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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소멸시효 기산점인 ‘사실을 안 때’에 관한 未畢說과 的確說

이충상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1. 서언

요즘 상속재산에 관한 형제자매간의 소송이 많아졌다. 유류분반환청구사건, 약정금청구사건, 유언무효확인사건(또는 사인증여무효확인사건), 유언유효확인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사건 등이다. 과거에는 장남에게 상속재산의 대부분을 주어도 제소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21세기에 와서는 제소되는 경우가 많아졌다(여성도 종중원으로 된다는 대법원 2005.7.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민법 제1117조 본문)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소송 중 소멸시효기간이 지난 후에 제기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멸시효항변을 회피하기 위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뒤로 만들기 위한 여러 주장(최근에 유류분반환의무의 구두 승인이 있었다는 주장, 최근에 특정 재산 또는 특정 금액을 분배해 주기로 구두 약정하였다는 주장, 어떤 조건이 달성되면 특정 재산 또는 특정 금액을 분배해 주기로 구두 약정하였는데 그 조건이 최근에 달성되었다는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다.

2.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가. 유류분반환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인 "반환하여야 할 증여를 안 때"란 未畢的 認識時(未畢說)인가 確定的 認識時(的確說)인가
이에 관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논의가 없는 것이 아쉽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1) 일본 최고재판소 1982년 11월12일 판결(옛 대심원판례를 일부 변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
민법이 유류분감쇄청구권에 대하여 특별한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보면, 유류분권리자가 소송상 무효의 주장만 하면 그것이 근거 없는 시비에 불과한 경우라도 시효는 진행을 시작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기 때문에, 피상속인의 재산의 거의 전부가 증여되어 유류분권리자가 위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에는, (증여가)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일응 사실상 및 법률상의 근거가 있어서 유류분권리자가 위 무효를 믿고 있기 때문에 유류분감쇄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것이 당연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특단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위 증여가 감쇄할 수 있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推認하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2) 米倉明 東京大學 교수의 위 판결에 대한 평석(학설의 소개가 포함됨, 最高裁判所民事判例硏究, 法學協會雜誌 106권 2호 294~314면)
最高裁에 의하면,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늦어도」 피고(수증자)가 불법원인급여의 항변을 제출한 날이라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늦어도」라고 하는 判旨의 논조로부터 보면,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더 빠른 시점에서도 구할 수 있다'라고 言外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그 시점으로서 생각될 수 있는 것은 상속개시 후에 妻가 재산조사를 한 때일 것이다). … 문제의 증여가 감쇄의 대상일 수 있다는 정도는 소를 제기할 때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
유류분권리자가 증여의 존재와 감쇄가능성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으면 '감쇄할 수 있는 증여가 있었던 것을 알았던 것'으로 되느냐가 문제이다. 이것을 인식의 態樣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해 일본의 학설은 다음의 4가지로 나뉘어 있다.

(ⅰ)的確說(主觀說) : 옛 大審院判例의 입장. 유류분권리자가 증여의 존재와 감쇄가능성을 적확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견해

(ⅱ)具體的 探求說 : (ⅰ)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대로라면 남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증여가 무효라고 믿고 있었다고 유류분권리자가 주장만 하면 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될 위험이 있음) 과연 현실로 무효라고 믿고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탐구해야 한다는 견해

(ⅲ)未必說(未必的 認識說) : 적확하게 인식할 것까지는 요하지 않고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할 것을 요하고 또한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견해

(ⅳ)認識可能性說(客觀說) : 유류분권리자의 주관을 문제로 삼지 않고 객관적인 사정에 비추어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고 보일 때(推認될 때), 즉 객관적으로 인식이 가능할 때를 '안 때'로 보는 견해

(3) 위 판결의 조사·보고를 담당하였던 일본 裁判調査官의 판례해설(法曹時報 38권 4호 138~156면. 재판관 경력 불과 11년 만에 지방재판소 판사에서 最高裁判所 裁判調査官으로 발탁된 鷺岡康雄의 판례해설)
판문상 명확하지는 않지만 위 인식의 程度는 的確한 것일 것까지의 필요는 없고, 유류분침해의 사실에 관한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생각건대, 위 정도의 인식이 있으면 유류분권리자에게 감쇄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할 수 있고, 동 권리자가 위 권리를 행사함에 의하여 상속에 의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결말짓는 것이 감쇄청구권에 관하여 단기간의 소멸시효를 규정한 법의 취지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유류분권리자가 유산의 전부 내지 대부분이 증여 또는 유증된 사실을 안 경우에는 위 처분이 유효할 때에는 유류분권리자의 손에 넘겨질 것은 남아있지 않은 것도 동시에 인식하는 것이 통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의 인식이 있었던 때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이 감쇄할 수 있는 것임을 알았다고 推認하는 것은 용이할 것이고, 또한 감쇄청구권의 행사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4) 위 최고재판소 판결 후의 일본의 하급심 판결
일본 大阪高等裁判所 1995.8.24. 판결은 "적확하게 안 것까지 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여(그 제1심판결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는 알았다고 인정함이 상당하고"라고 판시하였음) 명시적으로 的確說을 배제하고 未必說을 채택했다.

