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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국회의장과 의원 간 권한쟁의심판의 결정 내용 및 효력

한수웅 중앙대 로스쿨 교수

I. 머리말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에서 어떠한 내용의 결정을 선고할 수 있고 그 결정의 효력은 무엇인지'에 관한 문제는 권한쟁의심판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본질적인 문제에 속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가 문제된 최근 일련의 사건[헌재 2009. 10. 29. 2009헌라8(제1차 미디어법 사건); 헌재 2010. 12. 28. 2008헌라7(FTA 사건)]에서 피청구인의 행위(국회의장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의 안건상정행위 등)가 청구인인 국회의원의 권한(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피청구인 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심판청구는 기각하였는데,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경우 청구인권한의 침해여부에 관한 판단을 넘어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는지가 위 결정들의 주요쟁점을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헌재 2010. 11. 25. 2009헌라12 결정(제2차 미디어법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일단 피청구인의 행위에 의하여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경우 이러한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이 무엇인지가 문제되었는데, 4인의 재판관은 확인결정의 기속력이 동일행위 반복금지에 그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반면, 5인의 재판관은 확인결정의 내용은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위헌·위법성을 제거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고 판시하였다.

필자는 이미 1998년에 발표한 논문(국가기관간의 權限爭議에 있어서의 제3자 소송담당 및 결정주문, 한수웅, 1998. 9. 人權과 正義, 103면 이하)에서 이에 관한 기본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최근 일련의 헌법재판소결정에서 이에 관하여 논란이 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언제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에 관한 결정을 할 수 있는지, 권한침해를 확인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 그 기속력의 내용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 글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II. 언제 피청구인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지의 문제

헌법재판소법(이하 '헌재법') 제66조는 제1항에서 "헌법재판소는 심판의 대상이 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의 경우에 헌법재판소는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는 헌재법 제66조 제1항에 의하여 헌법재판소가 필요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동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제2항에 의한 주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1항의 주문에 '부가적으로'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할 수 있다. 여기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 국회 부분기관간의 권한쟁의 또는 국회와 정부간의 권한쟁의와 같이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에서 헌법재판소가 취소결정이나 무효확인결정을 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바람직한지, 나아가 정당화되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1.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에서 취소결정이나 무효확인결정의 헌법적 문제점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있어서, 헌법재판소는 사법적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서 형성적 기능을 담당하는 정치권력과의 권한배분의 관점을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심판대상인 피청구인 행위의 위헌·위법여부 및 청구인권한의 침해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에 그쳐야 하고, 이를 넘어서 피청구인 행위의 취소나 무효확인과 같은 형성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가능하면 자제해야 한다.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에서 헌법재판소가 청구인권한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판단을 넘어서 피청구인의 처분의 효력에 관한 결정을 한다면,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독자적인 정치적 형성행위를 함으로써 정치적 헌법기관의 형성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

