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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民法改正試案上 法人設立 등에 대한 國家介入에 관한 小考

김중권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Ⅰ. 처음에

민법개정시안이 마련되어 발표되었다. 특히 법인설립 등과 관련해선 종래 법문상의 '허가'를 '인가'로 수정하여 이른바 허가주의에서 인가주의로 대변혁이 도모되었다. 비록 민법개정이지만 허가나 인가가 대표적인 국가개입모델이라는 점에서 그 변화는 행정법적 글감이 된다. 일찍이 Kormann은 법률행위적(권리창설적) 국가행위를 논하면서, 의사표시에 대한 행정청의 동의는 인가(Genehmigung)로, 사실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동의는 許可(Erlaubnis)로 표기하자는 제안을 하였다(Ders., System der rechtsgeschaftlichen Staatsakte, 1910, S.88). 그러나 이런 제안은 독일 공법영역에선 관철되지 않았다. 가령  전혀 인가와 어울리지 않는 건축허가에 해당하는 용어가 'Baugenehmigung'이다. 반면 독일 민법에선 -비록 일관되진 않지만- 사전동의(허가)와 사후동의(인가, 추인)가 구분되고 사용되고 있다. 이런 용어상의 난맥으로 인해, 우리는 물론 독일 역시 법령상의 어떤 국가개입이 과연 실질도 그러한지가 항상 논란이 된다. 그리고 名實不副인 경우(명칭상의 법제도≠실질상의 법제도)엔 궁극적으로 실질(본질)상의 그것, 또는 강학상의 그것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同意, 許可, 特許, 認可, 例外的 承認을 -법률을 집행하든, 국가개입을 입법으로 설정하든- 그 語義에 맞춰 정립하는 것이 行政法學的 관건이다(이들의 구분에 관해선 특히 졸저,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249면 이하; 이원우, 허가·특허·예외적 승인의 법적 성질 및 구별, 행정작용법(中凡 김동희 교수정년기념논문집), 2005, 120면 이하 참조). 이에 민법의 法人論에 관한 無知로 시안을 마련하는 데 애쓰신 선생님들의 遠慮에 미치진 못하지만, 법인설립 등의 국가개입양상에 관해 순전히 行政法學的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논제에 관한 문헌으로 고상룡, 법인·시효제도 개선에 관한 민법개정안 소고, 법률신문 제3913호(2011.2.21.), 제3914호(2011.2.24.). 이 글은 기왕의 발표(행정법기본연구Ⅰ, 271면 이하, 292면 이하; 행정법기본연구Ⅲ, 2010, 96면 이하; 行政法上의 認可와 관련한 行政法도그마틱의 混亂에 관한 小考(미공간))를 바탕으로 2월에 작성이 되었음을 밝힌다).

Ⅱ. 改正試案上의 관련 規定

* 제32조(비영리법인의 설립과 인가)
①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단법인을 설립하고자 하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어 주무관청에 인가를 신청하여야 한다.
③ 주무관청은 법인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가 제1항과 제2항의 요건을 갖추어 인가를 신청하는 때에는 법인의 정관으로 정한 사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으면 인가하여야 한다.
* 제42조(사단법인의 정관의 변경)
② 정관의 변경은 주무관청의 인가를 얻지 아니하면 그 효력이 없다.
* 제46조(재단법인의 목적 등의 변경)
재단법인의 설립자나 이사는 재단법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주무관청의 인가를 얻어 설립의 취지를 참작하여 그 목적 기타 정관의 규정을 변경할 수 있다.

