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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한·미FTA 협정과 공정거래 쟁점

강정희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

Ⅰ. 서설

한국과 미국 양국의 협상 타결 이후 4년 7개월을 끌어왔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비준안이 2011년 11월 22일 국회를 통과하여 2012년 3월 15일 발효되었다. 이에 앞서 2011년 7월 1일에는 한갋U FTA가 발효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세계 1, 2위 경제권역인 EU, 미국과 동시에 FTA를 체결한 국가가 되었다. 이로 인하여 향후 개방과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자유시장경제의 기본법인 경쟁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특히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되던 날 이행입법의 하나로 동의의결제도를 신설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함께 통과되어 2011. 12. 2. 시행되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한·미 FTA상 경쟁 장(Chapter)에 어떠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고, 이 규정이 국내 경쟁법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한·미 FTA상 경쟁 챕터의 주요 내용을 개관하고, 위 규정이 공정거래법 및 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집행방향을 고찰하고자 한다.

Ⅱ. 한·미 FTA 경쟁 장(chapter) 개관

1. 제16장 '경쟁 관련 사안(Competition-Related Matters)'

한·미 FTA는 제16장에서 '경쟁 관련 사안(Competition-Related Matters)'을 규정하고 있다. FTA는 기본적으로 공적인 무역장벽을 낮추어 시장접근(market access)을 높이고자 하는 통상협정이다. 이러한 FTA가 사적 경쟁제한행위를 규제하는 경쟁 장(Chapter)을 포함하는 이유는 무역자유화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것이다. FTA를 체결하더라도 사적부문의 경쟁제한관행이 남아있다면 그 효과가 상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칠레 FTA(제14장), 한갋U FTA(제11장), 한·인도 CEPA(제11장) 등 우리나라가 그동안 체결한 모든 FTA에 경쟁 장이 포함되어 있다.

2. 주요 내용 개관

한·미 FTA의 경쟁 챕터는 총 9개 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경쟁법 집행 관련 사항, 지정 독점·공기업 관련 사항, 소비자 보호 협력사항 등 크게 3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경쟁법 집행 관련 사항으로는 경쟁법과 반경쟁적 영업행위(제16.1조), 투명성(제16.5조), 협의(제16.7조)가 있고, 지정 독점·공기업 관련 사항으로는 지정 독점(제16.2조), 공기업(제16.3조), 가격차별(제16.4조), 분쟁해결(제16.8조), 정의(제16.9조)가 있으며, 소비자 보호 협력사항으로는 국경 간 소비자 보호(제16.6조)가 있다. 이 중 후속조치가 필요한 부분은 경쟁법 집행 관련 사항 중에서 동의의결제도의 도입이었는데,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되는 날 동 제도를 신설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함께 통과되어 2011년 12월 2일부터 시행되었다.

이하에서 경쟁법 집행 관련 사항, 지정 독점·공기업 관련 사항, 소비자 보호 협력사항 3개 분야로 나누어 주요내용을 소개하고, 각 분야별로 공정거래법 및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본다.
 
Ⅲ. 경쟁 챕터의 주요 내용

1. 경쟁법 집행

가. 경쟁법 집행 절차


경쟁법 집행 절차(제16조 제1항 내지 제7항, 제5항 제외) 부분은 경쟁당국[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미국의 경우 FTC(Federal Trade Commission)]이 경쟁법을 집행할 때 양국 기업이 상대국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청문 과정에서 피심인의 진술 및 증거제출권, 상대방 증거에 대한 반론권, 증인 등에 대한 교차신문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투명성과 관련하여 경쟁법 집행의 예외사유 공개, 관련 사실 및 법적 분석에 근거한 최종 결정문의 공표를 규정하고 있다.

