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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투자자의 이익 수호자로서의 금융감독기관

이지은 변호사(수협은행 해양투자금융부)

- 미국 SEC에서의 법률가의 역할과 한국의 관련기관 개혁을 위한 제언

1. 서론

"We are the Investor's Advocate." 1937~1939년 미국연방증권거래위원회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의 위원장이었던 William O. Douglas의 선언이다. 우리도 투자자의 이익을 수호하는 변호인으로서 금융감독기관을 원한다.

요즘 상호저축은행 관련 금융감독원의 부실감독책임 및 직원비리 등으로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에 금융감독원 쇄신 TF 구성 및 한국은행의 검사권 인정을 둘러싼 한국은행법 개정 관련 논의도 활발하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의 벽을 허물고 최대폭의 교차인사를 단행하였는바, 메뉴얼화나 교차인사를 통한 쇄신시도가 성공적이라면, 결국 그간 금융감독업무 수행의 비전문성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미국의 대표적 금융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적극적인 유권해석과 정보공개와 관련된 투자자의 이익수호자로서의 법률가의 역할을 소개하고, 이를 참조하여 우리나라 법률가들이 금융감독영역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2. SEC의 연혁 및 미국금융감독체계에서의 역할

SEC는 1929년 10월 증시 붕괴와 대공황으로부터 탄생되었다. "태양은 가장 좋은 방부제이다"란 브렌다이즈의 견해를 입법화하여 1933년 증권법이 입안되었다. 루즈벨트대통령의 자문역이던 프랑크프루터 판사는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의 입안자들을 천거하고 SEC 초대 위원장 3명의 임용을 도왔다.  위원장들은 SEC, 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장외시장에 대한 자율감독기관 창설을 주관하였다.  SEC의 4대 위원장인 제롬 프랭크는 1940년 Investment Company Act와 1940년 Investment Advisors Act의 제정을 통해 뮤추얼 펀드와 투자자문사들에 대한 SEC의 감시를 확대하였다.  이들은 SEC에 전문성과 창조성이란 유산을 남겨 주었다.
미국 금융감독체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와 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ory Insurance Corporation), 통화감독청(Office of Controller of Currency)이 은행을 나눠 감독하고, 증권은 SEC, 보험은 주정부가 검사한다. SEC는 증권산업과 관련한 입법, 사법, 행정적 기능을 행사하며 특히, 규칙(Rule) 제정권과 입법권의 일종인 면제권(Exemptive power)을 통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3. SEC의 주요 업무와 변호사의 역할

전국 3500명의 직원 중 1500명이 변호사인 SEC는 규모가 작은 연방기관이지만 국내외 시장정책 수립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SEC 본부는 워싱턴 DC,  지역사무소는 뉴욕을 포함, 각 지역 금융중심지인 11개 지역에 있다.  

A. 집행국  (Division of  Enforcement)
집행국은 증권시장, 회사와 다른 참여자들, 공시를 감시하고, 내부자거래, 회계장부조작 혹은 인터넷을 이용한 증권사기 등의 이슈에 대한 증권법 집행에서 위원회를 대리한다. 변호사들은 (1) 증권법 위반과 관련된 민사 및 행정소송에 대한 조사, 진행, 제기, (2) 승인을 위한 위원회의 권고와 중재, (3) 중재관련 협상 참여, (4) 연방법원이나 행정법원 사건을 수행한다.

B. 기업금융국(Division of  Corporate Finance)
증권법의 근간은 정보공개(disclosure)로써 기업금융국은 기업 공모, 위임장 대결, 공개매수와 합병과 같은 새로운 금융 및 사업구조와 관련된 핵심기능을 수행한다. 즉, 주식상장과 SEC에게 제출한 연간, 분기 및 수시 보고 및 공시 감독, SEC 규정 및 정책 준수에 대한 감독 및 해석을 통해 회사 자금조달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변호사들은 (1) 상장사 공시 검토 및 분석, 공시 개선을 위한 회사와의 공동작업, (2) 회사, 주주 및 공시관련자들에게 공시규정에 대한 해석적 조언 제공, (3) 신규 규정 및 정책개발을 담당한다.

C. 매매 및 시장국(Division of  Trading and Markets)
매매 및 시장국은 증권시장 및 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 (FINRA), the Municipal Securities Rulemaking Board (MSRB) 등 자율규제기관, 브로커-딜러, 결제기관 등을 규율하고, 브로커-딜러 파산시 투자자에게 보험을 제공하는 Securities Investor Protection Corporation을 감독하고 전국 증시를 감시한다. 변호사들은 (1) 브로커-딜러 및 매매관행 규제프로그램 (2) 증권거래소, FINRA, MSRB, 결제기관 관련 규정 검토, (3) No-action(No action은 특정 이슈가 위법이 아니면 SEC 제재가 없을 것이라는 유권해석. No action letter 형태로 공개) 및 Exemptive Relief에 대한 답변, (4) 증시 운영 및 시장참여자 관련 이슈 해석 및 규칙 개정, (5) 브로커-딜러나 증권시장과 관련된 집행 문제를 점검한다.
 