Ⅲ. 現行 民法 제32조상의 非營利法人設立의 許可의 法的 性格

민법학에선 '허가주의'를 법인설립에 관하여 행정청에게 자유재량이 인정된다는 의미에서, '인가주의'는 법정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법인설립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바라본다. 대법원 1996.9.10. 선고 95누18437판결이 민법 제32조상의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를 재량으로 보면서도 위법한 재량의 측면에서 사법통제의 가능성을 시인하였고, 과거 법인설립과 정관변경의 허가를 자유재량으로 구성하여 불허가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의 대상성을 부정한 대법원 1979.12.26. 선고 79누248판결과 1985.8.20. 선고 84누509판결이 대법원 1996.5.16. 선고 95누4810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해서 폐기되었다(한편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관변경의 사안이기에, 법인설립허가와 관련하여 인가주의로 바뀐 것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검토해야 할 점이 있다. 대법원 1979.12.26. 선고 79누248판결 등이 극명하게 보여주듯이, 재량 특히 자유재량과 기속재량에 관한 그릇된 이해가 문제의 根源이다. 재량성여부를 행정소송의 대상적격성(처분성여부)과 연계하지 않았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 사항이다. 거부가능성의 인정여부를 갖고서 여기서의 국가개입의 성질을 가늠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비영리법인설립에 대한 국가의 개입의 실질은 전체 법질서에서 가늠되어야 하며, 이는 민법 제31조와 관련해서 논의되어야 한다. 법인은 기본적으로 법인격을 부여하는 근거법률에 의해 성립하되, 비영리법인의 경우에는 허가를 얻어야 한다. 민법 제31조와 제32조는 법인의 법인격이 근거법률(한국은행법등)이나 행정청의 허가에서 비로소 부여됨을 규정한 것이다. 즉, 전자는 이른바 법규특허에 해당하고, 후자는 행정행위로서 설권행위인 (강학상의) 특허처분에 해당한다(동지: 森泉 章, 公益法人の設立不許可處分における主務官廳の裁量權と司法審査, 法律時報 別冊 私法判例リマ-クス No.1, 1990, 7頁).
 
Ⅳ. 改正試案上의 非營利法人設立의 認可의 法的 性格

시안은 헌법상 보장된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인가주의로 바꾸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서의 설립인가의 법적 성격이 문제된다. 행정법에서 본래적 인가는 기본행위를 완성시켜주는 보충행위이자 완성행위 즉, 追認이다. 공동적 사권형성적 행정행위에 해당하는 본래의 인가는 사적 법률행위를 완성시키는 것이어서 만약 재량을 부여하면 사적 자치를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명문으로 달리 규정하지 않는 한, 기속행위에 해당한다(통설). 이런 맥락에서 부관부가에 대해서도 反論이 있긴 하나 독일 대표적 문헌과 판례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Vgl. Kopp/Ramsauer, VwVfG §36 Rn.5; Stelkens/Bonk/Sachs, VwVfG §36 Rn.12; RGZ 126, 132, 136). 그런데 시안해설에 의하면 법인설립인가는 보충행위이자 완성행위로서의 본래적 즉, 추인적 인가가 아니라, 법인격취득의 효과를 갖는 즉, 설권행위(특허)적 인가임을 분명히 한다(민법개정안 공청회 자료집, 2010.12.21. 11면). 그런데 후자의 경우는 본래의 인가가 아니어서 -시안 제32조 제3항과 같이- 법률상 명문의 규정이 기속행위라고 표현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재량에 속한다. 따라서 본래의 인가주의도 아닌 인가주의를 도입하여 재량여지를 배제하려는 시도 자체는 행정법학적 관점에선 의문을 낳는다. 종래 기속행위/재량행위적 이해의 틀로 바라보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런데 비록 법인설립에 인가란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그곳에서의 인가와 -후술할- 정관변경 등에서의 인가는 그 본질이 다름을 유의하여야 한다. 일찍부터 필자가 주장하여 왔듯이, 판례는 근자에 행정청의 재개발조합설립인가처분은 공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9.24. 자 2009마168·169결정 등). 종래 그것을 보충행위로 접근한 태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여기서 인가란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다면 쉽게 그 틀에서 벗어났을 것인데, 명칭에 사로잡힌 나머지 오랫동안 불필요한 상황이 빚어졌다. 이 점에서 시안상의 법인설립인가의 용어가 과연 적절한지 숙고가 필요하다(독일의 경우 과거 재단법인설립에서의 인가에 대해서 그 실질을 법인격을 창설(부여)하는 것으로 보았거니와 현재에는 인가대신에 좀 더 친근한 용어인 승인(Anerkennung)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추인으로서의 인가란 용어로부터 비롯된 오해를 불식시켰다. 물론 여기서의 승인은 종래의 인가와 다를 바 없이 -법인설립행위와 독립되게- 법인격을 바로 창설하는 효과를 지닌 사권형성적 행정행위이다. Vgl. Bamberger/Roth, BGB Bd.1, 2007,  §80 Rn.41. 이는 특허처분(설권행위)이다).