나. 동의의결제

'동의의결제'란 경쟁법 사건에 있어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경쟁당국이 그 시정방안의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제16.1조 제5항). 위 제도는 한·미 FTA의 이행입법 중 하나로 2011년 11월 22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와 별개로 2005년부터 공정위에서 공정거래 관련 선진화와 기업환경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도입을 검토해오고 있었다.
위 제도는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서 공정위에 과도한 권한을 주고, 국내법체계에 이질적이라는 비판이 있는 한편, 경쟁법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고, 기업의 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동의의결제는 공정거래법에 새로 도입된 제도로서 향후 공정위 법집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따로 다른 지면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2. 지정 독점·공기업 의무

가. 정의


'지정 독점(designated monopoly)'이란, 당사국 영역의 관련시장에서 정부에 의해 상품·서비스의 유일한 공급자 또는 구매자로 지정된 기관을 말한다. 법적으로 독점적 지위가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산업 또는 사업 특성상 자연적으로 독점상태가 된 것을 일컫는 '자연독점(natural monopoly)'과는 구별된다. 우리 정부가 민간 독점기업을 지정한 예로는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에 따라 시행한 항공우주산업 특별사업자제도를 들 수 있다. 즉, 민간에서 충분히 담당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하여 정부에서 관련법 등을 제정하여 민간에게 독점적으로 사업 권한을 수여하는 것을 말한다.

'공기업(state enterprise)'이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소유 또는 소유권익(ownership interest)을 통하여 통제하는 기관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전부 또는 상당부분 출자하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나. 내용

한·미 FTA는 독점·공기업을 설립하고 기존의 독점·공기업을 유지할 수 있음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제16.2조 제2항). 즉, 경쟁 챕터에서 독점을 해소하거나 공기업을 민영화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지정독점·공기업을 통해 정부가 협정상의 의무를 회피하거나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일정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1) 지정 독점 및 공기업에 공히 적용되는 의무

지정 독점 또는 공기업은 위임받은 정부권한 행사시 협정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제16.2조 제1항 제가호 및 제16.3조 제1항 제가호). 즉, 정부권한을 위임받아 그 권한을 대행하는 경우, 독점·공기업도 정부와 동일하게 FTA상 의무에 합치되게 그 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

또, 지정 독점의 경우는 독점 상품·서비스를 구매·판매시, 공기업의 경우는 자신의 상품·서비스를 판매 시, 상대국의 상품·서비스·투자에 대하여 가격, 제공조건 등에 있어 차별적 대우를 해서는 안된다(제16.2조 제1항 제다호 및 제16.3조 제1항 제나호). 따라서 지정 독점의 경우 자신이 독점으로 지정된 상품·서비스에 한해서만 비차별대우 준수 의무가 있다.

(2) 지정 독점에만 적용되는 의무

지정 독점은 상업적 고려에 따라 활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제16.2조 제1항 제나호). '상업적 고려에 따라'라 함은 관련 영업 또는 산업에서 민간소유 기업의 통상적인 영업 관행에 합치하는 것을 말한다(제16.9조). 그러나 정부가 독점으로 지정한 운영요건·조건에 따르기 위한 경우에는 상업적 고려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중요한 예외를 규정하여 정부의 지정독점을 통한 공공정책 수행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지정 독점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반경쟁적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제16.2조 제1항 제라호).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비독점시장에서 반경쟁적 행위를 하여 상대국의 투자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3. 소비자 보호

한·미 FTA는 국경 간 소비자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소비자관련 협력조항을 도입하여 국내 소비자정책의 선진화 계기를 마련하고, 교역과정에서의 소비자 분쟁 피해구제를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담당기관(우리나라 기획재정부, 공정위)간 소비자문제에 관한 협력을 공조하고, 소비자보호법규 집행상 상호 협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정책대화, 법령 제정 및 운영관련정보 교환, 사기·기만적 상거래 행위 대응을 위한 협력 강화, 국경간 중대한 소비자보호법규 위반사건 경감방안 협의와 같은 세부적인 협력 강화방안을 마련을 규정하고 있다(제16.6조 제2항).

Ⅳ. 공정거래법 및 정책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집행방향

1. 경쟁법 집행

가. 역외적용(extraterritorial application)의 확대 및 경쟁법의 국제적 수렴 현상


한·미 FTA 발효로 인하여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역외적용이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기업에 대한 경쟁법 집행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그동안 국제카르텔에 대한 역외적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지만, 앞으로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기업결합 사안 등에 이르기까지 역외적용이 확대될 것이다.

