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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유류분제도 시행 전에 증여된 재산도 유류분반환의 대상인가?

이충상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 심리불속행에 의하지 않은 대법원판결의 조속한 선고를 바라며

1. 문제의 소재

유류분제도는 1979. 1. 1.부터 시행되었는바(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공포된 민법의 부칙 제1항), 증여는 그 시행 전에 되었는데 상속개시는 그 시행 후에 된 경우 위 증여재산도 유류분반환의 대상인가? 긍정설을 취하면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침해가 아닌가?

실제로 아버지가 1960년대나 1970년대에 아들(주로 장남)에게 재산의 일부를 증여하고 1980년대 이후 사망하여(즉 상속개시되어) 유류분반환청구된 사례들이 있는데 위 쟁점에 관하여 하급심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데 하급심이 긍정을 한 경우든 부정을 한 경우든 대법원은 상고기각만 하였고, 그나마 대부분 심리불속행이어서 실질적 이유의 기재가 없었으므로 위 쟁점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대법원판례가 없는 셈이다. 위 쟁점에 관한 논문도 보이지 않는다.

대법원판례가 없기 때문에 유류분제도 시행 전에 증여된 재산에 관하여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의 제기와 상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위 쟁점에 관하여 항소심에서 긍정을 한 사건과 부정을 한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동시에 계류중이므로 실질적 이유를 기재한 대법원판결의 조속한 선고를 간청하고, 실무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2. 위 쟁점에 관한 판례

유류분제도 시행 전에 증여된 재산까지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수증자의 재산을 소급입법에 의하여 침해하는 결과를 낳으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항소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불속행에 의하여 기각한 대법원 2005. 12. 9.자 2005다52023 판결, 2007. 3. 15.자 2006다79834 판결이 있다(심리불속행 판결은 법원의 외부에서 알 수 없는데 하급심판결의 각주를 보고 알게 되었다).

반면에, 유류분제도 시행 전에 증여된 재산에 대해서 반환을 명한 원심판결을 유지한 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이 있지만, 이 사건에서는 유류분제도 시행 전에 증여된 재산은 반환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어떤 심급에서도 없었다.

3. 위 민법의 부칙 제2항에 비추어

위 민법(1979. 1. 1.부터 시행된 개정민법)의 부칙 제2항은 "이 법은 종전의 법률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민법 시행 전에 증여계약을 하고 그 이행(부동산의 경우에 등기)이 완료되었으면 증여의 효력이 이미 생긴 것이므로 위 민법은 그 효력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만, 위 증여의 효력이 종전의 법률에 의하여 생긴 효력인지 의문이 아주 없지는 않다. 

4. 헌법재판소 판례 :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구별

헌법 제13조 제2항("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소급입법을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나누어, 새로운 입법으로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에 작용케 하는 진정소급입법은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에 작용케 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의 요청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형성권에 제한을 가한다고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8. 11. 26. 선고 97헌바58 결정 등). 이러한 법리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례와 같다.

5. 긍정설을 취하면 유류분조항이 진정소급입법으로서 위헌으로 됨

유류분제도 시행 전에 증여계약을 하고 그 이행까지 완료하여 수증자의 소유로 되어버린 재산을 그 후의 개정법에 의하여 유류분반환대상으로 보는 것은 위 헌법재판소 판례의 "새로운 입법으로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에 작용케 하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다만, 유류분제도 시행 전에 증여계약을 하고 유류분제도 시행 후에 그 이행을 한 경우에 대하여 유류분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여지가 많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법률조항은 가급적 합헌이 되는 쪽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도, 위 쟁점에 관하여 긍정설을 취하면 유류분조항이 위헌으로 되어 버리므로 긍정설을 취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과거에 유류분제도가 없었는데 졸속으로 민법을 개정하여 유류분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에 비추어 보아도 긍정설은 타당하지 않다. 유류분제도가 전혀 없는 시점에 증여를 받은 사람에게 장래에 유류분제도가 도입되어 '이미 뱃속에 넣어 소화까지 다 시킨 재산(수증재산을 처분하여 사용한 경우)'에 대하여 반환청구되는 것을 예상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친일행위로 재산을 취득한 자는 나중에 환수당할 가능성도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과 대조됨). 반면에, 부정설을 취할 경우 증여나 상속을 적게 받은 상속인의 정당한 신뢰나 기대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수증자의 신뢰 보호보다 훨씬 중요한 공공복리를 위하여 긍정설을 취해야 할 간절한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에 있어서 유류분의 기능이 약화된 것에 비추어 보아도 유류분조항을 굳이 소급적용하는 것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독일민법 시행시(1900년)에 44세이던 독일인의 평균수명이 요즘에는 약 80세로 되어 피상속인 사망시에 미성년의 子는 없고 子가 통상 40대 내지 50대의 연령으로서 이미 독립생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유류분이 子의 생활보장을 하는 기능이 약해졌다고 하며, 이것은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그리고 사회보장의 발달 때문에도 '상속인의 노두방황의 방지'라는 유류분의 기능이 약해졌다. 나아가, 이미 30년 이상 전에 피상속인이 학교나 고아원에 증여한 재산을 상속인들이 넘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부정설이 타당하다(취득시효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을 무력화할 수는 없다).

