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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외국 도산절차 대표자의 국내에서의 지위

임치용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1. 국제도산법의 쟁점

국제도산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쟁점은 크게 나누어 5가지이다. 즉 국제도산관할, 내국도산절차의 대외적 효력(outbound effect), 외국도산절차의 대내적 효력(inbound effect), 병행파산의 조정, 도산국제사법이다. 그 중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편은 그 중 도산국제사법을 제외한 나머지 쟁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다시 이를 세분하여 국제도산관할에 관한 문제점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외국에서 도산절차가 개시되거나 한국에서 외국도산절차가 승인된 후 한국에서 재산소재를 이유로 도산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가, 외국에서 재산소재를 이유로 개시된 외국 도산절차를 한국에서 승인할 수 있는가.

내국도산절차의 대외적 효력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점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외국에 소재하는 재산이 파산재단을 구성하는가, 내국도산절차에서 임명된 관리인(파산관재인 포함. 이하 혼용하여 사용한다)이 외국에 소재하는 재산에 대하여 관리처분권을 갖는가, 국내 파산관재인은 외국에서 외국도산절차의 신청권한을 갖는가, 외국에 소재한 채무자(파산자) 소유의 재산에 대하여 설정된 담보권의 행사도 중지되는가.

다음으로 외국도산절차의 대내적 효력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점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외국 도산절차가 개시된 후 한국 내에 소재하는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임의경매신청행위가 허용되는가, 한국 내에 소재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외국관리인이 취득하는가, 한국 내에 소재한 재산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당사자 적격이 외국 관리인에게 있는가 아니면 채무자(파산자)에게 있는가, 외국의 면책재판의 효력을 국내에 미치기 위하여는 통합도산법상의 승인재판을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민사소송법상의 외국판결의 승인절차를 거치면 충분한가.

병행파산과 관한 구체적인 문제점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외국에서 주된 파산절차가 개시되거나 한국에서 승인된 후 한국에서 종된 파산절차를 신청할 수 있는가, 채권자가 외국 파산절차에서 배당을 받은 후 한국에서 개시된 파산절차에 참가한 경우에 외국에서 받은 배당액을 고려하여 다른 채권자들과 공평하게 배당할 것인가, 이른바 hotchpot rule의 적용문제이다.

이 글에서는 대법원 판결의 논리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고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후 대상판결의 법리가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 새로운 이론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연구하고자 한다.


2.  통합도산법하의 문제점

(1) 통합도산법의 적용대상

통합도산법 부칙 제2조는 과거 회사정리법 등의 폐지에 따른 경과조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외국도산절차에 관하여는 경과조치를 두고 있지 않다. 그리하여 실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006년 4월1일 이전에 이미 외국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통합도산법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적용부정론은 2006년 4월1일 이전에는 한국의 파산법제가 속지주의였으므로 속지주의를 신뢰하고 외국도산절차에 참가하지 않고 국내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믿은 국내 채권자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하여 적용긍정론은 통합도산법 시행 이후에 외국도산절차가 개시된 때부터 적용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아니한 이상 외국도산절차가 2006년 4월1일 이전에 개시되어도 승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2006년 4월1일 이전에 개시되었다가 2006년 4월1일 현재 외국도산절차가 계속 중인 경우마저도 승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속지주의를 폐지하고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국제도산편을 속히 입법한 입법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 점을 언급한 유일한 학설은 승인신청시를 기준으로 통합도산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네덜란드에서 개시된 도산절차와 미국에서 개시된 연방파산법 제11장 사건의 절차가 2006년 4월1일 이전에 개시된 사안에서 승인한 바 있다.

그 중 후자에 관하여는 현재 서울고법에 계속 중에 있다. 서울중앙지법 2008년 7월9일 선고 2008하합20 결정은 2006년 4월1일 통합도산법 시행 이전에 미국에서 개시된 제11장 파산절차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의 공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 파산절차의 효력을 부정하였다.

(2) 통합도산법상의 외국도산관재인의 법적지위

외국관재인이 파산재단에 속하는 한국에 소재한 채무자의 재산에 관하여 관리처분권을 갖기 위하여는 먼저 승인결정을 얻어야 한다(제632조). 그 전제로는 외국의 파산법이 보편주의에 터잡아 외국에 소재하는 재산도 파산재단에 속하여야 하고, 외국관재인이 외국에 소재하는 재산에 대하여도 관리처분권을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외국관재인은 우리법원에 의하여 국제도산관리인으로 선임되어야 한다(제636조 제1항 제4호). 국제도산관리인으로 선임되면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 및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한이 국제도산관리인에게 전속한다(제637조 제1항).

