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연구논단

도산절차 전 발행된 기업어음에 대한 투자자의 구제방안

윤수복 변호사(법무법인(유) 로고스)

1. 서론

기업어음이란 신용상태가 양호한 기업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일종의 융통어음을 말하는 것으로, 특히, 2009년2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기업어음과 관련된 구 증권거래법상 제한 요건을 대부분 폐지하여 발행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기업들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PF부실 등으로 대규모로 기업어음을 발행한 건설 회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고, 심지어 기업어음을 발행한 후 도산절차에 들어가는 등 이로 인해 기업어음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 지금부터 이러한 기업어음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구제방안에 대해 검토해보겠다.

2. 기업어음(CP)의 개관

가. 법적 성격
기업어음은 기본적으로 어음법상 약속어음에 해당하고, 자본시장법에서는 기업어음 증권을 채무증권으로 분류하여 유가증권의 일종으로 본다. 즉, 기업어음은 자본시장법상 채무증권인 동시에 어음법의 적용을 받는 융통어음으로서의 이중적인 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나.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규제 완화
종래 증권거래법상 기업어음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상장법인 등이 발행한 2개 이상의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B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은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어야 하는 제한이 있었으나, 자본시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위와 같은 발행자의 제한, 기본 발행단위, 신용등급의 규제, 만기 제한 등 대부분의 제한요건을 폐지하였다.

다. 기업어음의 발행
기업어음은 어음법상 약속어음의 요건만 충족하면 발행이 가능하고,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기업어음의 만기 및 신용등급 제한 등을 폐지하였으므로, 기업에서는 발행절차가 까다로운 회사채의 발행보다는 비교적 발행절차가 간편한 기업어음을 통한 자본조달을 점차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는 만기 1년 이상인 장기 기업어음(CP)도 발행되고 있어 회사채와의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기업어음은 발행 회사가 기업어음의 할인 및 매출을 담당하는 증권사, 종금사 등 금융기관에게 기업어음을 발행하면, 할인 및 매출기관은 이를 매입하여 투자자에게 매각하여 매매차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주로 증권사와 종금사가 기업어음의 할인 및 매출을 담당하고 있다.

기업어음은 자본시장법상 유가증권으로 분류되어 그것을 공모(50인 이상)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신고서의 제출의무 등 공시의무가 부과되고 있다(자본시장법 제119조 제1항). 그러나 상당부분 기업어음 발행에 있어 공시의무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인수대상자를 49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사모 발행의 경우 유가증권의 발행을 위한 신고서 제출의무 등이 면제되는 등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기업어음 시장의 투명성이 부족하고, 투자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3. 투자자의 구제방안

가. 발행기업을 상대로 한 구제방안

(1) 기업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도산절차에 들어갔다면, 투자자의 채권은 회생 또는 파산 채권으로 되어, 투자 원리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회생계획안에 따라 변제받게 된다면, 투자 자금이 상당 기간 묶이는 기회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회생절차가 폐지되어 파산절차가 개시된다면, 기업어음은 무보증 채권에 해당하여 담보 채권보다 우선순위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어 극히 일부분 또는 최악의 경우 전혀 회수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2) 기업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부실상태에 빠진 것을 알고도 기업어음을 발행하였다면, 이는 투자자에 대한 기망에 해당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사항을 입증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나, 만약 투자자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면 투자 계약을 취소하고 원금 상당을 원상회복으로 구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바, 이미 도산절차에 들어간 기업에 대한 원상회복 청구권 또한 회생채권, 파산채권으로 분류되어 그다지 실익은 없을 것이다. 만약 회생절차개시 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게 된다면 공익채권으로 상환받을 여지는 있다.

(3) 일반적으로 기업이 발행한 어음금은 해당 기업을 상대로 청구할 수 있지만, 만약 발행기업의 이사들이 회사의 부실을 알고도 이사회 결의를 통하여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이후 도산절차에 들어가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주었다면, 상법 제401조에 따라 이사회 결의에 참석한 이사들은 회사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므로 발행기업의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증권인수인을 상대로 한 구제방안

(1) 기업어음 증권 발행에 있어서 증권인수인의 책임 기업어음도 유가증권의 일종으로 분류되므로, 할인 및 매출기관을 상대로 자본시장법 제125조에서 규정하는 증권인수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즉,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에서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허위 기재 또는 기재 누락이 있어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그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바, 투자자로서는 증권신고서 또는 투자설명서상에서 중요사항이 허위 기재 또는 기재가 누락된 사실만 입증을 하면, 증권인수인 측에서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이를 알 수 없음을 증명하여야 그 책임을 면하므로,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효과가 있다.