6.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에 관한 대법원판결 등에 비추어

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다59125 판결은 "개정된 지방세법(1995. 12. 6. 법률 제4995호로 개정된 것)에 의하여 새로 규정된 당해세의 우선적 효력은 그 우선적 효력을 설정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에 이미 성립한 저당권이나 질권에 대해서까지 소급하여 적용될 수는 없고, 나아가 지방세법에 당해세 우선 규정이 전혀 없는 시점에 저당권을 설정받는 자에게 장래에 당해세 우선 규정이 신설될 것을 예측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으므로 저당권 설정 후 제정된 당해세 우선 규정을 그 규정 제정 전에 이미 성립한 저당권에 대해서까지 적용하는 것은 저당권자의 예측을 침해한다는 점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는 증여 완료 후의 유류분제도의 신설에 대하여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 1983. 4. 26. 선고 81누423 판결, 1993. 5. 11. 선고 92누14984 판결, 2002. 9. 24. 선고 2001두10066 판결, 헌법재판소 1995. 10. 26. 94헌바12 결정 등 여러 대법원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개정된 법률을 구법에 의하여 행하여진 법률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13조 제2항 등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7. 긍정설의 근거 : 위 민법의 부칙 제5항

긍정설은 "이 법 시행일 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이 법 시행일 후에도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위 민법의 부칙 제5항을 근거로 하여 상속개시가 유류분제도의 시행 후에 이루어졌다면 유류분제도의 시행 전에 수증한 재산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된다고 한다.

그러나 위 부칙 제5항은 "이 법 시행일 전에 개시된 상속"에 대한 규정일 뿐이고 "이 법 시행일 후에 개시된 상속"에 대한 규정이 아니므로 긍정설의 근거로 될 수 없다. 다만, 위 부칙 제5항을 반대해석하면 "이 법 시행일 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다.

8. 위 1.항의 쟁점에 관한 주장을 상고심에서 비로소 할 수 있는가?

제1, 2심에서 주장을 하지 않았어도 직권조사사항에 관한 것이면 적법한 상고이유로 될 수 있는바(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누12235 판결, 2004. 12. 24. 선고 2003두15195 판결, 2009. 10. 29. 선고 2008다37247 판결 등), 유류분제도 시행 전에 증여된 재산은 유류분반환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유류분에 관한 법률조항의 적용 여부에 관한 것으로서 직권조사사항에 관한 주장이므로 제1, 2심에서 주장을 하지 않았어도 적법한 상고이유로 된다고 할 것이다. 원래 법원은 법규의 적용을 직책으로 하는 것인 만큼 법규의 존재 여부 및 적용범위에 관하여는 당사자의 주장·입증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권으로 이를 탐지하여야 한다(대법원 1981. 2. 10. 선고 80다2189 판결). 대법원 1973. 11. 27. 선고 67사14 판결도 필자의 견해를 뒷받침하며 대법원 1968. 7. 2. 선고 67다2176 판결은 필자의 견해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9. 결론

유류분제도 시행 전(1978년말 이전)에 증여된 재산은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에 관하여 최근에도 하급심판결이 엇갈리고 있고, 긍정설도 근거가 아주 없지는 않으며, 이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이유를 기재한 대법원판결이 아직 없으므로, 심리불속행에 의하지 않은 대법원판결의 조속한 선고를 바란다. 그러한 판결이 선고되면 불필요한 제소, 응소, 상소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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