무섭게 성장하고 자리를 잡아가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역, 해운 및 조선 실물이 영국 및 유럽에서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로 이동되었고 이에 따른 법률수요를 취하기 위하여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은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중국은 해상법교수 숫자 200명, 해상변호사 1000여명, 10여개의 지방해사법원까지 갖추고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

V. 해상법강좌 소외의 원인
그러면 해상법강좌가 로스쿨에서 이처럼 소외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첫번째 원인은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2009년 법무부가 수행한 용역의 중간발표에서 해상법을 상법의 시험과목에서 제외한다는 발표에 있다(최종 발표에서 포함됨). 해상법은 신변호사 시험의 상법과목에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중간발표를 그대로 믿고 있다. 그리고 두 번 치르진 변호사 시험 및 모의고사에서도 주관식은 물론이고 객관식에도 해상법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 학생들은 변호사 시험 합격이 우선이기 때문에 해상법과목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이러한 입장은 같은 주관기관인 법무부가 실시하는 사법시험 2007년 및 2011년에 해상법문제가 출제된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둘째 원인은 해상법을 전공해도 로스쿨 학생 채용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사법연수생 출신을 선호하기도 하거니와 근본적으로 해상사건 숫자가 적기 때문에 신규 변호사 채용 수요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산업이 팽창하는 데에도 법률가 공급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면 산업에 애로가 생긴다. 어떤 방법으로든 해상사건의 한국처리 숫자는 늘어나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법률비용의 증가로 해운관련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VI. 대처방법
필자는 신학기에 해상법이 폐강될까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지막 보루인 고려대학교 로스쿨 마저 해상법이 폐강된다면 과연 해상변호사는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몰론 해상법수업을 듣지 않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배출될 것이다. 이들 중에 한두 명을 해상변호사로 채용하여 로펌자체에서 교육을 시켜서 양성할 수 있다. 이것은 로스쿨 출범하기 전의 변호사 양성방식이다. 이렇게 하여서는 앞서 본바와 같이 싱가포르, 중국 등 경쟁상대 로펌과 경쟁에서 우리는 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러한 해상변호사 양성은 국제적 경쟁 속에 있는 해운 조선 물류 산업에서 고객들이 한국 해상법정을 우습게 보는 나쁜 관행이 지속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것은 바로 해상변호사 숫자 40명을 그대로 유지 답습하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해상법수업 선택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해운업을 뒷받침하는 해상법의 필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적극 동참하여 지원하여주고자 하므로 이러한 사업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둘쩨, 변호사 시험에서 해상법 문제가 출제되어야 한다. 사례문제로 내기가 어렵다면 객관식 문제라도 몇 문제를 내어주면 될 것이다. 특정학교만 해상법강좌가 개설되어 문제가 된다면 해상법을 선택과목으로 독립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샛째, 해상로펌에서도 좀 어렵지만 장기계획을 세워서 1년 뒤 2년 뒤에 채용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학생들의 해상법 수업선택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결국 준비된 학생들을 선발하여가는 것이니 해상로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대법원과 법무부는 로클럭이나 검사임용에서 해상분야 등 전문분야도 특별배정하여 1~2명씩이라도 해상법분야에서 선발하여주어야 한다. 실제 법원과 검찰에서도 전문분야 로클럭이나 검사가 필요하고, 선발계획이 있을 때 비로소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고 우수한 학생, 맞춤교육을 받은 학생이 선발될 것이다.
다섯째, 각 로스쿨은 해상법의 독자적인 강좌개설이 어렵다면 총칙상행위 혹은 보험법과 공동으로 강좌를 개설하여 학생들이 해상법의 대강이라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섯째, 비단 해상법 뿐 만 아니라 다른 전문분야 과목에도 필자가 지적한 바 전문분야의 강좌가 폐강이 되고 폐강을 걱정할 지경이라면 로스쿨 도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이는 로스쿨의 전체적 시스템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 속히 이를 시정할 대책이 로스쿨 협의회와 정부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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