따라서 통합도산법에 의하면 외국관재인으로서는 승인재판과 국제도산관리인으로 선임되어야 한다. 구 파산법 하에서는 외국관재인으로 선임된 사실만 입증하면 족하지 별도로 승인재판과 국제도산관리인 선임재판이 필요 없었으므로 외국관재인 입장에서는 통합도산법의 체제가 더욱 후퇴하였다는 비판을 할 수 있다(石光現,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른바 統合倒産法)에 따른 國際倒産法’ 국제거래법연구 제15집 제2호(2006), 351면).

그러나 한국이 모델법을 수용하는 이상 모델법상의 승인재판제도를 도입할 수 밖에 없고 모델법 제20조에 따라 승인재판과 동시에 기본적 효력(소송절차의 중단, 집행절차의 정지, 채무자의 관리처분권의 중지)을 부여하여 관리처분권을 채무자로부터 관재인에게 이전시키기 위하여는 여전히 승인재판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외국관재인이 국내 재산에 대하여 관리처분권을 얻기 위하여는 승인재판절차를 생략하는 것은 모델법을 수용하는 이상 어쩔 수 없다. 결정자체만으로 어떠한 법률효과를 인정하고 있지 아니한 통합도산법하에서는 별도로 국제도산관리인의 선임재판이 필요하다. 따라서 외국관재인이 한국내에 있는 재산을 처분하기 위하여는 통합도산법상의 승인재판과 국제도산관리인 선임결정을 얻어야 하므로 이러한 절차 없이도 처분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은 더 이상 타당할 수 없다(石光現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른바 統合倒産法)에 따른 國際倒産法’ 국제거래법연구 제15집 제2호(2006), 351면).

더 나아가 한국에 소재한 채무자의 재산에 관하여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자는 국제도산관리인이 선임되기 전까지는 외국파산관재인이 아니라 종전의 채무자와 거래를 하여야 한다. 거래를 둘러싼 민사소송도 채무자를 피고롤 삼아야 한다. 문제는 외국의 파산법이 보편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외국파산관재인에게 한국내에 소재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도 관리처분권을 인정하고 있는 경우에 외국파산관재인이 아니라 채무자와 거래하는 것이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일 거래 상대방이 사전에 외국도산절차의 승인과 국제도산관리인의 선임을 신청할 수 있다면 그러한 절차를 거쳐 국제도산관리인과 거래하는 것이 가장 안정할 것이다. 그러나 통합도산법은 승인재판의 신청권한을 오로지 외국도산절차의 대표자에게만 인정하고 있다(제631조 제1항). 또한 국제도산관리인의 선임은 외국도산절차의 승인신청 후 승인재판 전까지의 임시기간 동안에는 허용되지 않고 승인재판과 동시에 또는 승인재판이 있은 후에 선임이 가능하다(제636조 제4호). 따라서 국제도산관리인이 선임되기 전에 채무자와 거래하는 행위는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여 효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채무자에 대하여 외국도산절차가 개시되더라도 그 즉시 국내에 계속 중인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은 중단되지 아니한다. 소송을 수계하기 위하여는 먼저 승인재판과 국제도산관리인이 선임되고 국제도산관리인이 소송을 수계하여야 한다. 일본의 승인원조법 제36조는 승인관재인에 대한 관리명령이 있은 후에 일본국내에 있는 재산에 관한 소송은 중단되며 승인관재인이 원고 또는 피고가 되어 중단된 소송을 수계함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외국파산절차의 파산재단에 속하는 국내 소재한 재산을 외국으로 반출하기 위하여는 국제도산관리인이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제637조 제2항). 만일 허가 없이 반출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제648조).


3. 마무리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지 겨우 2년 만에 한국 법원에 4건의 국제파산사건이 발생하였다. 미국의 면책재판의 효력을 한국법원에서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승인신청 전에 이미 미국의 제11장 사건이 종료된 경우에도 승인신청의 대상이 되는지, 채무자가 미국도산절차에서 인정된 면책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하여 한국에서 통합도산법에 따른 승인재판을 필요로 하는지, 아니면 민사소송법상의 승인절차를 거치면 족한지, 미국에서 주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한국에서 재산소재지를 이유로 한 파산절차가 가능한지, 국제도산관리인은 파산절차상의 파산관재인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변호사 자격이 없더라도 국제도산관리인이 될 수 있는지 등이 다투어지고 있다.
2008년 9월 리만브라더스 회사가 미국에서 제11장의 개시신청을 필두로 전세계의 영업소가 파산신청을 하였다.

리만브라더스의 자회사와 거래를 한 한국의 금융기관은 동시에 여러 나라의 파산절차에 참여하느라 주요 국가의 파산법에 대하여 문의를 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의 회사가 회생신청을 하자 회생회사와 거래하는 외국기업이 한국의 회생절차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대하여 자문을 구하고 있다.

필자가 처음 국제파산법제의 입법에 참여하면서 글을 준비할 당시만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국제파산 사건이 법원의 문을 두드릴 줄 예상하지 못하였다. 앞으로 국제파산법에 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아울러 좋은 글들이 발표되기를 기대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