나. 형사재판에서도 미필적 고의로 족한 것에 비추어

고도의 증명을 요하는 형사재판에서도 미필적 고의를 넘어서 확정적 고의를 요구하지 않는 것에 비추어 보아도 민사재판에서 미필적 인식을 넘어서 적확한 인식을 요구할 것이 아니다.

다. 21세기에 있어서의 유류분제도의 기능의 약화에 비추어

유류분제도는 불법을 시정하는 제도가 아니고 유언의 자유와 헌법상의 재산권보장(재산처분권 보장을 포함)을 제약하는 제도이며, 고령화시대인 21세기에 그 순기능이 약해졌고, 오히려 가동능력있는 사람을 상속재산에 의존하게 하는 역기능이 있다. 특히, 유류분권리자가 상속개시시에 미성년자이기는커녕 30대 내지 40대의 나이이고 재산도 어느 정도 있는 경우 '유류분제도에 의하여 상속인의 노두방황을 방지하고 상속인의 교육비와 결혼비용을 확보한다는 입법취지'와 전혀 관계없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 유류분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가급적 뒤로 잡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라. 유류분반환청구권 행사의 간편성에 비추어

유류분반환청구는 소송 외에서도 할 수 있고 그 목적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대법원 2002.4.26. 2000다8878 판결 등) 그로써 시효가 중단된다. 소송 내에서 예비적 청구를 함에는 인지대가 새로 드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반환하여야 할 증여가 있었다고 추측되면 1년 내에 간단히 유류분반환청구를 해둘 것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마. 소멸시효제도가 필요악이 아님에 비추어

시효제도에 대한 疑懼는 시간의 경과라는 일률적 기준을 요건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에 따르는 '불가피한 대가'를 지나치게 중시하여 본말을 역전시킨데서 연유한 것이다. 따라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특히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가급적 뒤로 잡으려고 할 것이 아니다.

3. 유언무효확인소송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패소한 후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

가. 유언무효확인소송에서 패소한 경우

대법원 2001.9.14. 2000다66430, 66447 판결의 취지는 수증자의 수증주장 서면을 받은 것만으로도, 상대방이 그 수증의 무효를 확신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수증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사법부의 제1심판결이 계쟁 부동산은 피상속인이 피고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판시하면 늦어도 그 제1심판결의 송달시부터 원고(유류분권리자)가 피고의 수증사실을 알았다고 보아야 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대법원 2005.3.25. 2004다66490 판결 참조). 대법원판결이 아닌 제1심판결의 선고만 되어도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것으로서(제1심도 엄연히 사법부임) 상당한 법적 의미와 사실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 제1심판결이 위법하여 상급심에서 번복될 개연성이 상당히 있다고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1심판결의 확정시부터서야 유류분권리자가 수증자의 수증사실을 알았다고 볼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논문이 "상속인으로서는 증여의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향후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적절한 시기에 증여의 유효를 전제로 하는 유류분반환청구를 함으로써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시효소멸을 방지할 부담을 진다."고 언급하고 있다.

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패소한 경우

실제로 다음과 같은 사건이 있다. 1985년에 피고(피상속인의 아들) 앞으로 계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1998년에 피상속인이 사망하였는데, 2006년에서야 원고(피상속인의 딸)는 피고를 상대로 계쟁 부동산은 피상속인이 피고에게 명의신탁한 부동산이라고 주장하면서 피상속인의 계쟁 부동산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1/2을 원고가 상속하였으니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하는 이전등기를 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2006. 11. 제1심에서 계쟁 부동산이 명의신탁된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에게 증여의 의사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았고, 항소기각판결을 거쳐 2008. 5.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위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위 패소판결 확정 직후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계쟁 부동산에 관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위와 같은 경우, 원고가 늦어도 위 제1심판결을 송달받은 날부터는 계쟁 부동산이 명의신탁된 부동산이 아니라 피고의 수증재산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는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사실은 원고가 토지대장, 등기부등본 등을 모두 발급받아보고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을 때 이미 위와 같은 미필적 인식이 있었을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따라서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유류분반환청구를 한 이상 이는 시효소멸 후의 권리행사라고 할 것이다.

4.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관련하여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다35865 전원합의체 판결이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현명한 판시를 함으로써 일조권소송의 홍수를 방지한 것과 마찬가지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미필설을 판시함으로써 유류분소송의 홍수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란 그러한 사실에 대한 미필적 인식시로 해석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타당하다. '미필적 인식시'라는 판시를 하지 않은 채로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 때에 위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만 판시하는 것은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21세기에 과다하게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법부가 위 미필설을 명시적으로 판시함으로써 남소를 방지할 필요성이 크다. 법원이 형제자매 사이의 결과적 평등(불효한 사람도 평등하게 받는 것)보다 "안 때"에 관한 법리의 일관성과 법적 안정성을 더욱 중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