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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가정폭력특별법 시행 10년, 그 성과와 과제

원혜욱 인하대 법대교수

I. 들어가는 말

가정폭력에 대처하기 위하여 특별법을 제정하여 시행한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제정 당시부터 많은 관심 속에서 숙고를 거듭하며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복지적 성격이 강한 피해자보호법을 구별하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두 가지 법률을 1997년 12월31일 제정하여 1998년 7월1일부터 시행하였다. 가정폭력특별법은 시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됨에 따라 가정폭력특례법은 11차 개정, 가정폭력방지법은 7차 개정까지 이루어졌다. 그러나 몇 차례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두 법률에 대해서는 여전히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으며,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II. 가정폭력특별법 시행 10년에 대한 성과 및 문제점


1. 성과

1) 수사기관의 인식변화

(1) 경찰에 의한 응급조치의 증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취할 수 있는 응급조치인 ‘상담소겫맬=체?인도’와 ‘의료기관 인도’는 피해자보호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2004년까지 상담소나 보호시설의 인도는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그 비중은 전체 건수 중 4~5%에 불과한 수치였다. 그러나 2005년에는 전체 사건의 13.7%, 2006년에는 12.6%가 상담소나 보호시설에 인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찰의 초기 대응에서 경찰과 피해자보호기관 간의 유기적인 연계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있고, 가정폭력을 가정내의 사소한 사건으로만 치부하여 응급조치에 소홀하였던 경찰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2) 검찰에 의한 가정보호사건 송치의 증가
검찰에 의한 가정보호사건 송치의 비율이 꾸준히 3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의 송치의견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0% 정도의 송치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가정폭력사건을 가정폭력특별법에 의해 처리하고자 하는 검찰의 인식이라 할 것이다.  

2) 가정폭력특별법에 대한 인식의 증가 및 가정폭력의 감소

일반인에게 가정폭력특례법에 대한 인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 928명 중 ‘안다’고 응답한 경우가 594명(64.0%)으로 ‘모른다’고 응답한 334명(36.0%)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정폭력특별법이 시행됨으로써 일반인들이 가정폭력을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과도 상통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가정폭력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발생시켰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가정폭력 발생건수가 2003년까지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 문제점

1) 가정폭력방지법

(1) 상담소와 보호시설의 활동 제약
가정폭력방지법은 제1조에서 피해자보호를 통한 건전한 가정의 육성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고, 제3조에서는 건전한 가정의 보호와 유지를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보호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가정보호의 이데올로기는 상담소와 보호시설의 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상담소와 보호시설의 기능이 피해자의 가정복귀를 전제로 한다면 피해자에게 일시적인 피난처를 제공하는 역할만을 수행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대부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정폭력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미흡하다. 가정폭력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방식의 피해자보호정책은 명백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2) 치료비에 대한 구상권의 문제점
가정폭력방지법 제18조는 피해자에 대한 치료보호에 대하여 그 비용을 가정폭력행위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위자를 대신하여 의료비용을 지급하고 행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동법시행령 제4조에 “법 제8조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시설의 장이 … 구상권을 행사한 결과 가정폭력행위자가 그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어 비용을 받지 못한 때에는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하는 비율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 범죄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치료비 등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일반 법원칙상 당연하지만, 오늘날 범죄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국가의 의무는 국가가 가해자를 대신하여 피해자의 치료비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명백하다 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치료 등의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거나 부담할 의사가 없는 경우 피해자의 치료를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동법시행령 제4조의 규정을 제18조에도 준용할 필요가 있다.

(3) 자녀에 대한 적극적 조치의 미흡
피해여성들이 가해자를 떠나지 못하거나 폭력을 참고 살면서 폭력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데는 자녀문제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피해여성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적 개입을 요청할 때 여성뿐만 아니라 자녀의 보호와 양육에 필요한 물질적겱??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자녀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으로 인한 잘못된 결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2) 가정폭력특례법

(1) 특례법의 이원적 구조
현행 특례법은 가정보호라는 입법목적 하에서 경미한 제재수단인 보호처분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형사처벌과 보호처분이라는 이원적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가정폭력특례법의 이원적 구조는 가정보호라는 입법목적과 결부되어 실질적으로는 가정폭력범죄를 ‘경미한 폭력사건’ 정도로 취급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가정폭력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적극적인 형사처벌을 회피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특례법은 가정폭력범죄의 죄질이나 재범의 위험성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써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강구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 범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처분
현행 법률에 의하면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이건 보호처분이건 가정폭력범죄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일회적 처분이 행해지게 된다. 형사사건으로 처리되는 가정폭력사건은 매우 심각한 상해를 야기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벌금형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가정폭력사건에 대하여 일반폭력사건처럼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보복 등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가정폭력사건이 가정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되는 경우에도 범죄자의 위험성이라든가 피해자에 대한 보호필요성 등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채로 외형적으로 드러난 사건 내용을 중심으로 기계적으로 보호처분이 부과되고 있다.

(3) 미흡한 피해자보호조치
가정폭력특례법상의 임시조치와 보호처분의 내용에는 피해자보호를 위한 조치와 가해자의 성행교정을 위한 조치가 혼재해 있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조치들이 임시조치 내지 보호처분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해 버린 결과, 가정폭력 대응 법체계에서 피해자보호조치가 독자적인 위상으로 정립되지 못하고, 가해자에 대한 형사절차에 종속되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III. 개선방안


1. 피해자, 가해자 및 범죄의 특성을 반영한 처분

여전히 심각한 가정폭력에 대한 대책으로 가정폭력특별법을 폐지하고 형법에 의해 엄중하게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방지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정한 처벌보다는 효율적인 처분을 통해 가정폭력의 재범을 방지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처분은 가해자와 피해자 및 범죄의 특성을 파악하여 가해자의 행동과 태도를 교정하기 위해 가장 타당한 처분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에도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형사처벌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지만 폭력행동과 관련된 가해자의 행동과 태도(예: 음주습관, 가부장적 가치관)의 교정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에는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가정폭력사건에 대해 보호사건과 형사처벌을 모두 부과할 수 있는 현행 체제의 문제라기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 및 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분의 문제점이라 할 것이다.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법기관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해자의 성행을 교정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 피해자보호명령제도의 도입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가정폭력특례법의 임시조치와 보호처분에 산재해 있던 피해자보호조치들을 통합하여 피해자의 보호와 권한강화에 기여하도록 개편하는 대응정책의 의미가 있다. 이 제도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효과적인 복지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현재의 피해자보호제도 이외에 ‘피해자의 동의 없는 재산처분 및 양도의 금지’, ‘친권제한 및 친권상실’ 등 다양한 보호조치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3. 피해자지원시스템의 확충

가정폭력사안에 대해 가정폭력특별법이 가정의 원상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정회복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기 보다는 피해자의 지원에 보다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으로 이미 손상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자립하여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건 및 필요한 서비스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정폭력방지법은 제8조 제1항 제6호에 보호시설의 업무로 ‘자립자활교육의 실시와 취업정보의 제공’이라는 규정만을 두었을 뿐, 법률과 시행령 어디에도 자립자활교육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피해자의 자립지원을 위한 체계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근거 법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자립자활 이외에 피해자지원과 관련하여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 중의 하나는 자녀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이라 할 것이다.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자녀양육을 원하고 있지만 생활수단이 없어 자녀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미성년 자녀에 대한 지원은 양육 및 교육, 정서적 안정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방지법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2006년 제4차 개정에서 제4조의4(아동의 취학 지원)를 신설하였다. 그러나 취학지원 이외에 양육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지원체제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본 논고에서 가정폭력특별법이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모두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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