기업어음에서는 특히, 발행기업의 신용평가등급이 중요한바, 신용평가등급이 누락되어 있거나, 부실기업임에도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등급이 과대평가된 경우라면 중요사항의 허위기재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증권인수인의 경우, 외부전문기관의 전문자료라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신뢰하여서는 안되며,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그 진정성을 확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하였지만, 대부분의 기업어음 증권의 경우 공모가 아닌 사모 형식으로 발행되어 신고서 제출 등 공시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증권인수인에게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사모로 발행되더라도 기업어음을 인수하여 판매하는 증권사는 투자 유치를 위해 설명자료 등을 교부하였을 것인데, 이러한 설명자료가 자본시장법상 투자설명서로 볼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으나, 위 투자설명서는 증권신고 의무가 있는 경우 증권신고서에 첨부되는 투자설명서만을 말하므로 투자유치를 위한 단순한 설명 자료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설명의무 위반
증권사 등이 기업어음을 할인 매입하여 투자자에게 판매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를 부담한다. 자본시장법 제47조에서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에 금융투자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르는 위험 등을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투자 권유시 그 위험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기업어음을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할 때에는 발행기업의 신용평가등급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기업어음의 신용평가등급은 모두 6단계인데, A3 이상이어야 투자적격등급으로 분류된다. 기업의 신용평가등급은 기업어음(CP)가치에 영향을 주는 중요정보에 해당하며,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83조 제1항에서는 기업어음 증권을 매매, 중개 등을 하는 경우 둘 이상의 신용평가업자로부터 신용평가를 받은 기업어음증권일 것을 요하고 있으므로, 기업어음을 판매하는 증권사 등은 각 신용등급에 따른 위험성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 대법원 판례도 기업어음(CP)의 거래에 있어서 신용등급은 그 기업어음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정보에 해당하므로, 증권회사가 고객에게 거래의 대상인 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달리 고객이 이미 그 신용등급을 알고 있었다거나 신용등급을 제대로 고지하였더라도 그 기업어음을 매수하였으리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로써 고객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5다49799 판결).

다만, 자본시장법 제125조 증권인수인의 배상책임과 달리 증권사 등의 불완전 판매 사실을 투자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입증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기업어음 등 투자 경험이 많이 있는 투자자의 경우, 설명의 정도가 상당히 완화될 수 있어 증권사 등의 손해배상액이 감액되거나 부정될 수도 있다.

증권사 등이 투자자에게 기업어음을 특정금전신탁의 형태로 판매한 경우에는 어떠한지 문제될 수 있는데,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투자자가 자금을 예탁하면서 그 자금으로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기업어음·회사채 등을 구입해달라는 구체적인 운용지시를 하게 되므로 해당 증권사 등에게 투자판단에 대한 재량이 없어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특정금전신탁계약 형태로 기업어음을 구입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기업어음을 구입하게 된 경위가 해당 증권사 등의 불완전한 설명에 기한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볼 것이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서는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만을 청구할 수 있으나, 자본시장법에서는 손해액 추정 규정을 두어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면, 증권사 등이 배상할 손해액은 자본시장법 제48조 제2항에 따라 원본손실액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일반투자자가 지급한 금전 등의 총액에서 회수한 금전 등의 총액을 뺀 금액을 손해액으로 보고 있다.

도산절차가 개시된 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경우, 가령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고 하면, 투자자는 기업어음 증권을 매입한 원금에서 회생절차를 통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금전의 총액을 뺀 금액을 손해액으로 보는 것이다.

4. 전자단기사채법의 조속한 처리

기업어음 제도에 대해 어음법상의 약속어음과 자본시장법상의 유가증권의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 그 운영에 혼란을 야기하고, 발행정보의 공표 불충분, 시장의 투명성 부족, 신용평가의 신뢰성 문제 등으로 기업어음 투자자의 위험부담이 가중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010년4월7일 기업어음 시장의 발행과 유통정보 공개를 통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전자단기사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단기사채는 유가증권의 특수한 형태로서 전자등록방식으로 중앙등록기관을 통하여 발행, 유통, 상환되는 채무증권을 말하는바, 이러한 단기사채 도입을 위한 전자단기사채법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어음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 및 투자자 보호 강화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할 것이다.

5. 결론

기업은 회사채보다 비교적 발행절차가 간편한 기업어음을 통한 자본 조달을 선호하는데, 이러한 기업어음의 발행 절차와 관련하여 자본시장법상 유가증권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사모발행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시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경영자와 기업의 모럴헤저드가 만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몇 건설사들이 PF부실 등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그 직전에 발행한 기업어음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어음의 경우 발행정보에 관한 공시제도가 불충분하고 기업어음에 대한 신용평가가 적절하지 않으며, 증권사 등이 기업어음의 단순 중개업무에만 치중하여 기업어음을 매입한 투자자의 손실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의 이익이 침해된 이후의 구제방안보다 사전에 구조적인 문제점을 입법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보다 투명하게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길을 열어주고, 투자자도 이를 신뢰하고 투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행기업의 입장에서도 투자자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기업어음시장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결국 그 피해는 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기업도 경영정상화라는 명목으로 기업의 입장만 고집하며 기업어음 발행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업어음의 발행에 따르는 투자자의 손실가능성 역시 심각하게 고려하여 발행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