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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명의신탁과 부동산실명법의 법리

강해룡 변호사(서울회)

1.) 대법원은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횡령) 판결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그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名義)로 등기하게 함을 그 목적으로 한 법률(법 제1조)인 까닭에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라고 했으며  따라서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법 제4조)라고 했기 때문이다.  

원심은 이른바 이 사건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명의신탁자는 당해 부동산을 매수한 '실권리자'이고 명의수탁자는 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보고 명의수탁자가 그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했으나, 대법원은 당해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 이어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및 그 물권변동은 무효이기 때문에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되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그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 그런데 그 다음 대법원은 "한편 위 경우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여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이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그 말소를 구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음에 불과하고, 그가 제3자와 사이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취지일 뿐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신임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그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또는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3.) 그러나 필자는 이 사건의 경우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본다. 명의수탁자 명의로 된 등기는 말소돼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매도인은 등기명의가 회복돼 다시 당해 부동산의 명실상부한 소유권자가 된다.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명의수탁자명의로 된 등기가 말소된 후 매도인으로부터 다시 이전등기를 받아야 할 것이다.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의 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의 지위는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매도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의 경우 명의수탁자명의의 등기는 무효이지만 그가 임의로 선의의 제3자에게 매도하고 이전등기하면 그 등기는 유효하다.(법 제4조 제3항) 그러하다면 이 사건의 경우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가 합의해 명의수탁자명의로부터 바로 명의신탁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다면 이는 실체관계에 있어서 법 제2조에서 정의한 '실명등기'를 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보아 유효하다고 해도 부동산실명법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실권리자는 아니면서 원인무효이기 때문에 매도인명의로 등기명의가 회복되게 말소해야 할 등기, 그러나 임의로 처분하면 제3자가 선의인 경우는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유효한 것으로 되는 그러한 등기의 명의자로만 남아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4.) 다음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 명의 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완전히 취득한다고 하는 논리(2008도455판결)에 대해서 필자는 상당한 의문이 있다. 명의수탁자는 애당초 자신이 당해 부동산의 실질적인 소유권을 취득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한 사람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당해 부동산의 명실상부한 실질적인 완전한 소유권자가 된다는 것은 이를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된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의 안전을 위해 명위수탁자명의로 된 소유권이전등기가 대외적인 관계에서 유효한 것일 뿐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주장할 수 있는 실소유권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는 마치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와 같은 상태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야 하는데, 이를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로 인하여 그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 부당이득을 반환하는 것(2000다2123판결)이라고 볼 것이 아니고 이른바 '실명등기'를 하는 것 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이다. 부동산실명법의 입법목적으로 볼 때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인 경우,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는 명의수탁자명의의 등기가 무효이므로 이를 말소해야 하고,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는 그 등기가 유효이므로 '실명등기'를 해야 한다고 하는 논리가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계약명의신탁인 경우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매도인의 선의(善意) 여부에 따라 그 피해자가 달라질 뿐 명의수탁자의 행위는 어느 경우에도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한 것이 돼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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