또한, 피청구인에게 위헌적인 상태를 제거하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의 정치적 형성권을 존중하여 피청구인의 행위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확인에 그쳐야 한다. 예컨대, '입법절차'의 하자에 의하여 청구인인 국회의원의 권한이 침해당하였다면, 피청구인(국회의장 등 국회의 부분기관)에게는 헌법재판소의 법적 견해를 존중하여 스스로 합헌적 상태를 회복하려는 여러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며, 입법절차의 하자를 치유한 결과로서도 '동일한 법률의 의결' 또는 '동일한 법률의 부결' 아니면 '새로운 법률의 제정' 등 다양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의 처분(가령, 법률안 가결선포행위, 안건 상정행위 등)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넘어서 취소나 무효확인을 한다면, 헌법재판소는 실질적으로 법률에 대하여 무효선언을 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국회의 고유권한인 입법작용을 침범하여 스스로 정치적 형성행위를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합헌적 상태를 궁극적으로 회복할 수도 없다.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와 같이 입법절차의 하자가 문제되는 경우, 헌법재판소가 단지 권한침해의 확인결정만을 함으로써 사법적으로 자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권한쟁의의 심판대상이 '법률제정행위'이지 '법률'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입법절차의 하자에 의하여 청구인인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된 경우, 심판대상인 피청구인의 처분은 입법기관에 의한 법률제정행위, 즉 일련의 '법률제정행위'의 한 부분행위이지 법률제정행위의 결과인 '법률' 그 자체는 아니다. 따라서 입법절차의 하자가 문제되는 권한쟁의심판절차에서 피청구인 행위에 대한 취소나 무효확인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법률의 효력에 대한 결정은 심판청구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며, 기관 상호간의 분쟁해결을 그 목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절차의 본질을 망각하여 이를 규범통제절차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헌재법 제23조에서 규범통제절차와 권한쟁의심판절차의 심판정족수가 각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과 '관여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서로 다르게 규정된 것도, 권한쟁의의 심판대상이 국가기관의 행위이지 그 결과물인 법률이 아니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요컨대, 헌법재판소는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심판에서 문제된 국가기관의 행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만을 밝혀서 분쟁의 당사자인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스스로 합헌적인 상태를 구현하도록 함으로써 손상된 헌법상 권한질서, 궁극적으로 국가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의 원활한 기능을 다시 회복하는데 그쳐야지, 이를 넘어서 취소나 무효확인의 형태로 그 처분의 효력에 관한 결정을 함으로써 국가의 정치적 과정에 형성적·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로써 의도하지 않은 법적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권한쟁의심판의 본질이 분쟁의 해결을 통하여 객관적 헌법질서와 법적 평화의 회복에 기여하려는 것임을 고려한다면,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에서 헌법재판소가 법적 혼란을 가져 올 수 있는 무효확인이나 취소의 결정을 피하고 단지 위헌확인에 그침으로써 스스로 자제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우리 헌법재판의 모범이 되고 있는 독일의 예를 보더라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초기의 결정부터 일관되게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에서 피청구인 처분의 효력이나 존속여부에 관하여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vgl. BVerfGE 1, 37; 20, 129; 24, 351).

2. 취소나 무효확인의 결정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경우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헌재법 제66조 제2항에 의한 취소나 무효확인의 결정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정치적 헌법기관의 형성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헌재법 제62조에 규정된 권한쟁의의 3가지 유형 중에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의 권한쟁의 또는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와 같이 국가의 정치의사형성이 문제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헌재법 제66조 제2항의 취소결정이나 무효확인결정이 고려된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의 관할에 속하는 행정처분을 중앙정부가 그의 관할범위를 넘어 대신 행한 경우와 같이, 행정처분적 성격을 갖는 피청구인의 행위가 심판대상을 이루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의 여지가 있다. 헌재법 제67조 제2항도 이러한 해석의 타당성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위 조항은 행정처분의 유효성을 믿은 제3자의 법적 지위를 보호하기 위하여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행정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는 취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III.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

헌재법 제67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하여 결정의 기속력을 규정하고 있다. 이 글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에서는 원칙적으로 위헌·위법여부의 확인 및 권한침해의 확인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면,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은 단지 동일행위반복금지의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권한침해행위의 위헌·위법성을 제거해야 할 의무를 수반한다.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이 단지 동일행위 반복금지에 그친다면, 즉 헌법재판소의 확인결정이 단지 과거의 헌법·법률위반만을 확인할 뿐 장래를 향하여 위헌적인 상태를 제거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단지 이러한 효력만을 가진 확인결정은 대부분의 경우 그 자체로서 무의미하다. 권한쟁의심판의 주된 목적은 헌법상의 권한질서의 유지와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의 기능보호에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의사결정체제 및 헌법적 질서를 보장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인데,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결정을 통하여 피청구인의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하고 장래에 있어서 동일한 위헌적 행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만을 부과하는 것은 피청구인의 행위에 의하여 손상된 헌법상 권한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권한쟁의심판의 목적을 전혀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기관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존중의 원칙' 및 모든 국가기관이 헌법의 구속을 받는다는 '헌법국가의 기본정신'은 피청구인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스스로 이를 집행할 것을 요청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권한침해를 확인하는 경우, 피청구인은 위헌·위법성이 확인된 행위를 반복하여서는 아니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신이 야기한 기존의 위헌·위법 상태를 스스로 제거하여 합헌·합법적 상태를 회복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뿐만 아니라, 만일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이 단지 동일행위 반복금지에 그친다면, 헌법재판소로서는 자신의 결정이 기속력을 가지고 피청구인에게 합헌적인 상태를 다시 회복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확인결정과 더불어 필요적으로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에 관한 결정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결과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처분의 취소와 무효확인을 헌법재판소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재법 제66조 제2항의 내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헌재법 제66조 제2항의 규정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은 위헌적인 상태를 제거해야 할 피청구인의 의무를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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