Ⅴ. 改正試案상의 法人設立이후 定款變更 등에서의 認可의 法的 性格

대법원 1996.5.16. 선고 95누4810전원합의체판결은, 제45조, 제46조의 재단법인의 정관변경허가에 대해서 표현 그대로 허가로 보았던 종전의 입장(대법원 1979.12.26. 선고 79누248판결과 1985.8.20. 선고 84누509판결 등)을 바꿔 그것의 실질이 보충행위로서의 인가임을 판시하였다. 이 같은 입장의 변경으로 말미암아, -허가는 자유재량, 인가는 기속재량, 자유재량은 행정소송의 비대상이라는- 기왕의 틀을 문언에 좇아 그대로 대입함으로써 빚어진 부적절함이 저지되었다. 그런데 -인가의 인정근거규정인 현행 민법 제42조 제2항의 존재를 떠나서- 현행 민법 제42조, 제45조 등의 허가를 보충행위인 인가차원에서 자리매김하여야 할 근거는 바로 제32조에 의해 이미 법인격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본시 허가란 사전적 통제이고, 인가는 추인적 성격을 가짐을 생각할 때, 이미 특허(설권행위)를 받음으로써 사전에 용인된 정관을 변경할 때 또다시 사전통제장치인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을 뿐더러, 사적자치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물론 현행 민법 제42조 제2항이 여기서의 허가가 추인에 해당함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시안이 허가를 대신하여 인가를 사용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시안 제46조의 경우엔 사정이 약간 다르다. 물론 해석을 통해 추인(본래의 인가)으로 나름대로 접근할 수 있긴 하나, 문언상으로 인가가 사전적으로 요구된다(한편 역설적으로 현행 민법은 허가란 용어를 사용하기에 사전적 통제의 표현양식에는 부합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 정관변경에는 인가를 필요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민법 제33조 제2항) 상황을 간명하게 만들었다). 여기서의 인가는 사후승인에 해당하는 본래의 인가와는 다소간 거리가 있다. 필자는 이런 인가를 不眞正認可로 설정하였는데, 그것의 도그마틱적 정당성은 특히 부관부가에서 認可論과 相符하지 않는 기왕의 판례나 법상황을 가능한 결정적인 모순 없이 認可論의 차원에서 전개할 수 있게 함에 있다. 물론 '부진정 인가'와 같은 인가·허가(특허)의 혼합물이 과연 국가개입의 메커니즘의 체계에서 바람직한지 여부와 관련해서 입법적, 입법기술적 고민은 필요하다.

Ⅵ. 맺으면서-논란의 초기조건에 관한 성찰

일본 我妻 榮 교수의 民法總則(民法講義Ⅰ, 1959)에선, 우리의 문헌과 동일하게 법인설립상의 허가주의, 인가주의, 준칙주의, 특허주의, 강제주의를 기술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공익사단법인의 설립에 요구되는 행정관청의 허가는 "자유재량"이며, "거절당한 경우라도 다툴 방도가 없다"(拒絶されても爭ら途 はない)는 기술이다(128頁). 어쩌면 이것이 오늘날 논란의 근본원인이자 초기조건이라 여겨진다. 초기조건을 성찰하였더라면 지금과 다른 논의가 전개되었을 것이다. 법학내의 학제적 연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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