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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법인·시효제도 개선에 관한 민법개정안 소고②

고상룡 학술원 회원(성균관대 명예교수)

Ⅱ 시효제도에 관한 개선 방향과 개정 내용

현행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제도는 매우 복잡하다. 민법은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162조 1항), 업종에 따라서 상세한 단기소멸시효 규정을 두어, 1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채권(164조 1~4호)과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채권(163조1~7호)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소멸시효제도를 개선함에 있어서 왜 민법은 일반소멸시효기간(10년)과 단기소멸시효기간(1년, 3년)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는가, 먼저 그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존재이유 또는 취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전자는 로마법에 뿌리를 두고 오늘에 전해온 제도로, 당시에는 문서보관이나 문서작성 그 자체(文盲관계로)도 어려웠던 시대였기 때문에 채무의 변제를 둘러싼 분쟁해결 방법으로서 소멸시효라는 제도가 생겼다. 따라서 당시에는 비변제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고, 변제자로 하여금 이중변제를 면하게 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오늘날 문서보관이나, 문서작성(예, 차용증서 작성, 영수증 작성 등)에 어려움이 없게 되면서 소멸시효제도는 비변제자(채무자)를 보호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 현행 독일민법이 채무자는 시효기간만료 후 이행을 거절할 권리만을 인정하고(214조 1항), 소멸시효가 만료된 채권을 변제하기 위하여 이행된 급부가 시효만료를 알지 못하고 행한 경우에도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동조 2항 1문)고 한 것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연혁적인 측면에서 우리민법 제162조 일반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를 찾아본다면 증거보전의 곤란구제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단기소멸시효의 존재이유는 다르다. 즉, 업종에 따라서 그 업종의 특수한 이유로 채권·채무관계를 조속히 처리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든가,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타당한 채권·채무에 한하여 단기소멸시효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법에 규정되어 있는 일반소멸시효제도와 단기소멸시효제도는 각각 그 존재이유나 입법취지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혼동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러한 두 제도의 측면에서 시효제도에 관한 개선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내용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종래의 학설은 소멸시효기간의 단축화에 관하여 별로 논의한바가 없으며, 2004년의 "민법중개정법률안"에서도 소멸시효기간의 단축문제는 개정사항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2010년의 공청회 자료 "민법개정안"은 소멸시효법의 「현대화」를 기하고 「국제화」를 추구하면서 한국의 현대의 사정에 가장 적합한 내용을 도출한다는 취지로 시효기간의 단축문제를 포함하여 시효법의 개정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개정안은, 일반시효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案 162조 1항), 단기소멸시효 규정(163조, 164조)을 삭제하여 이를 일반시효기간에 흡수시켜, 5년으로 一元化하였다. 일반시효기간의 5년 단축이유는, 현재의 급변하는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 거래관계를 속히 종결지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기소멸시효제도 자체를 삭제한 이유는 그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고 시대사정의 변화로 존속시킬 필요성이 적다는 것 등이 민법개정위원회의 설명이다.

본고에서는 소멸시효기간의 단축과 단기소멸시효제도의 삭제 문제에 한정하여 간략하게 살펴본다.

1. 一般債權消滅時效期間의 短縮과 起算點의 主觀化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債權"(162조 1항)이란 商行爲에 의하여 발생한 商事債權("상법 제64조 소정의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 대판2002.9.24,2002다6760,6777)이 아닌 民事債權을 의미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민사채권은 결국 상인이 아닌 일반인들 사이의 거래에 의한 貸與債權 등에 한정하게 된다는 점에 특히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EU의 회원국도 아니며, 또한 제162조의 채권은 국제거래나 국내상거래에 의한 채권도 아닌데 이러한 민사채권까지 거래관계를 속히 종결해야 하며 국제화의 흐름(독일,프랑스등의 민법개정에 의한 시효기간단축, 또는 국제거래에 관한 많은 협약·원칙 등)에 부응하기 위하여 시효기간 10년을 5년으로 단축한다는 개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이 경우에 채권자로서 실질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해 주기 위하여 채권자의 인식을 기초로 하는 「주관적 체계」를 취하였다고 한다(공청회 자료94면). 즉 개정안 제162조 1항은 "채권은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채무자를 안 때부터 5년 동안 행사 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하여, 채권자를 보호한다는 主觀的 起算點制度를 도입하고 있다. 이 경우 채권자가 5년내에 권리행사를 한다 하여도 그 동안에 소멸시효는 진행되며, 소멸시효의 진행을 중단(개정안은 '중지')하려면 "재판상의 권리행사"를 하여야 한다(案 168조 1호). 이러한 경우에 商人이 아닌 일반채권자들의 「裁判上 權利行使의 意識」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현실적으로 일반채권자들에게 재판상의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지(재판절차상의 장기화 우려, 이에 따르는 비용과 시간 등의 부담 등)등에 관하여 그 실태가 조사되고 연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개정작업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상인도 아닌 일반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채무자를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10년 소멸시효기간이 5년으로 단축되고, 시효진행을 중단하기 위하여 재판상 권리행사를 하여야 한다면, 개정안은 채권자를 보호하기 보다 오히려 채권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오는 案이 될 것이다. 이는 연혁적인 의미나 오늘날 우리 사회 정서에 맞지 않는 개정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행 민법 제162조와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제166조를 하나의 조문으로 묶는 개정방안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2. 短期消滅時效制度의 廢止와 一般消滅時效制度에의 吸收