역외적용이 확대될 경우 양국의 경쟁정책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법을 국제적 기준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기업결합은 전 세계의 수많은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므로 기업결합 심사의 절차나 심사기준이 통일된다면 기업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유형이 불공정거래행위와 상당부분 중복됨에도 불구하고 상호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법률, 시행령, 고시 등에 규정이 산재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는 규정을 단순화하고 행위유형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 절차적 투명성 향상

한·미 FTA로 인하여 경쟁법 집행의 절차적 투명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 챕터 중 집행에 관한 부분은 한·미 FTA 분쟁해결절차의 대상이 아니다(제16.8조). 그러나 상대국이 특정한 문제를 제기할 경우 당사국은 충분하고 호의적인 고려(full and sympathetic consideration)를 해야 한다(제16.7조).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미국이 국내사건에 관심을 표명할 경우 공정위는 이를 충분히 고려하고 그 결과를 미국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었다. 실체법적이나 절차법적으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고 외국 사업자들까지 충분히 승복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비단 FTA 때문이 아니더라도 경쟁법 집행절차는 법원절차에 상응하는 투명한 절차적 보장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공정거래법 제55조는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의 소의 전속관할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함으로써 공정위 심결을 1심 법원 판결에 갈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위의 집행절차에는 다른 행정기관의 집행절차 보다 높은 절차적 투명성과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이 요구된다. 그 일환으로 공정위 사건처리절차규칙에 규정된 사항들을 법 또는 시행령으로 격상하고, 피심인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절차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2. 지정 독점·공기업 의무

가. 협정절차와 국내절차의 우선순위 검토


경쟁 챕터 중 집행 관련 부분 외에는 FTA 분쟁해결절차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경쟁 챕터에서 국내절차와 협정절차의 우선순위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독점 사업자나 공기업이 협정상 의무를 위반할 경우 미국은 FTA에 준비된 분쟁해결절차를 취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일 협정절차에 의할 경우 공정거래법 또는 공정위 권위가 훼손될 여지가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나. 지정 독점·공기업의 거래관행 검토

지정 독점 사업자는 지정 독점 이외의 분야에서는 상업적 고려에 따라 활동해야 하므로, 그동안의 거래관행이 경쟁법적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할 필고가 있다. 물론 공정위가 이전부터 독점사업자에 대하여 법집행을 활발히 해왔지만, 이는 사경제의 주체로 행하는 행위에 국한된 것이었다. 협정상 의무는 국가에 대한 의무사항이므로, 국내 절차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3. 소비자 보호

한·미 FTA로 인하여 독과점이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함으로써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후생이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관세 인하 등으로 인한 소비자 가격 하락 등 FTA로 인한 직접적인 소비자 이익 증진효과도 예상된다.

공정위도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를 제정하고 2012. 7. 1.부터 시행예정이다. 이로 인하여 방문판매법, 표시광고법 등 기존의 법규로는 규율되지 않던 소비자 피해가 구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본적인 행위유형이나 위법성 판단의 기본원칙까지 고시에 위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기본적인 행위유형 및 위법성 판단의 기본원칙은 해당 법령에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정위의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은 위법성 판단시 거래상대방이 소비자인 경우와 사업자인 경우를 구별하고 있지 않으나, '사업자 대 소비자'의 관계에서는 그 위법성 판단기준을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
 
Ⅳ. 결론

한·미 FTA로 인하여 개방과 경쟁의 시대가 본격화되었고 경쟁력 확보가 지속성장을 위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장여건 조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공정위는 산업전반에 경쟁원리를 보다 확산시키는 경쟁주창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의료·방송·문화 등 개방이나 경쟁과는 무관하다고 인식되어 오던 규제산업이나 공공부문의 경쟁압력 제고도 예상된다. 따라서 공정위는 주요 산업별로 시장구조나 관행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발굴하고 이들 분야에서의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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