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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다이아몬드 펀드 사례를 통해 본 키코 상품구조의 불공정 여부 검토

김학민 변호사(서울회)

1. 들어가며

최근 법원은 키코 상품에 관한 소송에서 불공정 계약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통하여 기업에 패소판결을 내렸으나, 이에 반하여 스노볼 상품에 대하여는 키코 보다 위험성이 훨씬 크다고 판단해 금융사의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이 글은 과연 키코 상품구조가 불공정한 구조가 아닌지 여부를 기존의 사례들을 통하여 검토함을 목적으로 하며, 우리나라에서 1998년 발생하였던 다이아몬드 펀드 사례 및 미국의 뱅커스 트러스트 사례들이 이미 키코 재판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키코 상품의 기본적인 구조들

KIKO 통화옵션계약의 구조는 개별적 교섭에 의하여 결정된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결부되어 계약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수원지방법원 2011년 1월 14일 선고 2009가합3756 판결에서는,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의하여 보충되지 않은 계약구조에 관한 조항만으로는 계약 내용에 편입할 수 없으므로, 계약구조에 관한 부분만을 약관에 해당한다고 하기는 어려운 점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통화옵션 계약의 구체적인 계약조건 및 계약구조 등 기본적인 내용이 약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KIKO 통화옵션계약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년 4월 24일자 2009카합393결정 등에서 파악한 바와 같이 '① 환율하락에 따른 은행들의 손실은 제한된 반면, 환율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손실은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 ② 각 계약은 은행들이 취득하는 옵션의 이론가를 기업들이 취득하는 옵션의 이론가에 비해 크게 설계하여 그 차액 상당을 은행들이 마진으로 수취하는 구조로 되어 있음에도 마치 옵션거래의 대가 지급은 전혀 없는 것 같은 외관으로 되어 있는 점 ③ 시장환율이 일정 환율(넉아웃환율) 아래로 하락하는 경우 기업들이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환위험 회피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점' 등의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이러한 특성들이 기본적인 구조를 이루게 됩니다.  

우리나라 법원의 각 판결에서는 KIKO 통화옵션계약 구조에 대하여 공정하다고 판단하였으나(엥글 교수의 주장과는 다른 판단이었습니다), 다이아몬드 펀드 사례 등의 검토를 통하여 위 판단이 타당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3. 다이아몬드 펀드 사례에 대한 검토

가. 다이아몬드 펀드는, 1997년 2월 SK증권 등이 조세회피지역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한 역외펀드입니다. 이들 회사들은 출자금으로 3400만 달러를 조성하면서 JP Morgan의 자회사인 Morgan Guaranty Trust of New York과 신용파생상품의 일종인 총수익스왑(Total Return Swap : 이하 'TRS') 거래를 통해 5300만 달러를 차입하였는데, 위 펀드는 총 자금 8700만 달러를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바트화 등 동남아시아 통화에 연계된 채권에 투자하였다가 루피아화 등의 폭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당하였습니다.

애초 외국계 투자은행인 Lehman Brothers가 SK증권을 통하여 국내 기관투자자에게 엔화자금조달-바트화 해지구조가 포함된 채권을 소개하였는데, SK증권을 포함한 국내금융기관들은 자금조달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한 JP Morgan에게 엔화자금조달-바트화 해지구조를 사용한 상품개발을 의뢰하였습니다.

JP Morgan의 상품이 Lehman Brothers의 그것과 구별되는 점은, JP Morgan이 다이아몬드 펀드의 주식을 매입하지만 TRS 계약을 통해 그 위험을 다이아몬드 펀드에게 전가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다이아몬드 펀드의 입장에서는 주식을 팔았지만 실제로는 자금을 차입한 것과 같았고, JP Morgan의 입장에서는 투자를 하였지만 그 효과는 일정 원금을 보장받는 대출과 동일하였습니다.

당시 JP Morgan은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바트화, 루피아화 등에 대해 높은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자신의 포지션을 전통적인 헤지방법이 아니더라도 다이아몬드 펀드를 통하여 효율적으로 헤지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나. 위 투자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물환 구조의 비대칭적인 구조에 있었습니다. 바트화가 절상되면 다이아몬드 펀드가 이익을 보고, JP Morgan이 손실을 보는 구조(그 반대도 성립합니다)이지만, 다이아몬드 펀드가 이익을 보는 경우에는 캡이 씌워져 있어서 JP Morgan의 손실액은 5300만 달러로 제한되었으나, 그 반대의 경우인 바트화의 가치하락시 다이아몬드 펀드의 손실규모에는 제한이 없었습니다.