위에서 언급한바, 민법은 일반소멸시효제도(162조 1항)와는 달리, 업종의 특수한 이유로 채권·채무관계를 조속히 처리하여야 할 필요성 또는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타당한 채권·채무에 한정하여 단기소멸시효라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민법상 단기소멸시효제도를 폐지하고 있다. 즉 현행법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의 특례를 인정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아니하고, 단기시효대상인 3년과 1년의  채권의 구분기준도 명확하지 아니하여, 이러한 구분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 이에 따라 소멸시효법의 單純化·統一化일치하도록 하기 위하여 단기소멸시효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일반소멸시효기간을 단축하여 이에 흡수한 것이다, 고 하여 전면 삭제하고 있다(「민법개정의 방향」 2010년 한국민사법학회 하계학술대회 자료, 192면).

이러한 문제는 우리 소멸시효제도와 매우 유사한 일본 민법(170조·174조)에서도 제기되고 있으며 또한 우리 개정안과 유사한 일본의 개정시안들이 여러 연구회에서 발표되고 있다. 즉, 일본 法務省 法制審議會는 민법상 소멸시효제도 개선에 관하여 「民法(債權法)改正檢討委員會」(2006년 발족), 「民法改正硏究會」(2005년 발족), 「時效硏究會」(2007년 발족)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현제 심의 중이다(그러나 「法律案」으로 成案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언임). 참고로 단기소멸시효에 관해서 약간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①민법개정검토위원회는 위에서 언급한 우리 개정안의 단기소멸시효제도의 삭제와 같은 이유로 단기소멸시효제도(일본민법 170조·174조)를 폐지하고 시효기간에 관한 규정의 "간소화"(가능한 한 통일화)를 기하고 있다.

그리고 극히 예외적인 시효기간을 정할 경우(예, 인격적 이익 등의 침해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에는 예외로서 존속할 합리적 이유의 유무를 중심으로 향후 개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詳解 債權法改正の基本方針<Ⅲ>」商事法務2009년,177면 이하). ②민법개정연구회는 현행 민법상 시효기간(10년, 3년, 2년, 1년)은 매우 복잡한 규범내용으로 되어 있고 또한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일본상법 제522조), 국가·지방공공단체의 금전채권의 소멸시효도 5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소멸시효의 전체적인 整合性 (무모순성)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의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통일한 후에 소액채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2년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도록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日本民法改正試案」 2008年 日本私法學會심포지움자료.82면). ③시효연구회는 단기소멸시효대상은 거의 商人의 채권이 대상이 되고 있으며, 민법에 규정을 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기소멸시효제도를 폐지함으로서 "單純化"의 요청에 부응하며, 상사시효제도가 민법상의 단기시효에 대한 요청에 부응하여 해결한다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상사시효자체를 5년(일본상법 522조), 3년, 2년으로 개정한다는 것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消費者時效制度」를 창설하여 소비자에 대한 사업자의 채권이 문제될 경우에는 상사시효보다는 그 적용범위가 확대될 것이며 채무자가 소비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 적용범위가 좁아질 것이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消滅時效法の現狀と改正提言」商事法務NBL/No.122(2008.10),24,29면).

생각건대  민법상 단기소멸시효의 적용대상으로 열거되어 있는 대부분의 채권은 단기간에 결제되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관행이며, 일상적으로 빈번히 소액의 채권이 발생하는 事例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일상생활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채권·채무관계를 조속히 종결하여 법률관계의 안정을 기한다는 취지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정서에 맞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의 단기소멸시효제도를 삭제하고, 이를 일반채권의 소멸시효기간(10년, 改正案은 5년)에 흡수시켜 單純化, 統一化한다는 개정안은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결론적으로 민법상 단기소멸시효제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즉 단기소멸시효기간을 3년과 1년으로 구분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이것을 3년 또는 1년으로 一元化하면 해소될 수있는 문제이며, 적용범위의 문제(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가의 여부)는 해석론으로 그 해결이 가능할 것이며, 해석론에 의한 해결(판례)이 한계에 이르면 그 단계에서 입법론으로 해결방법을 강구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