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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고시(告示)도 헌재의 위헌심판 대상인가

강해룡 변호사

1. 序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告示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이는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告示’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시민 9만여 명의 명의로 낸 헌법소원을 기각하면서 한 내용이다. 그런데 재판관 중에는 위헌의견도 있고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과연 告示도 憲裁의 위헌심판대상인가에 관해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2. 告示와 공권력의 행사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제청에 의한 法律의 위헌여부를 심판”하고 또한 “법률이 정하는 憲法訴願에 관한 심판”을 관장한다(헌법 제111조). 이번 사건에 있어서의 告示는 법률이 아니므로 告示 그 자체의 헌법위반여부를 심판하기 위한 위헌법률심판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은 그 告示로 인하여 9만여 명인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느냐 여부를 심판한 이른바 헌법소원심판사건이다. 청구인들은 ‘고시의 위헌확인’을 구한다 했으나 憲裁는 본안에 관해 심리하고 결정주문에서는 告示의 위헌여부확인이 아니고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라고 했다.

헌법소원심판에 관한 법률인 헌법재판소법 제68조에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하다면 이번 사건에서 청구인들의 주장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볼 때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告示를 한 것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에서 규정한 ‘공권력의 행사’이고 9만여 명인 청구인들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68조에서 말하는 “공권력의 행사”란 행정청이 법률, 명령, 규칙 등 근거법규에 따라서 행하여진 구체적인 ‘행정처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행정처분의 근거인 법규를 제정하는 것도 私權의 행사는 아니고 공권력의 행사이지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에서 말하는 공권력의 행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告示는 구체적인 행정처분을 한 것이 아니고 행정처분을 할 때에 근거가 되는 기준을 정한 것이다. 식품수입 및 위생에 관한 조건을 정한 告示의 내용은 수입업자가 첨부해야 하는 검역증명서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권력을 행사할 때에 따라야할 기준을 정해서 널리 온 국민에게 公示한 것으로서 행정행위의 종류 중 구체적인 행정처분이 아니고 立法作用에 해당하는 행정행위이다.

告示란 행정청이 결정한 사항을 公示할 필요가 있어 대외적으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는 행정행위라고 한다. 그 내용은 보충적인 행정법규로서 법규성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구체적인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告示 그 자체가 특정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이미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권리구제를 청구하는 것인데 앞으로 ‘침해받게될 자’도 청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告示의 내용을 처분성을 가지는 일반적인 행정처분인 것으로 보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인 것 같다. 그렇다면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청구인들은 행정소송법에 정한 구제절차를 거쳐야할 것이며 그 절차에서 告示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위헌 여부를 심사하게될 것이다(헌법 제107조 제2항).


3. 행정법규에 대한 위헌심사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이고 제2항은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되어 있다.

행정청의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받은 사람은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등 법에 정하여진 행정구제절차에 따라 구제 받을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告示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면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그 밖에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한 국민의 권리침해를 구제함을 목적”(행정소송법 제1조)으로 하는 행정소송법의 절차에 따라 告示의 취소를 청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 재판절차에서는 告示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의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심판하지만 명령, 규칙 등 법률 아래의 행정법규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심사한다.

다시 말해서 告示가 일반적인 행정처분이라면 이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 즉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그 취소를 구해야할 것이고, 告示가 행정소송으로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는 대상인 행정처분이 아니고 행정법규로서 단지 그 告示의 위헌여부가 어떠한 재판의 전제가 는 경우라면 그 위헌여부판단은 헌법재판소의 몫이 아니고 그 재판절차에서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심사하는 것이다.


4. 맺는 말


법치행정의 원리상 모든 행정행위는 법의 구속을 받고 법에 따라 이루어져야하며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그 밖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 등으로 인하여 어떠한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받은 사람은 법에 정한 구제절차에 따라 구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행정청의 告示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다고 해서 그 자체로서 바로 국민의 어떠한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그러한 성격인 행정행위인지, 권리침해가 됐다면 구제받기 위해서는 법률상 어떠한 구제절차에 따라야 하는지, 그리고 告示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는 어떠한 절차에서 판단하게되는 것인지 등에 관한 관계법률의 여러 가지 규정을 보면 어떤 告示로 인해 그 자체로서 온 국민이 기본권을 침해받기도 하며 그래서 누구나 바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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