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연구논단

수용보상금 증감소송에서 입증책임에 관한 小考

곽동효 변호사(법무법인 우면)

Ⅰ. 수용보상금증감소송의 입법취지

1. 1990. 4. 7. 이전

수용재결에 정한 보상금에 불복이 있는 자는 수용자체의 위법을 이유로 불복하는  사건과 마찬가지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이하 '중토위'로 약칭한다)의 이의재결을 거쳐 중토위를 상대로 이의재결의 취소를 청구하여 권리구제를 받아왔다.

2. 1990. 4. 7. 법률 제4231호 '토지수용법' 제75조의2 제2항에 보상금증감소송을 신설

제75조의2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의 효력)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제기하고자 하는 행정소송이 보상금의 증감에 관한 소송인 때에는, 당해 소송을 제기하는 자가 토지소유자 또는 관계인인 경우에는 재결청 외에 기업자를, 기업자인 경우에는 재결청 외에 토지소유자 또는 관계인을 각각 피고로 한다.

<입법취지>
종래 중토위의 이의재결에 대한 취소소송의 심리 후 법원으로서는 이의재결에서 정한 보상액 산정방법과 기준이 잘못된 경우에도 정당보상액을 심리 확정하지 아니한 채 그냥 이의재결을 취소하고, 중토위는 다시 이의재결을 하게 되어 이에 불복이 있으면 재차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됨으로써 그 비용이 추가되고 보상금의 수령이 지연되는 등 불이익이 있었다. 이에 보상금에 관한 다툼은 피수용자가 직접 기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는 한편 법원은 적법한 보상금 산정방법 및 원칙에 따라 정당한 보상금을 산출한 다음 기업자에게 그 지급을 명함으로써 분쟁을 조속히 종결시키고자 하였다.

3. 2002. 2. 4. 법률 제6656호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보상에 관한법률' 제85조 제2항에 보상금증감소송의 당사자에서  재결청을 제외함

<입법취지>
위 제2항은 보상금의 증감에 관한 소의 당사자를 사업시행자 또는 토지소유자 등으로 하고 당사자로 삼을 필요가 없는 재결청을 당사자에서 제외시켰다.

Ⅱ. 보상금증감소송의 성질에 관한 항고소송설·당사자소송설의 견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2항에서 '보상금증감에 관한 소송'을 규정한 후에 위 규정을 전형적인 형식적 당사자소송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등 개별법상 "형식적 당사자소송"에 관한 규정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Ⅲ. 보상금 증액사건의 입증책임 소재에 관한 판례의 검토

1.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2255 판결

"토지수용법 제75조의2 제2항 소정의 손실보상금 증액청구의 소에 있어서 그 이의재결에서 정한 손실보상금액보다 정당한 손실보상금액이 더 많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할 것이고, 위 보상금증액소송은 재결청과 기업자를 공동피고로 하는 필요적 공동소송으로 그 공동피고 사이에 소송의 승패를 합일적으로 확정하여야 하므로 비록 이의재결이 그 감정평가의 위법으로 위법한 경우라도 그 점만으로 위와 같은 입증책임의 소재를 달리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2. 타당성의 검토

보상금 산정이 위법하게 되었으면 정당한 보상금의 입증책임은 종래 사업시행자에게 있다고 해석하여 왔다.
사업시행자와 감정평가사가 현황조사와 감정평가를 적법하게 하였더라면 피수용자가 보상금을 제대로 받았을 것인데, 그들이 업무를 소홀히 한 탓으로 오히려 수용으로 특별한 희생을 당하는 피수용자가 보상금 증액사유를 입증하여야 한다는 결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Ⅳ.보상금 증액사건의 입증책임에 관한 고찰

1. 소송의 형식이 달라져도 입증책임부담자는 변동이 없다.

앞서 입법의 경위 및 취지에서 보았듯이, 보상금증감소송은 수용재결 중의 보상금결정 부분이 이의재결의 취소라는 하나의 항고소송에서 독립하여 분리된 것이다.
국민의 재산권을 더 보호하기 위하여 보상금 증감소송을 신설하였는데 이제까지 중토위나 사업시행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하여 오던 것을 판례나 이론처럼 공용수용을 당한 국민에게 부담시키도록 해석하는 것은 입법 당시에 예견하지 못한 해석이다.
보상금의 증액소송에서 보상금 산정방법의 위법성을 피수용자가 주장하면(주장책임), 사업시행자가 재결에서의 보상금산정이 적법함을 입증하여야 한다. 당사자의 신청 또는 법원의 직권으로 재감정을 하거나 감정인에게 사실조회를 하거나 제출된 자료에 의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산정하는 등 적법한 방법으로 적정한 보상가를 산정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보상금 증감소송이 신설되기 전에는 법원에서 보상금 산정방법이 위법하다는 사유로 이의재결을 취소하면, 중토위에서 다시 심리하여 사업시행자가 새로 보상금을 산정하여 2차의 이의재결을 하였다.
보상금증감소송에서 재결에서 결정한 보상금이 적정한 금액이라는 점은 사업시행자에게 입증책임이 있고, 1차 보상금의 산정에 위법이 있어 2차로 보상금을 산정하여야 하는 경우에 이를 입증하는 것도  동일 분쟁에서의 입증책임의 한 내용에 불과한 것이므로 사업시행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사업시행자의 입증 소홀의 방치 및 그 폐해

