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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임의 비급여 사례에 대한 고찰

조서연 변호사(국회 법제실)

1. 들어가며

최근 대법원은 의료기관과 보건당국의 지속적 분쟁의 원인이었던 소위 '임의 비급여' 사례에 관하여 최종 판단을 내렸고(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판결), 그 판결의 의미를 둘러싸고 다시 의료계측, 정부측, 환자측의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국가가 의료인의 의료행위를 '건강보험'이라는 비용 보전 체계를 통하여 제한할 수 있는가와도 관련되는 문제인바, 구체적 판결의 내용 및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례를 중심으로 그 법률적 의미와 정책적 함의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2. 여의도성모병원에 대한 과징금 사례

(가)  사안의 개요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백혈병 환자들의 진료비에 관한 민원제기로 인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의 위 병원에 대한 현지조사(현행 국민건강보험법[2012. 9. 1. 전부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됨] 제84조 제2항)가 실시되었다. 즉 병원에서 행하여진 진료·약제의 지급에 대한 비용징수가 보험급여 관련 법령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조사한 것이다. 현지조사 결과 보건복지부장관은 위 병원이 ① 행위수가에 포함된 치료재료(골수천자침 등) 비용을 별도로 환자에게 징수한 경우 ②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사항을 위반하거나 국민건강보험법 하위 법령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을 위반하여 의약품을 사용하고 그 비용을 환자에게 징수한 경우 ③ 주진료과 담당의사가 진료지원과 의사를 선택하도록 포괄위임하고 선택진료비용을 환자에게 징수한 경우 ④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요양급여비용을 심사하며 감액할 것을 우려하여 바로 비급여로 환자에게 비급여로 징수한 경우가 있음을 적발하고, 그러한 부당금액(건강보험 부문에 한함. 19억 3,808만 8,790원)에 대응되는 액수의 과징금 96억 9,044만 3,950원을 부과하였다.

(나)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1심 서울행정법원 2009. 10. 29. 선고 2008구합9522 판결 및 2심 서울고등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누38239 판결에서는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임의비급여는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이는 대법원의 판결로 확정되었다.

1심 및 2심은 병원 측이 행한 임의 비급여가 생명 유지 내지 치료 목적 진료에 대한 것이었으나 달리 비용을 실효적으로 보전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 징수한 비용도 실거래가로서 병원측의 별도 이익이 없었다는 점, 관련고시가 개정된 사정(보건복지부장관의 처분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사항을 위반하거나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여 의약품 비용을 징수한 사례 37개 항목 중 22개 항목에 대하여 요양급여기관측의 급여기준 변경신청이 있었고, 그 중 12개 항목에 대해서는 실제로 급여기준이 변경된 사실, 별도로 비용을 산정할 수 없었던 기존 골수천자침 관련 고시도 1회용 바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비용도 별도로 산정할 수 있도록 고시가 개정된 사실, 항암제 사전신청제도가 신설된 사실,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이 개정된 사실 등)을 볼 때 병원측의 진료가 의학적 타당성이 없었던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질병치료를 위하여 임의 비급여가 필요한 경우 보험제도의 틀 밖에서 수진자의 동의를 받아 치료를 한 후 비용과 보수를 수진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역시 판결문에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은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가입자 등 환자 스스로도 유효·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요양기관이 국민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그 비용을 가입자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경우라도 ① 그 진료행위 당시 시행되는 관계 법령상 이를 국민건강보험 틀 내의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편입시키거나 관련 요양급여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상황에서, 또는 그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비급여 진료행위의 내용 및 시급성과 함께, 그 절차의 진행과정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를 회피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② 그 진료행위가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 뿐만 아니라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하여야 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었고, ③ 가입자 등에게 미리 그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하여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 데 대하여 동의를 받았다면, 이러한 경우를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거나 이를 부담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임의 비급여가 예외적으로 정당화되는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가 문제되는바, 다수의견은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처분청에 있다는 원칙을 언급하면서도, 처분청이 당해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증명을 한 경우에는 이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이를 주장하는 측인 요양기관의 책임이라고 본 반면,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처분청에 있다는 원칙에 따라 이 사례에서도 처분청이 증명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다) 유사 논점이 문제된 사례 및 헌법재판소의 판단

