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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군사법원법상 필요적 보석규정 조속히 개정돼야

최재석 변호사(서울)

1. 들어가는 말 - 문제의 제시

같은 나이인 A와 B는 모 대학의 2011학년 신입생들이다. 대학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청소년보호법상 술집을 출입할 수 있는 연령에 이르지 못한  두  사람은 술집에 가기 위하여 자신들의 주민등록증 상의 주민등록번호중 출생연도 93을 칼과 볼펜을 사용하여 92로 고쳐 소지하고 있다가 미처 이를 사용하기 전에 우연히 경찰의 적법한 불심검문에 의하여 적발되었다. 그들은 공문서변조죄로 입건되었고, 얼마후 B는 군에 자원입대하였다. 불행하게도 A와 B는 극단적인 법원칙주의자인 검사와 군검찰관을 만나 모두 구속기소되었다. 도주 또는 증거인멸 우려 등 필요적 보석의 배제사유를 가지고 있지 않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법원과 군사법원에 각각 보석을 청구하였다. 그 결과, A는 필요적 보석에 해당한다하여 보석이 허가되었으나, B는 필요적 보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석청구가 기각되었다. A는 민간인으로서 민간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B는 군인으로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차별적 처분이 가능한가?

물론 위의 사례는 경미한 사안에 대한 과도한 처분이라는 점에서 너무 극적인 가정일 것이다. 하지만 임의적 보석의 허가 여부를 논외로 하는 경우 현행 법률상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하인 범죄가 포함된 실제 사례에서 일반법원과 군사법원의 차별적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뒤에서 자세히 살피는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은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필요적 보석의 제외사유로 삼고 있는 반면, 군사법원법은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필요적 보석의 제외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 헌법과 군사법원법에 의한 군사재판제도의 특수성과 그 한계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2항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헌법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특별법원으로서의 군사법원의 조직, 권한, 재판관의 자격은 헌법에 따라 법원조직법, 형사소송법이 아닌 별도의 법률인 군사법원법이 정하고 있다. 절차법과 조직법이 혼재된 군사법원법은 1심 및 2심의 군사법원이 설치된 부대·기관의 지휘관(관할관)의 권한, 군판사 아닌 일반 장교가 재판부의 일원이 되는 심판관제도, 판결에 대한 감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관할관확인제도 등 군사재판에만 고유한 상당수의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들 관할관, 심판관제도 등은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합헌으로 인정되어(헌법재판소 1996. 10. 31. 선고  93헌바25판결 )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2003. 11. 27. 선고  2002헌마193 판결에서 "지금까지는 군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강조하는 논리에 지배된 나머지 군사법제도상의 인권보장과 사법정의실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고 볼 수 있다. 군사법제도의 특수성을 전혀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현저히 고양된 국민 일반과 군인들의 권리의식에 맞추어 이제는 그 특수성에 대한 지나친 경도에서 탈피하여 군사법제도에 있어서도 인권보장과 사법정의의 실현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구현에 더욱 노력하여야 할 시점이 도래하였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군사법원법을 비롯한 군사법관계법률을 만들고 군사법운영을 감시하는 국회, 군사법운영주체인 정부(군), 군사재판에 대한 최종심사권(상고심)을 가진 사법부 모두는 수시로 현재의 군사법제도와 운영방식이 헌법적 가치를 올바르게 구현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정비하는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3. 형사소송법과 군사법원법상 필요적 보석 관련 규정의 비교

가. 관련 규정의 변천 과정

현행 형사소송법 <개정 1995.12.29>
제95조 (필요적 보석)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이하 생략. 이하 같음>

구형사소송법 <개정 1973.12. 20.>
제95조 (필요적 보석)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구형사소송법 <개정 1973.2.1.>
제95조 (필요적 보석)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구형사소송법 <제정 1954.5.30.>
제95조 (필요적보석)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필요적 보석의 제외사유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변천 모습을 보면, 최초 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제외하였는데, 유신헌법 직후인 1973.2.1. 개정에서 "단기 1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제외하는 것으로 하여 필요적 보석의 허용범위를 대폭 축소하였다가, 법조 내·외의 강력한 비판에 따라 10개월만에 원래대로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제외 사유로 하였고, 1995.12.29.