위 판례를 아는 사업시행자는 정당한 보상금을 제대로 산정하려면 업무가 증가하고 위법한 평가를 바로잡아서 증액된 금액만큼 사업비가 늘어나는 데에 비하여, 위법하게 평가한 후 위법을 바로잡을 산정금액과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면 피수용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면 사업시행자 측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불문가지이다. 사업시행자가 의도적으로 증거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에 사용을 방해한 때의 효과를 주장·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3. 수용절차상 법의 지배를 확보할 필요성

사업시행자나 그 직원 그리고 업무관련 전문가들이 자기의 업무에 대하여 독립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고 한편으로는 판결로서 위법한 업무관행을 적시에 지적·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증책임이 사업시행자에게 있다는 판례가 확립되면, 감정평가사나 사업시행자의 직원이 정당하게 현황조사 및 감정하고 현황조사서와 감정평가서를 적법하게 작성하여 증거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Ⅴ. 보상금증감소송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의 차이점

일부 학설은 토지수용법 제75조의2 소송의 구조와 성질을 논함에 있어서 보상금 증감소송은 "그 분쟁의 실질이 종국적으로 손실보상액의 적정에 귀착되는 점…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다를 것이 없으므로… 원고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양자의 실질이 과연 다른 점이 없는지 살펴본다. 

① 분쟁의 발생원인이 다르고, 증거의 생산과정도 다르다.
전자는 불법행위로 발생한 것이나, 후자는 공용수용의 적법행위로 발생한 것이다.
후자는 행정청이나 사업시행자가 수용에 이르기 전부터 전문가인 직원 등이 직접 현장에 출장하여 측량·현황·지장물 조사를 하고, 재현할 수 있도록 기록·촬영하는 등 증거를 채집하여 둔다.

또 협의나 재결의 단계마다 사업시행자는 소속 전문가로 하여금 감정평가사가 제출한 감정평가서를 검토하여 평가항목의 적정성, 평가기준의 합리성, 증거 수집상태, 지역요인 및 개별요인의 참작 여부 및 비율을 확인하며, 법령과 감정평가협회 등의 감정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서 가격산정이 정당한지를 검증한다. 실제 분쟁이 어디에서 발생하며 이를 예방하고 피수용자를 설득하려면 어떠한 자료를 수집하고 효율적으로 보관하여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지를 통달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② 증거를 보관할 의무가 있는지가 다르다.
전자는 증거를 남기는 것이 있으나 행위자에게 보관의무가 있는 것이 아님에 반하여, 후자는 자기 행위나 판단의 적법·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증거를 명확히 남기면서 작업하고 그렇게 만든 증거물과 이를 이용하여 판단한 감정평가서를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감정평가서의 원본은 그 교부일부터 10년 이상, 그 관련서류는 5년 이상 보관하여야 한다. 위 기간이 종료되어도 증거를 분쟁종료시까지 보관한다.

③ 증거는 피해자·피수용자 측에도 공유되는 것인지가 다르다.
전자의 증거는 피해자에게 제공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후자의 증거는 모두 피수용자에게도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는 적어도 피수용자가 요청하는 물건의 수용과 관련된 보관  자료를 전부 제공한다. 그래야만 피수용자가 자신의 재산이 적법하게 수용되고 또 정당한 보상금을 받는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④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강제력이 부여되는지에 차이가 있다.
후자의 증거는 적법행위일 뿐 아니라 공익을 위하여 강제수용을 하고, 그 준비단계에서부터 수용을 진행하는 단계까지 현장조사를 하는 데에 출입을 허가하고, 측량 또는 조사를 함에 있어서 장해물의 제거 등을 할 수 있으며, 정당한 출입·측량 또는 조사하는 행위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Ⅵ.보상금증감소송은 수용재결중의 보상금결정에 관한 분쟁이다. 

일부 학설은 사인간의 권리관계를 형성하는 행정처분의 내용의 일부에 관하여 불복이 있는 개인이 처분청을 상대하지 아니하고 상대방 개인을 상대로 하여 처분에 의하여 형성된 권리의무를 다투는 소송이므로, 그것은 행정처분의 내용을 다투는 것이지만 분쟁의 실체가 당사자 간의 재산상의 다툼에 관한 것으로서 공익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처분청을 피고로 하기 보다는 직접의 이해 당사자인 당해 법률관계의 상대방을 당사자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당사자소송을 인정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행정처분의 내용을 다투는 소송은 행정소송이고 행정처분의 일부내용에 관한 분쟁을 행정청을 당사자로 하지 않고 권리의무가 귀속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제소하게 하는 것은 행정의 편의를 위하여 또는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입법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보상금 증감소송의 당사자를 재결청에서 사업시행자로 바꾼 이유는 절차의 간소화, 쟁송기간의 단축으로 재결취소 소송보다 국민의 이익을 더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공익을 일층 더 고려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Ⅶ. 마치며

보상금 증감소송에서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는 견해는 위 소송이 당사자소송의 형식을 가지고 있음을 치중한 데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다.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5두16185 전원합의체 판결(민주화운동관련자불인정처분취소사건) 중 "어떠한 소송의 형태가 국민들의 권익침해 해소에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비롯하여 위에서 본 행정소송법의 목적 및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는 판시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