급여대상임에도, 적법하게 비용을 보전받기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기준을 의학적으로 불가피하게 지키지 못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요양급여비용 심사시 감액될 것이므로 바로 환자에게 비용을 받은 사례는 법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되어 왔다(서울행정법원 2007. 9. 13. 2005구합27925 판결 - 이 사건은 2심인 서울고등법원 2008. 10. 9. 선고 2007누26805 판결에서 의학적 불가피한 비급여를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바뀌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용 환수가 문제될 뿐 환자로부터의 비용 징수가 핵심 쟁점이 아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비용 통제의 규범인 요양급여기준이 의료행위에 대한 통제 규범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소위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문제(의료기관이 의학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는 약제를 원외처방함으로써 약국으로 하여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그에 대한 약제비를 청구하여 받도록 한 사례)도 유사한 논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사례들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상태에 있으나, 위 여의도성모병원에 대한 과징금 사례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에서 구체적으로 다투어지고 있는 위 사례들 외에도 헌법재판소에서 문제된 대표적 사례로는, 소아과 전문의인 청구인이 아토피 피부염의 진단과 치료를 위하여 국민건강보험법 및 그 하위법령의 위임에 근거한 보건복지부 고시인 '건강보험 요양급여행위 및 그 상대가치점수'에서 검사종목을 제한한 부분을 위반하여 그 검사항목 수를 초과하여 검사를 실시하고 비용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업무정지처분 등을 받자, 해당 고시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직업수행의 자유, 재산권 및 국민의 보건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례(헌법재판소 2007. 8. 30. 2006헌마417)를 들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에서는 이 사건 고시가 불필요한 요양급여를 방지하고 요양급여와 비용을 합리성을 확보하여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으로 최대한의 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 기한 것으로, 고시의 폐단을 시정할 수 있는 여러 절차가 법령상 마련되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검사방법의 항목 수를 제한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라 하였으나, 1인의 보충의견에서는 사람의 보건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국가는 국민의 보건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여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국민들이 자기의 비용으로 특별하고 특수한 진료를 선택할 수 있는 의료선택권도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의료인이 환자와 질병의 상태에 맞는 의료방법을 전문적으로 선택하여 시행하고 그에 대한 비용과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전문적 직업수행의 자유 또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요양급여기준 및 급여·비급여대상을 정하는 것이 건강보험제도의 틀 밖에서 이루어지는 의료관계까지 규제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즉 보충의견의 취지는 국민건강보험법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운용에 필요한 사항을 규율하기 위한 법일 뿐, 국민의 의료수준을 획일화시키기 위한 법도 아니고 의료인의 의료행위와 그 보수를 규제하기 위한 법도 아니므로,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임의 비급여 또는 보험 외 의료가 필요한 경우 보험제도의 틀 밖에서 수진자의 동의를 받아 진료하고 그 비용과 보수를 수진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3. 대법원 판결의 의미 및 정책적 함의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는 요양급여대상과 비급여대상이 있는바, 요양급여대상에 대해서는 목록 및 그에 소요되는 시간, 자원 등의 양을 고려한 상대가치점수, 점수당 단가로써 비용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고, 비급여대상에 대해서는 비용통제 없이 비급여로 비용 징수할 수 있는 대상(목록)만을 법령에서 관리(그러한 비급여를 '법정 비급여'라 한다)하고 있다.

임의 비급여는 요양기관과 환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거나 혹은 합의 없이, 법정 비급여 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함에도 요양기관이 임의로 요양급여기준이나 진료수가기준이 정하는 기준이나 절차를 위배하여 환자로부터 비용을 징수하는 것으로, 위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문제된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여의도성모병원 과징금 부과 사례는 법적 판단의 대상 자체가 정면으로 건강보험정책의 당부에 관한 것 -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으로 의료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 - 으로서, 향후 건강보험정책을 야기함에 있어 '의학적 타당성'에 대한 검증과 '환자에 대한 진료비 부담의 타당성'을 두고 지속적인 분쟁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치료행위에 대해서도 의료진의 전문적 지식을 믿고 치료행위를 행하게 하고 그에 대하여 환자로부터 적법하게 비용까지 전액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길이 열린 것인바, 결과적으로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비용통제'를 통한 행위통제에 중점을 두었던 보건당국의 정책 집행 방식과 관련해서도, 보다 '행위' 자체에 대한 검증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은 1차적으로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비용통제일 것이나, 비용으로 보전될 수 있는 행위 등이 어떤 것인가에 관하여 기준을 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행위를 통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의료기관측은 이에 대하여 의료행위의 자유가 침해되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충분히 진료받을 권리' 또한 침해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행정부측은 '정보 비대칭 상태에서 환자들이 안전하게, 적정하게 진료받을 권리'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의료행위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이 취하고 있는 시각은 '보건의료'라는 공공재를 사용함에 있어 국민이 과도한 비용 부담을 안지 않고 국가에 대하여 그 공공재를 공급해 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에 따르면 제도권 밖에서 의료기관측의 비용 요구가 그대로 관철되는 영역을 적법하게 허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제도의 틀 밖에서 의사가 환자의 동의를 받고 진료비용을 전액 환자에게 부담시킨 경우의 그 '불가피성'에 대하여, 법률적 입증책임 문제가 누구에게 있든 문제의 해결을 결국 사법부에 미루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서도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