D. 투자관리국(Division of  Investment Management)
투자관리국은 투자금융산업 감독 및 규제, 투자회사(뮤추얼펀드 포함) 및 투자자문역들을 관리하고, 변호사들은 (1) 행정부 및 SEC 소속 집행 및 검사 직원들에 대한 법률과 규정 해석, (2) No-action 및 Exemptive Relief 요청에 대한 응답, (3) 투자회사 및 투자자문회사의 등록/제출서류 및 관련 집행 문제 검토, (4) 규제구조 관련 규정의 제,개정을 담당한다.

E. 법무위원장실(Office of General Counsel)
SEC 법률최고위직인 법무위원장은 SEC 현안사항 전반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고, 법무위원장실의 업무는 4가지 부문, (1) 항소부문(Appellate Group), (2) 법률정책부문(Legal Policy Group), (3) 판결부문(Adjudication Group), (4) 일반소송부문(General Litigation Group)이 있다.

F. 준법 조사 및 검사실(Office of Compliance Inspections and Examinations)
준법 조사 및 검사실은 지역 사무소들과 합동하여 전국적으로 규제되는 법인에 대한 조사를 통해 작은 위반들이 더욱 심각해지기 전 이를 중지시키고, 증권법 위반을 방지하는 것을 돕고,  'Deficiency Letter'를 통해 준법 관련 문제들의 비공식적 시정을 허용하며, 중대한 위반은 워싱턴 DC 혹은 지역 사무소 집행담당 직원에게 인계한다. 또한 증권시장 및 증권업협회의 검사 책임이 있다. 변호사들은 (1) 증권시장 감시, (2) 브로커-딜러, 투자자문역, 투자회사들 및 transfer agent들을 포함한 규제산업에 대한 검사, (3) 제안된 규칙관련 매매  및 시장국과 투자관리국과의 협업, (4) 집행 직원의 검사를 돕는다.

4. SEC의 유권해석업무

SEC는 회계 및 법률 문제에 대한 SEC 직원들의 서면 및 구두 해석까지 적극 공개하여 감독 투명성을 제고한다. SEC는 등록신고서나 보고서의 양식 (form), 연방증권법의 구체적 문제에 대한 SEC의 방침을 담은 고시(release)를 제정하고, 특정거래의 합법성에 대한 개별적인 문의에 대해 해당부서 직원이 작성한 답신인 no-action letter, staff legal bulletin 등을 통해 실질적 감독을 한다. 
이러한 SEC의 유권해석은 증권법 준수 의무자들에게 직접 제공될 뿐만 아니라, 관련 부서별로 법령 및 특정 당사자 관련 이슈에 대한 유권해석이 각 법률조목 및 이슈 별로 실시간 웹사이트에 공개된다(www.sec.gov/ interps .shtml). 또한 규정준수 감독 및 공시관련 해석은 구속력이 없지만 일반적인 해석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는 효용이 있다.  법규 별로 정리된 SEC의 전화답변 매뉴얼 및 전화답변상담내용도 매년 취합되어 공개되며, 심지어 웹사이트에 제공되어 있지 않은 2002년 이전의 정보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청구 및 사본제공을 신청할 수 있도록 마련해 두었다.

이런 SEC의 적극적 금융감독 정보 공개는 SEC감독인력의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5. 우리나라 금융감독개편에 대한 시사점 및 금융감독과 관련한 법률가의 역할에 대한 기대

금융위기 하에서의 금융감독기관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위헌성 비판을 받아왔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부활과 관련한 논란, 상호저축은행사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된 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과 관련된 금융감독당국의 유권해석에 관한 공방과 그 추이에서 보듯이 최근 금융당국은 정책실패나 유권해석에 대해 책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의 금융감독법규의 입법, 해석, 집행 및 감독 전 영역에서의 비공식적, 개별적 해석과 집행, 감독정보의 비공개 관행이 혁파되지 않고는 근본적 감독 개선이나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은 어렵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금융감독기관은 공평부당하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감독법규와 정책을 수립하고, 유권해석 및 집행 근거 등 감독 정보를 시장에 공개하여야 한다. 그 전제로 입법 및 정책 수립, 법령해석에서 법률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비록 우리 금융감독원도 금융감독법규, 금융감독판례, 행정지도, FAQ, 실무해석·의견, 가이드라인, 모범규준, 해설서·매뉴얼 등을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지만 그 유권해석은 제한적이며 시의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구체적 해석이 아니어서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입법 및 정책결정의 기능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와 집행기관인 금융감독원간 해석이 상치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결국 많은 경우 금융감독기관의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유권해석을 바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 금융감독기관 내부에서 변호사가 근무한 역사는 매우 짧고 그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약 1600명 정도의 총원 중 변호사는 21명에 불과하다. 이 중 약 1/3은 법무실에서 내부 법률자문이나 소송을 담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인원은 조사, 공시, 회계부문에서 근무하며, 요즘 문제되고 있는 감독 부문에 종사하는 변호사는 전혀 없다. 또한 금융위원회의 경우, 약 250명 정도의 조직에서 사무관으로 특별 채용된 변호사 4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금융감독체계개혁에 대한 논의와 성찰을 통해SEC의 운영사례를 참조하여 금융감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전체의 효용을 증대할 수 있게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들이 핵심적인 금융정책수립부터 그 집행에 이르기까지 활약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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