그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한다는 의미에서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로 개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행 군사법원법 <개정 2009.12.29.>
제135조(필요적 보석) 군사법원은 보석 청구가 있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

구 군사법원법 <개정 2008.1.17>
제135조 (필요적 보석) 군사법원은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각호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구 군법회의법 <개정 1973.2.17>
제135조 (필요적 보석)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각호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구 군법회의법 <제정 1962.6.1.>
제135조 (필요적 보석)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각호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반면, 군사법원(군법회의)에서는 최초 군법회의법 제정시(1962.6.1.)에는 제정 형사소송법과 동일하게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제외하였으나, 유신 직후 형사소송법의 개정(1973.2.1.)과 맞추어 1973.2.17.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제외사유로 하였다. 그러나 얼마후 원래의 규정으로 환원한 형사소송법의 개정(1973.12.20.)과 무관하게 2008.1.17. 개정되기 전까지 무려 35년 동안 같은 조문을 유지함으로써 필요적 보석의 판단에 있어 민간인에 비하여 군인, 비상계엄하의 민간인 등 군사재판 대상자에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의 죄의 유형에 있어 불리한 제약을 가하였다. 이렇게 군사법원법(군법회의법)에 형사소송법보다 불리한 보석규정을 장기간 방치하였던 것은 적어도 과거 상당기간은 정치적으로 의도된 것이었으리라고 짐작되는데, 그러한 질곡으로부터 자유롭게 된 시점 이후로도 법제적인 오류 내지 제도개혁적 무관심으로 인하여 잘못된 규정을 방치한 책임 역시 결코 작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시지탄의 2008.1.17. 군사법원법 개정에서 정부와 국회는 또다시 오류를 범하였다. 바로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제외하고 있는 형사소송법과 동일한 내용으로 개정하지 아니하고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제외한다고 규정함으로써,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죄의 피고사건을 필요적 보석에서 배제시켰다. 그리고 2009.12.29. 개정시 "…죄를 범한 때"를 "…죄를 범한 경우"로 고치는 사소한 노력은 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법정형 범위는 그대로 두었다. 관련 기관에 의하여 최종 확인되어야 할 일이지만, 필자로서는 형사소송법과 다른 현행 군사법원법의 필요적 보석 규정은 형사정책적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법제적 오류 내지 무관심의 결과인 것으로 생각한다. 어찌되었건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선진법치를 외치는 2011년 현재의 법률이 50년전인 5.16 이후에 제정된 1962년 법률보다 후퇴한 것이다.

나. 군사법원법 규정의 개정 필요성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범죄로는, 형법상 전시계약불이행, 범죄단체조직, 선거방해, 일반물건방화, 연소, 진화방해, 가스 전기 등 방류, 일반건조물 일수, 일반교통방해, 수도음용수 사용방해, 수도불통, 아편 제조, 유가증권 위조, 자격모용 유가증권 작성, 공문서위조 변조, 자격모용 공문서작성, 공전자기록위작 변작, 영아살해, 촉탁 승낙 살인, 중상해, 직계존속 유기, 직계존속 체포 감금, 미성년자 약취 유인, 중권리행사방해, 야간주거침입절도, 특수절도,사기, 컴퓨터 등 사용사기, 준사기, 업무상 횡령 배임, 상습 장물취득 알선, 공익건조물손괴,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필자의 헌법 관념과 법상식으로 볼 때, 일반법원의 피고인과 달리 군인 등 군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에 대해서만 이러한 장기 10년(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필요적 보석사유에서 배제할 정책적 타당성 내지 차별하여야 할 합리적 이유가 전혀 없으며 입법과정에서도 전혀 그러한 정책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기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결국 이러한 군사법원법 규정의 존치는 단순한 법제적 실수의 산물인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동 규정은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위헌임에 명백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이루어질 경우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당연히 위헌결정이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국회나 정부로서는  구체적 사례를 통한 위헌판단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의원입법 내지 정부입법으로써 조속히 이를 형사소송법의 규정과 동일한 내용으로 개정하여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4. 나가는 말

보석제도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신체의 자유, 평등권 등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혹자는 필자의 이러한 지적을 사소한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된 군사법원법의 규정이 적용되는 사례가 많든 적든, 국민의 신체의 자유는 가장 본질적인 천부인권이며, 특히 형사사법절차에 있어서 보석에 의한 피고인의 석방은 피고인 본인은 물론 그 가족 모두에게 대체불가한 가치를 지닌다. 무릇 군사법을 포함한  사법제도는 헌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으로 피의자나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평등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선·운용되어야 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이니만큼, 우선 당장 가까운 임시국회에서 군사법원법 제135조 제1호의 개정이 조속히 처리되길 기대·촉구하며, 부족하나마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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