 위 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TRS 계약에 포함된 선물환계약의 비대칭성에 대한 한국 금융기관들의 거래상대방으로서의 능력과 정보의 불균형, 외국 투자은행의 중요정보 고지의무 위반에 기인하였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외국계 투자은행의 위험은 일정 규모로 제한시키고 상대방의 손실규모를 무제한으로 만든 구조는 장외파생상품{표준적인 거래소가 아닌 장외(OTC : over the counter)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선도, 옵션, 스왑 등의 장외 파생금융상품을 말합니다} 거래관행상 지극히 기형적인 구조인데, 장외파생상품 거래에서 비대칭적 구조는 거래 일방에 엄청난 손실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 1997년 동남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하여 다이아몬드 펀드는, 엔화가 평가절하되어 이로부터는 미미한 수준의 이익을 얻었으나, 바트화의 평가절하의 폭이 깊어 약 1억 3000만 달러의 손해가 발생하였고, 루피아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로 약 7590만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SK증권은 1998년 2월경 서울지방법원에 1억 8900만 달러 채무이행을 금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여 인용결정을 받았고, JP Morgan에 대하여 본안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소송 중에 쌍방이 합의를 하였는데, 그 합의의 내용은 JP Morgan이 1999년 10월 이루어진 SK증권의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4. 미국에서의 Bankers Trust 사건에 대한 검토

가. Bankers Trust는 1965년 뉴욕에서 설립된 법인으로, 주로 은행과 기타 금융기관들을 흡수하면서 성장하였습니다. Bankers Trust(이하 'BT')가 설계한 파생금융상품들 중에는 미용용품, 영아용품, 식료품업계에 종사하는 기업인 Procter & Gamble(이하 'P&G')과 체결한 이자율스왑계약, 카드, 포장지 제조업체인 Gibson Greetings(이하 'Greetings')와 체결한 이자율스왑계약 등이 있었습니다.

(1) BT가 설계한 파생금융상품을 구매한 P&G는 1994년 10월 이후 BT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면서 첫째, 스프레드(=투자수익률 - 대출이자) 결정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스프레드 결정식이 스왑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았다면 스왑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둘째, 계약체결 당시 설명받은 스프레드 계산방식과 실제로 사용된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사기행위(fraud and misrepresentation)라고 주장하며 1억 9500만 달러를 변상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위 소송은 양사의 합의로 종료되었는데, P&G가 BT에게 지불해야 하는 1억 600만 달러 중 3500만 달러만 지불하는 내용이었습니다.

(2) Greetings는 1994년 BT가 스왑계약에 내재된 위험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스왑으로 인한 예상손실금액을 고의적으로 적게 보고했다는 명목으로 B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BT의 파생금융상품 담당자가 고의적으로 자사 컴퓨터 모델을 통해 산정된 스왑의 예상손실금액을 Greetings에게 50% 이상 과소하게 설명한 것이 확인되어, Greetings가 스왑으로 인한 실제 손실규모를 파악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이자율스왑을 매입, 약 29개의 스왑계약을 체결하게 된 점이 밝혀졌습니다.
Greetings는 1994년 11월 손실금액 2000만 달러 중 600만 달러만을 지불하는 내용의 승소를 했습니다.
나. 미국 SEC는 1994년 12월 BT가 Greetings에게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행위에는 연방증권법상 사기금지조항 등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여 1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였고, Greetings 사건을 계기로 파생금융상품 판매자는 상품이 포함하고 있는 위험과 수익에 대한 철저한 확인절차를 거쳐야 하며, 파생금융상품 구매자는 파생금융상품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구매자의 포지션과 파생금융상품의 특성이 일치하는지에 관한 suitability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결어

이상의 국내외 사례들을 종합하면, 첫째, 파생금융상품 판매자들은 구매자들에게 각 파생금융상품의 구조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이는 위 BT 사례에서 SEC가 이미 밝힌 바이며,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정도 통화옵션계약의 기본구조, 통화옵션계약에 의하여 회피되는 환위험의 범위, 기업이 계약 체결로 인하여 새롭게 부담하게 되는 위험의 발생가능성 및 정도, 계약관계에서 탈퇴하는 방법, 옵션에 관한 가격정보 등에 관하여 설명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국내금융기관들이 파생금융상품의 구매자들에게 그들이 장차 보유하게 될 외화금액보다 더 많은 콜옵션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오버헤지(over-hedge)의 경우는, 구매자들의 포지션을 감안할 때 적합성의 원칙에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위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정도 '구체적으로 은행은 기업에게, 은행이 갖는 콜옵션의 최대 계약금액이 기업의 평균적인 외화 순유입액(외화수입액 - 외화지출액) 또는 기업이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않도록 제안하여야 하고, 기업이 자신의 외화수급 현황을 예측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계약기간을 제안하여야 하며, 계약의 구조 자체에서 환투기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환위험 회피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제안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레버리지 효과가 더 큰 장외파생상품에서는 더 높은 보호의무가 요구됨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금융감독당국의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등에서 수출입기업들이 헤지할 수 있는 포지션의 범위를 상세히 규율하지는 않았으나, 각 구매자들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포지션을 초과하는 투기적인 헤지를 권유하는 것은 부적당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상과 같이 적합성의 원칙을 강화하는 것과 병행하여, 파생금융상품에서 무제한적인 손실이 발생하는 비대칭적 구조는 기본적으로 불공정한 것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정 등에서는 '이 사건 각 계약의 구조는, 신청인과 피신청인들에게 이론적으로 발생 가능한 모든 손익을 대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율변동의 확률적 분포를 고려하여 양자의 기대이익을 대등하게 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국제적 투자은행들은 환율 등에서 자신들에게 무제한적인 이득이 발생하는, 거래상대방에게 이득이 발생하는 쪽과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이득을 창출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 펀드의 파생상품 거래손실에 관한 많은 사례분석 연구들에서 그 거래조건의 현재가치 분석 등이 금융공학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키코 통화옵션계약에서도 많은 가치분석(Valuation)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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